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인 위상강화 프로젝트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종합물류연구실장
수년전 A사의 물류터미널을 견학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하였 는데, 현장을 안내하기 위해 나온 A사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홍콩에서 물류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직원은 홍콩과기대를 나온 20대의 최고급 인재로 당시 연 봉은 10만불을 넘는 수준이고, 스스로 A사 및 고객사의 물류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지식서비스업에 종사한다고 말했다.
또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금융전문가와 함께 물 류전문가가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자신처럼 최고대학을 졸업한 사람 중 상당수가 자국 내 물류기업에 취 업하고 있다고 한다. 물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 분 비슷한 생각이 들었겠지만 홍콩의 어떤 환경이 물류전문가 를 최고의 직업으로 만들었을까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물류전문가에 대한 인식과 대우로 귀결된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주요 산업은 금융업과 물류업으로, 이미 물류업이 핵심성장동력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국가 차원의 적극적 육성의지 및 투자에 따라 사회적 인식 도 상당 수준 높고, 물류전문가가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 다. 누구나 직업을 선택할 때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보상받고 사회적으로 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자 하는데, 홍콩은 이미 이 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갖추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이 계속해서 우수한 인력의 유입을 유도하고, 물류산업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구조를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국내 모 대학에서 물류를 전공한 졸업생의 상당수가 취업과정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물류기업보다는 명망있고 급여수준이 높은 제조업이 나 공공기관을 선호한다는 말을 듣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정부와 물류기업을 비롯해 우리 물류인 모두가 공동으 로 책임져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국내 물류기업의 임금수준과 근로여건은 선진국을 비롯해 타 업종과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임금수준은 물류기업의 수익성 과 직결되지만, 국내 물류기업의 수익성은 선진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게 현실이다. 일부 물류기업에서는 화주가 수수료를 너무 박하게 책정하고 비용증가 요인을 적시에 반영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우리가 화주의 비용을 얼마 나 줄여주고, 얼마나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되 짚어 봐야 한다.
화주를 탓하기 전에 물류기업 스스로 화주를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협력업체에는 어떤 대우 를 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우리 물류기업의 서비스 개념이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 물류기업들은 아직까지 현장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어 부가가 치 창출 수준이 낮고, 현장근무 중심의 근로환경은 우수인력이 취업을 기피하는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물류의 속성상 현장서비스를 버릴 수 없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현 장서비스를 최대한 효율화하고 저비용화하여 지식서비스산업 으로서의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 보다 좋은 대우로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여 고부가가치 서비스 역량을 발굴하고, 현장서비스는 외국인근로자 등 저비용의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우수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외국인 고용 등 현장인력 수급 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물류기업과 선배물류인들 은 우수한 후배들을 유치하기 위해 급여, 근로환경 등에서 보 다 전향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선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물류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위기의식을 갖고 물류인 모두 온 힘을 투여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