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퀵 라이더, 벼랑 끝 내몰지 말아야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4월 07일

뉴5

현재 국내 퀵 서비스 시장은 크게 3개의 구성체로 운영된다. 첫 번째는 콜 센터다. 콜 센터는 말 그대로 고객의 퀵 서비스 신청 전화를 받는 업체다. 이들은 소수의 퀵 라이더를 고용하고 있으며, 고객 주문이 들어올 경우센터 소속 퀵 라이더에게 주문을 수주해준다. 만약 콜 센터가 보유한 퀵 라이더 수를 넘어가는 주문이 들어올 경우 해당 주문은 플랫폼 오픈마켓에 공유된다. 두 번째는 플랫폼 개발 업체다. ‘인성데이타’, ‘ 로지소프트’, ‘ 손자소프트’로 대표되는이들 업체는 콜 센터에 퀵 라이더용 앱을 개발, 제공한다. 플랫폼 개발 업체들의 앱은 위치 관제, 기사들의 주문 수주, 매출 현황, 기사 근태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콜센터의 수용 범위를 넘어간 주문들을 받아 다른 콜 센터의 기사들에게 해당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퀵 라이더다. 이들은 화물배송 건당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때문에기사 역량에 따라 수익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현행 택배기사와 마찬가지다. 다만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영업용 번호판을 사용해야 되는 택배기사와 달리 자가용 번호판을 사용해도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전국 퀵서비스라이더연합회는“전국적으로 퀵 라이더는 17~18만 명이 있다”고 추산했다.



얼핏 보기에 이들은 전혀 문제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 보자면 모든 부담이 퀵 라이더에게 전가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퀵 라이더용 앱의 운영방식이다. 업계는 이를 ‘전투콜 방식’이라 부르는데, 이는 앱 상에 공개된 주문정보를 먼저 클릭한 퀵 라이더가 주문을 수주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퀵 라이더 간 ‘전투’를 통해 주문을 획득하는 것이다. 때문에 퀵 라이더들은 자사 콜 센터와 계약된 앱뿐만 아니라 수많은 타사 앱들을 설치하고, 수시로 그 앱을 확인하여 많은 주문을 획득하고자 경쟁한다.



이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는 기사들의 부담 증대이다. 앱 사용료는 퀵 라이더들이 소속된 콜 센터에 부가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 개인에게 부가된다. 월 1만 6500원의 앱 사용료는 2중, 3중 이상으로 부가되고 있는 것이다. 앱 사용료와 별개로 주문 건당 수수료마저 콜 센터와 플랫폼 개발 업체들이 이중으로 가져가기에 기사들의 환경은 더욱 영세해질 수밖에 없다. 전국퀵서비스라이더연합회 정호승 회장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플랫폼 개발 업체들의 운영 행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인성, 로지, 손자 같은 앱 개발 업체들은 서버를 여러 개 확충하여 주문을 분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퀵 라이더들은 원래 하나의 앱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주문들을 여러 개의 서버를 통해 나눠 보게 되었다”며“가장 큰 문제는 각각의 서버마다 월 사용료가 부가 되는데 정작 앱 개발 업체들은 이런 서버를 나눈 특별한 기준조차 없다”고 밝혔다. 앱 개발 업체들의 이런 행태는 그저 퀵 라이더들에게 더 많은 앱 사용료를 걷기 위한 횡포라는 것이 정 회장의 설명이다. 둘째는 주문수주의 비효율성이다. 고객들은 빠른 배송을 원한다. 그러나 전투콜 방식은 관제 효율을 무시하는 방식이다. 가장 가까운 거리의 기사, 혹은 주문 수주량이 적은 기사가 아닌 먼저 주문을 잡는 기사가 화물을 수령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구조는 더욱 많은 앱을 사용하는(더욱 많은 주문을 수주하는) 기사가 화물을 과점하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기사의 몸은 하나다. 주문을 많이 받은 기사는 많은 화물을 배송할 수는 있지만, 고객주문에 대한 정시성과 신속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퀵 라이더들은 이런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알고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앱들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사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며 많은 물량을 제공해주고, 보다 합리적인 수수료가 부가되는 앱이 있다면 기사들이 기존 앱을 버리고, 해당 앱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