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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앓는 택배업계

by 콘텐츠본부

2011년 01월 12일

성장통 앓는 택배업계
해마다 물량 두 자릿수 껑충, 증차는 7년째 제자리
관련법 부재, 기업들 '시설투자·고용창출' 의지 찬물



택배업체들이 연초부터 비상태세다. 당장 새해 첫 특수인 설 명절이 걱정이다. 해마다 물량은 두 자릿수씩 성장하는데 택배현장에 일할 사람과 차량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관련법 하나 없어 7년째 화물차 증차가 제자리다. 업무가 고되 내국인은 일자리를 등졌고, 현장은 불법용차와 인력부족, 외국인 불법고용 문제로 아우성이다.

지난해 매출 3조원, 총 택배물량 12억 박스, 국민 1인당 연간 21회 이용. 5년 만에 2.4배 규모로 커진 국내 택배산업이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수년째 정부가 방치한 택배시장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만성적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주요 택배사들은 일제히 설 성수기를 앞두고 비상수송대책안을 내놨다.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저마다 용차와 퀵서비스를 늘리고, 아르바이트생과 본사직원을 현장에 충원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들의 발표내용은 한결같이 대책이 아닌 땜방식 대응에 불과했다.

업체들은 원활한 수송에 만반의 준비를 약속하며, 겉으론 함박웃음을 띄웠다. 그러나 택배현장직원들은 설이 하루, 하루 다가올 때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든다. 왜일까? 실제로 최근 5년간 설, 추석 등 성수기를 분석한 결과, 택배사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지난해 추석에는 C택배사가 과도한 물량 처리와 시스템 오류로 터미널 기능이 마비된 사고가 발생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한 기업의 지나친 영업욕심이 부른 서비스 붕괴는 업계 전체로 영향을 끼쳤다. 넘친 물량은 경쟁사인 D사와 L사로 유입돼 C사와 똑같은 우(憂)를 되풀이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같은 시기에 D사는 광주지역에서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화물연대 소속 택배기사들이 수수료 인상을 놓고 분쟁이 있었다. 화물연대 소속 택배기사들은 자신들의 노조성을 인정하고, 기름값 인상에 따른 수익성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파업을 지켜보던 D사의 화주들은 불안감에 타 택배사인 H사로 물량을 넘겼다. 다급해진 D사는 부랴부랴 수수료를 인상해주는 선에서 급한 불을 껐다.


업계 이런 악순환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의 택배이용 불만도 늘고 있다. 각종 포털에 택배관련 검색어를 치면 줄을 잇는 소비자들의 불만댓글이 그 증거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서비스개선 대책을 세울 엄두를 못 낸다. 할 수 있다는 게 고작 불법용차와 불법외국인근로자를 모집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정도다.

이를 놓고 업계는 정부가 택배업을 보호할 관련법을 조속히 만들어 기업들의 시설투자와 고용창출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불법용차가 줄게 되고 지입차량이든 직영차량이든 회사에 소속된 화물차가 증가해 정부의 세수확대와 투명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정부는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한 택배법 관련 발의를 놓고 개별화물업계와 택배업계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유보시킨바 있다. 다행히 올 초 양 업계를 대표하는 개별화물연합회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택배법 통과를 위해 T/F팀을 구성해 이해득실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젠 정부가 나설 차례다. 더 이상 정부가 업계의 불법증차와 불법고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업 활동이 원활해지고 투자와 고용이 촉진될 수 있도록 택배법에 관련한 입안 당사자들을 설득시키고, 관련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한파와 폭설이 많다. 현장의 강추위와 미끄러지는 도로 위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고생할 택배업 종사자들이 불안한 설을 준비하고 있다. 무관심 속에 성장통을 겪고 있는 택배업계에 정부가 새해 선물을 준비할 때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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