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국
중국은 품목 수 기준 91%, 수입액 95%(1371억 달러)를, 한국은 품목 수 기준 92%, 수입액 91%(736억 달러)에 대해 2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는 기존 FTA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의 개방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가장 민감한 품목인 농산물은 완전 제외대상으로 최고의 보호조치를 취했다.
민감한 수입품목인 쌀은 완전 제외대상이며 농산물 60%가 초 민감품목으로 정해져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쌀을 비롯한 양파, 고추, 마늘, 쇠고기, 돼지고기 등 610개 품목을 포함한다. 또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가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실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완성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발생하는 높은 관세(22.5%) 때문에 한중FTA로 자동차 관세인하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번 체결에서 자동차가 양허대상 제외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여전히 동일한 관세를 내고 수출을 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부품업체들 또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진공청소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 소형 생활가전 제품 대부분이 10년 이내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기저귀, 생리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되는 고 흡수성 수 지 또한 5~10년 내에 무관세로 수출될 전망이다. 이번 한?중 FTA는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를 포괄하는 22개 분야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중국은 금융과 통신, 전자상거래 부분을 최초로 FTA 대상에 포함했다.
FTA 체결 후 전문가들은 한중 FTA의 진정한 수혜주로 레저, 한류 콘텐츠, 화장품을 주라고 분석했다. 지난 12월,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한중FTA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종목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화장품 관세가 최대 10%까지 철폐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9%넘게 올라섰고, LG생활건강도 3% 이상 오르며 상승대열에 참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비자 면제 범위확대로 인한 중국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며 대략 7% 상승하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 및 IT 업계는 한?중 FTA로 인한 시장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TV 등 주요 제품들의 생산 공장이 중국, 베트남 등 해 외에 있으며 주요 부품들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 들여오는 제품의 경우 ITA협정(정보기술제품 무관세 협정)이 발효돼 중국산 스마트폰과 노트북PC는 이미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제품 또한 관세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다. 현재 스마트폰, 노트북PC 등은 별도 관세를 내지 않고 10%의 부가세만 내고 있다. 다만 해외 직구 선호 품목 가운데 하나인 대형 디지털TV의 경우 16% 정도인 관세가 없어지면 가격 측면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국내 시장의 경우‘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지 않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직구‘수혜’… 기대 상승
반면 한중FTA의 숨겨진 수혜자로 떠오르는 분야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역직구 시장’이다. 한중FTA의 체결로 전자상거래 규제완화가 예상됨에 따라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물론 패션, 화장품 업체들까지 중국 소비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 GS샵은 홈쇼핑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해외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롯데닷 컴, 인터파크는 중국어나 영어로 된 글로벌 쇼핑 사이트를 오픈하였다. 특히 역직구 중에서도 한류상품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을 겨냥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중국인을 대상 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늘어나고 있으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화장품과 같은 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LG생활건강은 중국 현지에 온라인몰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지속되는 탈 중국화(化 )
기업들은 한 때‘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중국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코트라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국에 신규로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국기업은 2006년 2천294개에 이르렀으나 2008년 1천301개로 절반가량 줄더니 2010년 901개, 2013년 817개로, 올해 상반기에는 368개로 급감했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이 평균 500개씩 빠져나오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중국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꼽는다. 올해 중국 지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인상 폭은 16.9%이며, 앞으로도 매년 13%씩 인상할 계획이다.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책변화도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외자기업에게 주던 세제, 고용, 입지 혜택을 없애고, 2011 년에는 근로자 사회보장 면제 혜택을 없앴다. 자국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우대정책과 보조금, 정부조달 분야의 폐쇄성은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물러나 동남아지역으로 빠지고 있는 현실 속에 한중 FTA가 과연 중국에 한국기업들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 등 공룡기업의 한국진출
한중FTA가 한국에 이익만을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다. 만약 중국이 거대자본을 앞세워 국내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과연 몇 개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인터넷 기업 텐센트 등 중국 거대기업들이 막강한 플랫폼과 자본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미 중국 온라인 쇼핑 결제시스템‘알리페이’가 국내 교통카드 업체‘티머니(Tmoney)와 제휴하였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 ’엠 패스(M-pass)는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며 교통카드 역할 뿐만 아니라 충전금액으로 쇼핑을 위한 결제카드로 활용가능하다. 현재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벌이고 있지만 언제든 한국인으로 마케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 업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 남아 물류 루트 개척
중국은 세계 경제2위의 대국으로,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탈중국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 적인 시장이다.”고 밝혔다.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수익성만 보고 무턱대고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중국이 까다로운 시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진입 전략을 세우고 알맞은 협력업체를 찾으며 적절한 도시를 목표로 정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높아진 중국의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이 힘을 합쳐 한국의 시장으로 밀고 들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해서 업계 전문가들은“아직 FTA 타결단계인 만 큼 국내업체들은 실제 FTA로 인한 관세인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대응하며‘명품화’를 통해 차별성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앞다투어 아시아 지역 유통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해외진출 물류기업 현황 및 애로실태 조사’에 따르 면 올해 해외진출 물류기업의 화주기업(물류기업과 계약을 맺고 물류서비스를 제공받는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비중이 유통업이 22.7%로 2012년보다 2.6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물류는 제조업체의 수출입 및 부품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최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의 소비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 인터넷, 홈 쇼핑 등을 비롯한 유통업 화주의 물류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한중 FTA에 따른 물류서비스 수요 증가를 기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