지난달 6일 무버(개발사 : 아이에이치소프트)’의 베타서비스가 시작됐다. 무버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형 배송 플랫폼으로 대중이 배송을 의뢰하면 또 다른 대중이 배송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즉 앱 사용자들 간에 자유로운 배송 거래를 가능케 만든 플랫폼이다. 배송의뢰인은 퀵 서비스보다 싼 가격에 화물 배송 의뢰를 할 수 있고, 배송인은 생활 경로 안에서 소일거리를 통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무버의 서비스는 사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아니다. 무버와 유사한 방식으로 C2C배송 시장을 구축하고자 시도한 플랫폼은 많았다. 해외에서는 장거리 이동 여행자들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 피기비(PiggyBee)나 지역 내 학생들을 통한 배송 서비스 벨홉스(Bellhops)와 같은 크라우드 소싱 배송 플랫폼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국내라고 다를까. 지난해 10월, 본지는 지면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등장한 C2C 배송플랫폼‘SNS퀵’을 소개한 바 있다. 사실 무버가 현재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앞서 언급한 업체들과 같다. 이런 업체들은 대중을 배송인으로 활용하여 퀵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무버가 꿈꾸고 있는 미래는 단순한‘퀵 서비스’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에이치소프트 김재규 대표는 “배송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무버를 통해 ‘전 국민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전 세계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페이팔은 은행이 아니다. 에어비앤비 또한 숙박업체가 아니다. 우버도 택시업체가 아니다. 각각의 영역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 이들처럼 무버 또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물류기업이 되길 꿈꾸고 있다.
C2C 배송플랫폼 , 성공을 위한 몇 가지 고민들
대중이 배송인으로 활약하는 C2C 비즈니스 모델은 분명 재밌다. 그러나 C2C 물류사업 모델을 실제로 도입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수요와 공급모두 ‘대중’이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2C 배송플랫폼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이 따른다.
첫째, 배송인 확보의 문제다. 퀵 서비스 소비자의 가장 큰 니즈는 ‘신속성(Quick)’에 있다. C2C 배송이 아무리 참신하고, 배송비가 저렴해도 즉각적인 배송인 매칭을 통한 빠른 배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가 해당 앱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어진다.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배송인을 확충하여 배송 프로세스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고객 이탈을 막을 필요가 있다. 무버에 앞서 C2C 플랫폼을 개발한 유니넷소프트 이봉형 대표는 “C2C 배송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배송인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충분한 배송인을 확보하기 위해 유니넷소프트 또한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 신뢰의 문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화물을 맡길 수 있을까. C2C 배송플랫폼은 택배기사나 퀵 라이더와 같은 전문 배송인이 아닌 일반대중을 배송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소비자에게 택배기사나 퀵 라이더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기는 매한가지나, 일반 대중이 배송한다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불신은 분명 존재한다. 무버서비스를 알고 있다고 전한 한 대학원생은 “내용은 참신하고 재밌으나 무버 서비스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의뢰할 것이냐 묻는다면 그 답은 아니다”고 밝혔다. 퀵 배송은 대개 중요한 화물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심지어 신뢰할 수 없는 일반 대중에게 배송을 맡기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특명 ! 배송인을 확보하라
무버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무버는 부족한 배송인과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앱 오픈 전부터 몇 가지 대안을 준비했다. 무버는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하였다. 선정된 50명의 서포터즈는 무버 배송인 활동은 물론, 온.오프라인 마케팅 전략 수립 및 홍보 콘텐츠 기획을 담당한다. 김 대표는 “대학생 배송인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은 배송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많고, 무엇보다 확실한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버 사용자들에게 잠재된 불신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차 무버는 캐나다 벤쿠버 지부를 기반으로 유학생 서포터즈 또한 모집할 계획이다.
무버는 C2C 배송을 기반으로 하지만 B2C 배송을 수행할 수 있는 전업 배송인 확보를 위한 노력 또한 하고있다. 무버는 배송인을 신뢰 지수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실명 인증만 완료한 ‘일반무버’, 둘째는 실명.소속.신분증.전화번호 인증까지 거친 ‘인증무버’, 마지막은 배달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전문무버’이다. 소비자는 배송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신뢰지수가 높은 배송인을 선택할 경우 보다 높은 배송비가책정된다. 배송에 대한 신뢰수준을 차등적인 배송비로 확보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전문무버를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륜차 배송기사 및 용달기사들과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전문무버를 확보하고자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무버는 베타서비스 기간동안 전문무버들에 대한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 베타서비스 이후에도 기존 퀵 서비스 라이더용 앱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하여 지속적으로 전문무버 유입을 독려할 계획이다.
당일배송 직구 , 그게 가능해 ?
LBS(Local Based Service)를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여타 배송 플랫폼들과 달리 무버는 태생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무버 앱상의 ‘셰어링’탭에는 글로벌 구매대행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자주 오가고 있다. 한 예로 캐나다 벤쿠버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무버는 영어 원서 4권을 구매대행해서 배송 의뢰인에게 전달해준 선례가 있었고,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의 텀블러를 사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
무버의 C2C 해외직구 서비스는 기존 배송 대행지를 통한 직구 서비스에 비해 세 가지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신속성이다. 기존 직구서비스는 배송대행지 물류센터에 화물이 모인 후 재포장, 세관절차를 거치고 한국에 도착하기에 배송 리드타임이 매우 길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배송대행 서비스를 체험한 본지 기자는 “아마존에서 배송대행지 물류센터까지 배송은 불과 1주일도 안 걸렸다. 그러나 그 이후 배송대행지 물류센터에서 지체된 기간은 10일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버를 통한 해외직접구매는 신속하다. 항공기 일정만 맞는다면 해외에서 구매한 상품을 당일에 수령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일반대중을 통한 배송은 통관 절차 또한 간소하기 때문에 기존 직구 서비스를 이용할 때 1일 이상 소요되는 통관 절차를 생략가능하다.
둘째는 정시성이다. 항공기는 정시성 측면에서 여타 운송수단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모드(Mode)다. 때문에 무버를 이용해서 해외구매를 한 소비자는 배송지연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항공기는 교통체증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배대지 창고를 거치지 않고 직배송되는 C2C 구매대행은 주문 폭주로 인한 배송 지연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가격우위다. 무버는 시스템 상 소비자 간 흥정을 통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때문에 가격 결정의 주체는 배송의뢰인이다. 배송의뢰인은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배송비를 지불할 것이기 때문에 높은 배송비에 대한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해외 사이트를 통한 전산 결제 시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를 걱정할 필요 또한 없다. 이 때문에 무버 사용자들은 무버의 국내배송 서비스에 비해 해외배송 서비스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버 한 관계자는 “거래액 기준으로 해외배송 비율이 국내배송에 비해 6:4 정도로 높다”며 “거래 발생량을 기준으로는 국내배송이 현저히 많은 것을 고려한다면, 해외배송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무버는 한국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외국인 소비자들을 위한 역직구 서비스 또한 준비하고 있다. 해외로 이동하는 국내 여행객들을 배송인으로 활용하여 외국인들에게 역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버는 오는 5월 외국인 사용자들을 위한 무버의 영어, 중국어 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배송문화를 창조하다
무버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대중을 배송인으로 활용한 물류운영’이 아니다. 무버는 ‘배송’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단순한 사용자 간 화물이동이라는 의미를 더욱 폭 넓게 해석하고 있다. 무버는 장차 앞서 언급한 ‘해외직구 서비스’는 물론 대중을 통한 ‘중고 직거래 대행’,‘ 심부름 서비스’등 단순 배송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사실 중고 거래는 사용자 간‘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행업체에 수수료를 주고 안전배송을 하거나,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구매하는 직거래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안전배송은 추가적으로 부가되는 수수료와 배송비용이 부담스럽고, 직거래는 수수료 및 배송비 부담은 없지만 추가적인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버가 충분한 배송인만 확충할 수 있다면 중고 거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무버는 지역 간 이동하는 대중을 활용하여 중고제품의 직거래를 대행하여 신뢰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하고자 한다.
무버는 배송 서비스 이상의 심부름 서비스 또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무버 앱에 올라온 신림동 백순대 배달 주문이 성공적으로 성립된 사례가 있다. 이는 B2C 플랫폼 ‘띵동’이나 ‘부탁해’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서비스들이 배송인으로 전문 배송인(퀵 라이더)을 활용한 반면 무버는 일반 대중을 배송인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버는 현재 배달을 하지 않는 프리미엄 프렌차이즈 업체와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배달 물량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버의 서비스는 새로운 배송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무버가 정립하고 있는 ‘배송’의 개념은 단순히 화물이 이동하는 개념 이상으로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소통과 재미 같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배송시장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 “사람들이 단순히 무버 앱을 키는 것이 아닌 이동할 일이 있을 때마다 무버를 확인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신뢰를 구축하라 . 무버의 ‘ 보안물류 ’
이런 서비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무버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보안물류’다. 대중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대중 배송인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통한 배송이 성사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버는 대중 간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실, 도난등의 사고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운영하고 있는 인증 시스템은 물론, 자체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사 차원에서 해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무버가 바라는 것은 ‘보안물류’개념을 만드는 것이다”며 “화물의 분실, 귀책 소지를 다루기 위해서 국내외 보험사 몇 군데를 만나봤으나 C2C배송에 대한 보험을 제공해주려 하는 업체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자체적인 보험 시스템을 정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무버는 이와 동시에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버는 배송인보다 소비자 관점에서 설계되었다”며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UI/UX를 설계하고 프로모션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무버는 공식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자 친화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류업계의 ‘ 에어비앤비 (Airbnb)’ 를 꿈꾸다
에어비앤비는 홈 쉐어링 어플리케이션으로 불특정대중에게 숙박 장소를 제공, 공유하는 앱이다.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무버 이상의 신뢰의 문제를 동반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숙박 장소를 공유하는 행위는 모르는 사람에게 물건을 배송시키는 것보다 더 큰 불안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에어비앤비가 소비자들의 불안에 대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겼는지 궁금했다. ‘무버’의 성공여부도 소비자들이 가지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시키는지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고민 끝에 한 가지 답을 찾았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앱 상에서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에어비앤비가 만든 새로운 커뮤니티 내부에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여갔고, 소비자들 간에 에어비앤비는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김 대표는 “무버도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면서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며“결국 사람들이 안전하고 빠르고 더 좋은 배송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테두리를 만드는 것이 무버의 목표다”고 밝혔다. ‘보안물 류’ 개념을 구축하고, 소비자 친화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것도 결국 이런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무버의 수익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배송인과 배송의뢰인 모두에게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사업을 지지하는 투자자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무버의 운영비는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고, 심지어 무버를 지원하고 있는 대학생 서포터즈는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버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앞으로 무버가 만들어 나갈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무버는 수익과 상관없이 새로운 가치 영역을 창조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공유호텔’시장을 창출한 것처럼 무버는 새로 탄생하고 있는‘공유배송’시장의 혁명가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