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전 '날선 공방'
대기업 잇단 러브콜…해운·물류업계 '위기감' 호소
물류산업 발전 기여와 시장독식 우려 꼼꼼히 살펴야
대한통운 인수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기업의 택배시장 독점, 해운업 진출 문제 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 대한통운 매각 초반부터 순탄치 않은 여정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28일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대한통운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자 대기업 중심으로 물류시장이 재편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 부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양상이다.
현재 대한통운에 관심을 보인 곳은 포스코와 롯데, CJ 3사. 이외에도 삼성,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TX 등 4~5개 그룹사들도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강화된 M&A;심사기준이 어떤 영향을 미치질 주목된다. 올해 공정위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가격인상과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M&A;심사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CJ의 경우, 택배 2위 업체라 1위인 대한통운 인수로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인 상황이 될 수 있는 점에 유념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택배 등 국내 물류시장을 특정업체가 독차지할 우려가 없는지 살펴봐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관심을 보인 정도에서 경쟁업체들이 벌써부터 시장독점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전체 택배시장 규모 중 빅 4사(대한통운, CJ GLS, 한진, 현대로지엠)를 합치면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현재 택배 빅4사의 시장 점유율은 58%에 달한다.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들의 인수전 참여도 중소운송업체들에게 부담스런 눈치다. 중소운송업체 A사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 중에 물류자회사 없는 곳이 없다. 물류자회사가 늘면서 다단계 운송시장(재하청)이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중소운송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유다"고 말했다.
또 중소해운업체 B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시장에 포스코 같은 대형화주가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소업체들에게 부담스런 일"이라며 "대형화주의 물류업 진출은 결국 대-중소기업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포스코가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할 것이란 업계 전망에 대해 해운법 24조에 의거 대형화주의 진입이 제한된 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해운업 진출 계획이 없다"며 "대한통운 인수검토가 해운업 진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로 자칫 대형제조·유통업체들의 배만 불려서는 안 된다"며 "인수후보기업들이 정말로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를 할지, 물류시장 독식의 우려는 없는지 정부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통운 매각은 내달 본격화될 전망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이 인수한 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47.9% 중에서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3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