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엄지용 기자
사람은 누구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목표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가령 좋아하는 이성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고백 장소를 물색하고 어떤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나갈지 고민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좋아하는 이성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고백 장소를 물색하는 것과 같은 세부적인 계획은 머리 속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계획을 수립해 나간다.
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목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늘 나는 ‘중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군대를 전역하고 얼마 안됐을 때, 나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글을 봤다. 그것은 성공의 조건에 관한 글로, 어떤 저명한 사회과학 분야의 교수가 한 말이었다. 글의 내용인 즉슨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의 교집합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중심’이란 이 교수의 말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중심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이라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완벽하게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일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중심은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여도 된다. 물론 두 가지 이상이 겹치면 더욱 좋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아도 된다. 중심의 조건은 단순하다. ‘나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 ‘이것만 생각하면 벅차올라서 어떠한 것도 할 수 있는 의지가 생기는 것.’ 이것이면 충분하다.
필자는 기타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이벤트를 해주기 위해 시작한 기타였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 애정을 가지고 있는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내 마음에 품고 있는 ‘중심’ 중에 하나이다. 실제로 나는 내 전공인 물류와 기타를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까 군생활 내내 고민했었고, 그것을 위해서 ‘악기물류’를 진로로 정하고, 관련 유통업체인 ‘기타네트’, ‘스쿨뮤직’ 등을 조사하고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 보기도 하였다. 전공인 물류를 공부하면서도 어떻게하면 내가 원하는 악기물류 분야에 이 지식을 쓸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자 정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전공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지금은 악기물류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악기를 중심으로 습득한 전공지식들은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내 뇌리에 각인되어있고, 그것은 아직까지도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
두 번째 중심은 우연히 찾아왔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해보겠다고, 공연 기획 대외활동을 해보고 밴드활동을 계속하고 있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공 과목 팀프로젝트 중에 우연히 e-commerce 물류를 주제로 다루게 됐고, 그것에 대해 조사하는 중에 이것이 내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 물류학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원자재 구매, 조달 물류부터 물류센터 혹은 생산공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내물류, 흔히 일반인들이 물류라고 인식하는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과정을 다루는 판매물류까지 다양하다. 사실 전통적인 물류의 목적은 재고 유연화를 통한 비용감축이다. 때문에 수요예측을 통해서 예상재고를 정하고, 그에 따른 운송경로를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달, 생산물류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 창출은 마케팅, 영업팀에 맡겨놓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e커머스 물류는 달랐다. 그들은 소비자 접점인 유통매장 역할을 하는 웹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다양한 소비자의 반응들을 직접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수요 데이터를 활용하여 물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으며, 그것은 마케팅 전략과 유동적으로 결합하여 기존과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e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대부분 ‘문화상품’ 이라는 것이었다. 패션의류, 도서, 음반과 같은 상품들은 e커머스 판매 수익의 높은 파이를 차지하는 상품이다. 게다가 e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유형의 제품 뿐만 아니라 무형의 공연, 여행 상품 또한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유형의 제품을 빠르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송한다는 전통적인 물류의 개념을 넘어서 무형의 제품을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의 개념까지 포함하는 산업인 것이다. 즉, 무형의 제품을 판매함에 있어서 필요한 공급망을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재고를 배치할 수 있는 신전략을 개발할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소비자 접점에서 문화상품의 이동을 다룰 수 있다는 매력은 e커머스 물류를 나의 두 번째 중심으로 만들었다. 조금 돌아왔지만, 나의 첫 번째 중심인 ‘악기를 포함한 음악산업’은 ‘문화산업’이라는 조금 더 큰 개념으로 발전하였고, 이것은 e커머스 물류라는 두 번째 중심을 지원해주었다. 사실 어떤 재화이든 마찬가지이지만, 그 재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그것을 다루는데 큰 어려움이 있는데, 나같은 경우 개인적인 관심으로 인해서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 특히 음악산업에 대한 이해만큼은 일반인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첫 번째 경우와 같았다. 이후에 모든 전공과목들은 e커머스 물류를 중심으로 듣기 시작하였다. 공급사슬관리 수업을 들을 때는 Amazon의 혁신전략을 연구하였으며, 사회문화조사방법론 수업을 들을 때는 음악 산업의 트렌드를 조사하고, 그것에 대한 간단한 빅데이터 분석을 하기도 하였다. 사실 빅데이터에 대한 수업은 따로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과 기사를 통해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e커머스 물류’ 라는 중심을 통해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물류는 어디에든 존재한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주문, 블렌딩을 거쳐 나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과정, 그 작은 시간 속에도 물류는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심만 확실하게 잡는다면, 물류는 그 어떤 학문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다. 지금 나의 중심에는 e커머스 물류라는 거대한 원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문화산업’, ‘빅데이터’, ‘마케팅지식’ 등이 거대한 중심의 주위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커다란 중심을 지원해주고 있다. 중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특별하게 만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중심을 기준으로 새롭게 관찰, 해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목표와는 다르게 중심은 ‘나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들 수 있는 것’ 이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잘하는 것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그 중 여러 가지의 교집합일 수도 있다. 가령 높은 토익 점수를 받는 것은 나에게 목표가 될 수 있을지언정 중심은 될 수 없다. 토익 점수는 단순히 취업에 필요하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지, 그것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내가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번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무엇인가가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정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라. 당신의 세상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