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TPP 뛰어든 한국… 새로운 기회와 도전

by 콘텐츠본부

2014년 07월 15일

얼마 전 일본 와세다대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국내 한 경제지에 한국의 신속한 TPP(Trans 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참여를 촉구하는 칼럼을 썼다. 내용의 요지는 세계 통상교섭의 새 트렌드는 TPP 같은 다국 간 포괄적 교섭이니한국이 양국 간 교섭인 FTA 체결에만 집착하지 말고 ?TPP에 빨리 참여하라는 것이다.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사실 FTA는 관세철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TPP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목표로 상품, 서비스, 투자뿐만 아니라 환경, 노동, 분야 횡단적이슈(Crosscutting Issue) 등 새로운 분야를 포함하는 포괄적 협정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TPP가 우리 귀에 익을수록 그 논란은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시급하다.

 

◈10.7조, 교역 경제블록 탄생


원래 TPP는 2006년 5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4개국 간 P4 협정을 발효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2009년 미국이 기존 4개국에 더해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8개국 간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이어서 2010년 말레이시아가 참여해 9개국으로 확대되었으며 2012년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2013년 일본이 참여,현재 총 참여국은 12개국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TPP에 참여를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올해 12개국과 1차 예비협의를 마쳤으며 6개국과 2차 예비협의를 진행하면서 참가 가능성을 검토 중에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연구기관 용역을 통해 경제적 영향분석을 진행하는 가운데 국회차원의 제1차 공청회 개최,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제2차 공청회 추진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TPP가 체결될 경우 경제 규모면에서 EU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수준의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TPP의 경제규모는 27.6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38.4%를 차지하며 EU, NAFTA는 물론 현재 중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능가하는 경제블록이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할 경우 GDP 기준으로 경제 규모는 금액 면에서 28.7조 달러에 이르고, 비중 면에서 전 세계의 40%를 차지하게 된다. 교역규모도 9.6조 달러에서 10.7조 달러로 확대, RCEP의 10.5조 달러를 뛰어넘게 된다. 그러나 TPP 참여국 중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을 비롯해 3개국에 불과하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협상타결의 아킬레스건


현재 TPP 협상은 21개 분야 중 분쟁해결, 전기통신, 무역 원활화, 전자상거래, 식품동식물검역규제조치, 무역기술장벽, 협력, 무역구제, 제도적 사항, 분야횡단적 이슈 등 10개 분야는 대부분 합의하고 실무작업만 남은 상황이다. 아울러 투자, 원산지규정, 정부조달, 국경 간 서비스, 금융서비스, 일시입국,노동 등 7개 분야는 합의에 가깝게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타결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분야는 상품, 지재권, 경쟁 등으로 참여국 간 이견차가 커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환경 분야 역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양자협상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품분야에서 일본은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해 쌀, 유제품, 설탕, 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소위 성역 5개 분야의 관세 철폐 예외를 주장하며 절충안으로 성역 가운데 가공품 등 일부 분야의 개방 혹은 일정 물량의 저율관세할당을 제시하며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의 관세 조기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일본에 10년 이상 장기철폐를 통해서라도 성역 포함 100% 관세철폐를 요구하며 자동차와 관련 자국시장 개방에 대해 장기철폐, ?세이프 가드도입 등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며 일본 시장의 비관세장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재권분야에서는 미국 등은 서적, 음악, 만화 등의 저작권기간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사후 50년을 사후 70년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등 창작 권리의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신약 개발의동기가 감소되지 않도록 신약 데이터의 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복제약 출시의 지연과 가격상승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쟁분야의 초점은 국영기업에 대한 우대철폐 문제로 미국 등은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국영기업에 대한 제도나 세제 등의 우대를 철폐할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반면에 국영기업의 영향력이 큰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참여국 간의 산업과 경제수준의 차이는 지난 4월 하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으로도 풀 수 없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 되었다. 결국 TPP 협상은 금년 하반기 미국의 선거 정국 돌입으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기회와 도전 삼아야


먼저 우리나라가 TPP 참여 시 시장 확대효과를 바탕으로 수출증대가 가능할것으로 보인다. TPP 12개국에는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멕시코, 뉴질랜드 3개국이 포함되어 있어 TPP 참여 시 3개국과 FTA를 단번에 체결하여 시장 확대가 가능하며 한국-ASEAN FTA에서 개방수준이 낮았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도 기대된다. 일본, 멕시코, 뉴질랜드 3개국은 우리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제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높은 소득수준으로 구매력이 큰 시장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한국-ASEAN FTA를 통해 이미 FTA를 발효했지만 관세철폐 비중이 각각 83.5%, 90.7%로 높지 않으며 자동차, 기계 등 우리 주력 수출상품의 개방이 미미해서 TPP를 통해 추가적인 시장개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TPP를 통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소매점포 출점 제한 완화, 통신 인프라개방, 금융시장 진출완화 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서비스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TPP 참여 시 우리나라는 역내 생산네트워크에 편입되어 중간재 공급자의 역할 수행을 통해 수출증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TPP 역내 생산법인 운영으로 미국 등 주요시장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TPP에 참여치 않을 경우 통일 원산지규정과 원산지 누적기준을 채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생산 네트워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서 우리나라 (67.6%)는 일본(58.9%) 등과 함께 중간재 공급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최종재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74.1%), 베트남(60.9%), 멕시코(49.1%) 등은 생산기지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가운데 44.6%가 TPP 역내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TPP 참여 시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연구보고서 ‘위험한 TPP 참여’에서 TPP는 모든 관세의 완전 철폐를 포함한 농산물의 전면개방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제인켈시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는 국회‘TPP 현황과 국제 심포지엄’에서 TPP가 달성하려는 궁극의 목표는 공기업 해체와 민영화임을 경고했다. 이에 TPP 참여에 대한 정부의 지혜로운 대비를 주문한다. 가능하면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서 졸속이니 무대책이니 하는 비난을 듣지 말아야 한다. 그간 쌓은 FTA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잠시 뒤로 물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협상을 준비하고 진행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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