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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의 좌충우돌 물류 정복기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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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전성시대’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2000년 대 IT 열풍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난 온라인 쇼핑몰들은 몇 차례 세대교체를 거치고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 소호(SOHO)몰1)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쇼핑몰 중 몇은 이제 더 이상 소호몰이란 이름을 달기 무색할 만큼 거대해졌다. ‘스타일난다’, ‘토모나리’, ‘난닝구’등 일부 쇼핑몰은 심지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온라인몰 개인 사업자로 시작한 이들의 성장은 재밌다. 개인 사업자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이루어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온라인 몰들의 성장을 이끈 요인은 무엇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단연 MD(Merchandiser)2)의 역할이 크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구비해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MD의 분야는 굉장히 넓지만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쇼핑몰의 색깔에 맞는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다”며“MD는 사실 구매는 물론 가격 책정, 모델 사진 촬영, 매장 및 쇼핑 몰 디자인 계획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쇼핑몰의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소호몰들은 대부분 물류분야에 대해서 등한시한다. 이들은 상품 거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작은 사업장(Small Office) 혹은 가택(Home Office)에서도 물류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업무라고 할 것도 없다. 동대문 같은 도매상에서 사입3) 한 상품들을 그때그때 배송하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고를 전혀 두지 않고,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도매상에 연락을 해서 배송업무를 대행시키기도 한다. 물론 도매상도 자체적인 배송역량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물량의 직접적인 배송은 결국 택배업체들이 맡는다. 즉 소호몰들은 아웃소싱을 통해 물류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몇몇 소호몰은 이제 더 이상 소호몰이라 불리기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들이 다루는 물량은 더 이상‘작은 규모’가 아니어서 기존 방식으로 물류 업무를 처리하는데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물류 역량 부족으로 발생하는‘배송 지연 현상’은 곧 소비자 불만을 확산시켰고, 소비자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거대해진 소호몰들은 이제 서서히‘물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회원수 69 만명 , 패션 커뮤니티 ( 웹진 ) 로 대동단결

온라인 편집샵‘무신사스토어’는 일반적인 소호몰들과 그 시작을 달리한다. 패션 커뮤니티‘무신사닷컴’으로 기반을 다져놓은 이후 온라인 유통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소호몰 1세대가 창궐하던 2002년,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무신사닷컴’은 탄생하였다. 무신사닷컴은 무가 웹진 배포, 국내·외를 망라한 거리 패셔니스트 촬영, 업로드 등 자체 생산콘텐츠 구축을 통해 패션에 관심 있는 회원들의‘놀이터’를 형성하였다. 궁극적으로 무신사닷컴은 자체 생산콘텐츠 외에 회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를 구축함을 목표로 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무신사닷컴은 하루에도 회원들이 직접 올리는 수 십개의 패션 관련 글들과 그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이 오고가고 있다. 무신사닷컴 회원수는 69만 명, 일 방문자수는 평균 4~5만 명이다.

무신사는 이런 커뮤니티 역량을 바탕으로 09년‘무신사스토어’사업을 시작했다. 매거진과 커뮤니티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으로 구축한 잠재수요4)를 노린 직접적인 온라인 판매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무신사 신규사업팀 심준섭 과장은“초기 무신사닷컴의 수익 모델은‘광고’였다.”며“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기 이전에 이미 충분한 잠재수요층을 확보한 무신사이기에 기존 매거진, 커뮤니티와 스토어의 결합이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올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무신사닷컴을 통해 패션 브랜드를 소개 받고 그 브랜드의 팔로워가 된다. 이런 선순환이 해당 브랜드의 구매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무신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무신사스토어는‘브랜드’가 있는 상품이 아니면 입점 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은 곧 브랜드의 가치를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심 과장은“무신사스토어는 기본적으로‘디자이너’가 있는 브랜드만 입점 시킨다”며“브랜드 자체 물류센터가 있고, CS센터가 있고, 배송담당자가 있어야 해당 제품에 대한 책임소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이는 일반적인 소호몰의 운영행태와 다르다. 소호몰들은 대개 보세의류5)를 사입해서 판매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신사는 MD가 직접 취급한 여러 브랜드를 입점 시켜 판매하는‘편집샵(Multi shop)’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신사의 제품에 대해서‘신뢰’를 가지고 있다. 평소 무신사를 애용한다고 주장한 한 대학생은“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무신사는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며“돈이 되는 것을 알고 들어온 ‘SPA브랜드’나‘대기업 편집샵’과 달리 무신사는 인터넷 매거진으로 시작해서 옷 좋아하는 남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지금까지 왔다”고 호감의 이유를 설명했다. 수익성 여부와 상관없이‘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무신사를 응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국내 E패션유통업체 한 직원은“무신사는 스트릿 브랜드 스토어로 잘 알려져 있다”며“신상 브랜드도 자주 들어오고, 무엇보다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입점해 있기에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해보기 좋다”고 평가했다.



5 년 만에 50 평 창고서 1000 평 규모로 확장 이전

무신사스토어 오픈 초기, 무신사는 물류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브랜드가 아웃소싱을 통한 물류배송 역량을 가지고 있었고, 무신사는 그저 스토어 입점을 통한 온라인 유통만 대행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류는 각 브랜드들의 거래 택배업체들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소비자들은 택배를 통해 상품을 받게 됐다.그러나 무신사가 몇몇 해외 브랜드들의‘공식 딜러’로 선정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해외 브랜드들이 무신사에게 국내 판권을 주는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상품 구매를 요구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물량들은 대부분 1년 이상의 단위로 보유해야 되기 때문에, 여유로운 적재공간에 대한 니즈는 급속도로 증가하게 됐다.

2010년 처음으로 5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오픈한 무신사는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하여 작은 규모의 물류센터 4개(총 300평 규모)를 동시에 운영하게 된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무신사는 지난달 기존 사용하던 센터들을 정리하고 서울 상봉동의 1000평 규모의 창고로 센터를 이전했다. 무신사 한 관계자는“기존 창고들을 4군데로 분할해서 사용하다보니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고, 물량 증가로 추가적인 적재 공간이 필요해서 센터 확장·이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오픈한 물류센터는 주로‘매입상품’을 관리한다. 매입상품이란 브랜드 판권을 통해 무인사가 직접 구매한 상품들을 말한다. 현재 무신사 물류센터에는 20개의 브랜드가 입고, 관리되고 있다. 이는 1200여개의 브랜드를 입점, 판매하는 무신사스토어의 규모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은 규모다. 그러나 전체 브랜드 수의 0.02%에 불과한 이 상품들은 무신사스토어 전체 매출의 10%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무신사스토어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이 매입 상품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무신사 물류센터 내에서 직접 관리되는 제품들은 현재 무신사스토어 플랫폼 내에‘자체배송’상품으로 분류돼 있다. 사실 이런 상품들을 무신사가 직접 배송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상품들의 배송은 현대로지스틱스에 아웃소싱을 통해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제품들과 관련된 재고·센터관리, 검수 과정은 전부 무신사가 직접 처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ERP 솔루션을 WMS 솔루션으로 확장·운영하기까지 했다. 무신사는 고객 오배송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부문인‘검수’과정에 한해서 WMS 솔루션을 도입해 오배송률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하는 무신사의 의지다.

심 과장은“우리 제품에 더 큰 책임을 지기 위해서 물류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패션잡화는 직접 입어보기 전까지 고객이 구매의사를 확정했다고 보기 힘들고 때문에 반품, 불량에 대한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체계는 항시 갖춰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타 업체에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다”며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토탈피킹 현장 실무와 이론이 만나 개선점 도출

무신사의 물류센터는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센터 대부분을 차지하는‘단프라 박스’구역, 둘째는 행거 구역, 마지막은 앵글랙 구역이다. 단프라 박스 구역은 주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상의, 바지, 모자를 중심으로 보관하고 있다. 단프라 구역에 보관되는 상품들은 대부분 입고 후 재포장을 한다. 브랜드 화주들은 대부분 특별한 기준 없이, 심지어 포장을 하지 않은 상태로 상품을 배송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다시 무신사 기준에 맞춰 재포장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행거 구역은 주로 구김 없이 걸어서 보관해야 되는 아우터, 점퍼류를 중심으로 보관하고 있다. 이곳에 보관되는 상품 대부분이 고가의 제품이라 특히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마지막 앵글랙 구역은 신발류를 보관하고 있다. 신발류는 브랜드 별로 포장이 돼서 오기 때문에 랙 규격에 맞춰 쌓아놓기만 하면 된다.

상품 품목을 기준으로 나눠진 세 구역 안에서는 브랜드를 기준으로 구역을 재설정한다. 무신사 스토어 물류팀 서윤석 팀장은“무신사와 같은 경우 품목별로 다양한 상품이 분포되어 있어 동선 고려를 하기 힘들었다”며“기본적으로 브랜드를 기준으로 상품을 나눠 작업자들이 피킹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얼핏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 무신사의 물류는 굉장히 단순하다. 대형화 창고에서 흔히 보이는‘자동화 장비’가 전혀 없음은 물론 별다른 창고 관리 솔루션 또한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신사는 상품의 고유번호와 사이즈만 ERP에 입력을 해놓고 작업자가 숫자가 붙어 있는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는 방식으로 재고관리를 하고 있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무신사의 물류에 대한 의지는 굉장하다. 심 과장은“우린 아직 물류 초보자에 불과하다. 최근 대표와 함께 물류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얼마 전‘토탈피킹’에 대한 용어를 알게 됐는데, 이것이 알고 보니 예전에 작업장에서 대량주문이 들어온 3000개에 가까운 잡지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박스에 뿌리던 것을 의미 하더라”며 과거부터 해왔던 일이 새롭고 체계적인 용어를 통해 정리 되면서 업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가 센터를 확충하기 이전에도 물류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CS팀의 주 업무는‘언제 배송 오는지’물어보는 고객들에 대해 응대하는 것이었고, 무신사는 그런 고객 클레임을 줄이기 위해‘당일배송은 불가능 합니다’라는 공지를 주문 전에 띄우기도 했다. ‘빠른 배송’을 위해 고민하던 무신사는 결국 자체 물류 운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제 무신사는 ‘랙을 어떻게 사용해야 추가 공간을 더욱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까’등의 새로운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원시적인 형태의 운영을 하던 센터는 WMS 시스템을 도입했다. 심지어 지속되는 고객의 당일배송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륜차배송 시스템 도입 또한 고민하고 있다. 무신사의 이러한 물류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 이들의 도전에 대한 성과를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소호몰로 시작한 작은 기업 무신사의 도전은 분명 기대된다. 거대 온라인 유통공룡들이‘온라인 물류 창고’를 지속해서 확충하고 있는 현시대에 물류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몇 안 되는 작은 기업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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