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돌파, 하반기 사업전략구상 전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상당수 CLO(Chief Logistics Officer)들이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거나 휴가를 아예 반납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물류업계의 위기감이 현실로 반영된 탓에 ‘비상상황’을 의식한 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CLO들은 임직원에게 휴가를 다녀올 것을 적극 권하며 자신도 ‘일+휴가’ 일정을 잡아 직원과 함께 수련회 등에 참여, 여름 휴가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 상당수 CLO들 "휴가 반납하겠다"…헌신파
본지가 국내 20개 주요 물류기업 오너 및 최고경영자들의 여름휴가 계획을 파악해본 결과, 절반이상이 넘는 12명이 휴가 계획이 없거나 하반기 경영구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한판토스 여성구 대표와 김영민 한진해운 대표, 박재영 현대택배 대표, 크리스캘런 DHL코리아 대표, 해우GLS 김진일 회장, 강성린 MCI글로벌로지스틱 회장, 신백용 우진글로벌로지스틱스 회장, 최정호 로젠택배 대표, 박정석 고려해운대표 등이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여 대표는 8월 중순까지 전국 물류센터 방문과 경영현안 점검 등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며 “올 여름 휴가 계획은 없고 해외물류시장 개척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전략을 구상하는데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우GLS 관계자도 “김 회장이 회사업무는 물론 5월 창립된 통합물류협회를 돌보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올 여름은 협회 사무실에서 구체적인 하반기 일정들을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글로비스 김경배 대표는 취임한 지 몇일 되지 않아 휴가계획을 잡지 못한 반면 신입사원들과 함께 3박4일간의 수련대회에 참여해 직원들을 격려할 방침이다.
또 한국인프라개발 김석주 회장은 내년 5월 목표로 영남권복합물류단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 9월 부분개방을 앞두고 경북 칠곡에서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물류업계 비서진 관계자는 이런 행보에 대해 “척박한 국내 물류시장 환경 속 업계간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어 마른 수건도 다시 한번 더 짠다는 각오로 물류업계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분위기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고유가와 미국발 신용위기 재연 등 여전히 불안한 요소로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고민이 많다”며 “하반기 사업전략 구상을 통한 대책 마련을 위해 대체로 휴가를 반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일과 휴식을 동시에 취하겠다”…실속파
구체적인 휴가계획을 세워 장기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업무 연장 속에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겠다는 실속파 CLO들도 있다.
CJ GLS 민병규 대표와 김영민 한진해운 대표, 서강호 한솔CSN 대표, 지창훈 대한항공화물사업본부장, 한국3자물류협회 최승락 회장, 동진상선 오융환 대표 등이다.
최승락 회장은 올 여름 군산에 머무를 예정이다. 협회가 추진하는 새만금 물류단지 조성사업이 지난 6월 착수돼 현장을 돌보는 것은 물론 자투리 시간을 내어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근처 섬들을 둘러볼 계획이다.
오융환 대표도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타입으로 업무 차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틈을 내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 “사무실을 부탁해”…소신파
직원들의 휴가사용을 독려하며 당당히 휴가계획을 잡은 소신파 CLO들도 있다.
국내 대표적인 종합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이국동 대표와 한진 석태수 대표는 올 여름 짧게 쉬고, 일은 굵직하게 전념한다는 목표다. 휴가기간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언제 쉴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공사 이강우 부사장은 가족들과 3박4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다. 쉴 때는 쉬어줘야 한다는 게 평소의 지론, 휴가기간은 공개했지만 장소는 비공개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업무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회사 직원들도 마음 편히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진양해운 홍승두 회장은 해운업체 대표답게 페리호를 타고 제주도를 다녀올 계획이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홍 회장은 제주도 올레길 걷기를 올 휴가일정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