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병무 한국무역협회 통상전문위원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기업들은 수출경쟁력뿐만 아니라 수출채산성 저하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점은 주요 경쟁국 환율에 비해 원화 환율 하락세가 두드러져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금년 6월 23일 현재기준 원/달러 환율은 1018.5원으로 지난해 말 1055.4원에서 3.5%나 하락했다. 지난 6월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16.2원으로 거래를 마쳐 5년 10개월 내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1010원대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이나마 다행이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일부 연구기관에서 연내 1000원 선이 붕괴할 것으로 점쳤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으면 우리 경제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주체들은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로 급변하는 사태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역할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8월‘2012년 수출, 우리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나?’라는 조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재정절벽 등 대외 불확실성과 수출단가 하락 등으로 전년대비 1.3% 감소했으나 여전히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연관분석 결과 수출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51.0%로 내수부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2.0%의 경제성장률에서 1.0%p를 차지해 수출의 경제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는 수출을 제외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1%에 머물렀을 것을 의미한다.
수출은 일자리 창출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수출에 의한 취업유발인원은 374만 명을 기록했으며 전기기계 및 장치, 자동차 부문에서 취업유발인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수출의 취업유발인원은 262만 명으로 제조업 전체 취업자 수의 63.8%를 기록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우리 수출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경제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성장 동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나아가서 명목상의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곳곳에 전파되는 파급효과, 특히 취업유발 측면에서 우리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일부에서 수년 전부터 수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역할이 한계에 도달했으니 앞으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내수활성화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정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교육, 관광, 의료 부문과 관련다양한 대책과 방안을 내놓았으나 시장이 반응을 보이기에는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환율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은 ‘2014년수준별 경제전망’에서 2014년 연평균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4.1% 증가한 5826억 달러, 수입은 13.5% 증가한 5854억 달러로 무역수지가 2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로선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 같지 않아 다행이다.
지난 5월 무협에서 실시한‘환율하락이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수출기업이 평가한 적정 환율은 1073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4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적정 환율은 대기업 1069원, 중소기업 1073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대기업1040원, 중소기업 1046원이었다. 따라서 현 환율수준을 감안 시 수출기업의 76.5%가 출혈수출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환율하락으로‘수출채산성이 악화되었다’는 응답이 88.5%에 이르며 ‘수출물량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28.2%로 나타났다. 현재의 환율수준이 금년말까지 지속될 경우 당초 계획 대비 수출액 차질이 예상된다는 응답이 87.1%에 달했다. 이 중 5% 이상 차질이 발생한다는 응답은 34.4%를 차지했다.
한편, 수출기업은 환율하락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원가절감이 응답의 24.2%, 신규시장 개척 23.1%, 품질향상 및 신제품 개발 17.6%를 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수출기업도 환율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명한 일이다.
◈환율하락에 대한 대처
이제 환율 하락에 대한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한 때이다. 벌써 국제사회에서 환율에 관한‘ 코리아 배싱’(한국 때리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재무성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경상수지 흑자국 중의 하나로 거명하며 원화가 절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한술 더 떠 지난 6월초 한 TV 채널을 통해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침체, 환율하락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경제의 위기에 관한 토론회까지 열었다. 이는 강력한 엔화 절하로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하겠다는 일본의 오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외환위기를 맞아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지원받으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약3,609억 달러로 그때에 비하면 크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 권고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고는 4,934억 달러이니 경상수지흑자 유지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와 유관기관은 늘 국제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해 유사시에는 힘을 합쳐 환율하락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외환보유고를 제고해 쓰나미처럼 밀어닥칠지 모를 외환위기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
유비무환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