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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틱스 키즈’ 대학‧대학원생들이 바라는 ‘물류적 미래’란?

by 신승윤 기자

2020년 03월 27일

 

글. 신승윤 기자

 

진로는 누구에게나 고민거리다. 초등학교를 다니며 장래희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교생 때에는 시험 성적이나 개인 특기에 맞춰 향후 진로를 선택 및 조정한다. 본격적인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학과 선택에서부터 해외연수, 인턴,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형태로 취업을 준비하는데, 문제는 최소 4년의 시간동안 공들인 본인의 전공학문이 직업의 선택 및 경력 취득과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잡코리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3명이 ‘새해에는 이직하겠다’고 답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흔히 입사 후에도 한동안 지속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물류인을 꿈꾸는 사회초년생들은 어떠할까? 물류회사 입사를 희망한다 하면 ‘택배회사로 가길 원하느냐’는 질문이 돌아오는 등 여전히 택배 외의 물류영역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낮은 지금, 과연 물류 전공자 본인은 육‧해‧공을 넘나드는, 실로 다양한 물류 내 직종과 본인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전공과 취업은 다르다’는 표현이 일반 명제가 되었음과 함께 대학홍보문구로 ‘00년 연속 취업률 1위’가 흔히 사용되는 아이러니 가운데 과연 실제 물류 전공 대학‧대학원생들, 그리고 이를 거쳐 물류회사로 입사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만나 확인해봤다.

 

※ 이어지는 내용은 인천소재 대학들에서 물류를 전공한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합니다.

 

‘취업보장’이라는 매력

 

대학생 A는 물류관련 전공을 선택한 이유로 높은 취업률을 들었다. A는 “선택한 학과의 취업률이 75%에 이르고, 장학금 등 각종 혜택을 보장하기에 선택했다”며 “많은 학우들이 물류업계와 관련 직종을 새롭게 떠오르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 분야로 인식하고 해당 학과를 선택했다. 입시 당시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 어른들의 추천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A는 국제무역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는 한편, 졸업을 위해 모 포워딩 기업에서의 인턴 생활도 마쳤다. 그러나 현재 그는 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관세사가 되기 위한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A는 “국제무역에 뜻이 있어 글로벌 포워딩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등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맞닥뜨린 업무들은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전공 학문이나 자격증 시험을 위한 내용과도 큰 연결점이 없다고 느끼자 일종의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이는 취업률 등과는 별개로 향후 나의 진로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관세사라는 새로운 목표는 어떻게 세우게 되었냐는 질문에 A씨는 “친하게 지내던 선배를 통해 알게 된 직업”이라며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을 때, 우선 수익 면에서 매력적이었다. 단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무작정 모 관세사무소를 찾아가 현직 관세사께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무례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나 의외로 나를 너무 반겨주셨고, 관세사란 무슨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 직업인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시험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전공 학문을 통해 배운 내용과 국제무역사 등 자격증 공부를 하며 익혔던 용어 등이 관세사 공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오직 물류만이 가능한 일 하고파

 

물류전공 대학생 B는 물류업계 내 진출하고자 하는 영역이 뚜렷하다. B는 “전공 선택과 함께 구호물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며 “구호물류란 분쟁, 재해 등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호물자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특수한 업무다.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된 업무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동서식품의 파주 재해구호 물류센터

 

향후 취업 계획에 대하여 B는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앞두고 인턴모집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구호물류는 국제기구 등 특수한 조직에서 이뤄지기에 일반적인 취업준비와는 그 과정이 매우 달랐다. 주변 학우들이 준비하는 물류회계, 물류관리 등 자격증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입사나 그 후의 업무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현재 복수전공으로 공학을 공부해 물류 시스템 분야로 진출을 준비 중이며, 일반 물류기업에 입사해 물류경영 파트에서 일하다가 위급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별도로 구성되는 구호물류팀으로 파견 가는 형태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분야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B는 “인턴활동 중 필요한 필수적 역량은 컴퓨터 활용능력이었다. 사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을 일정 수준 이상 다룰 줄 알아야 원활한 업무가 가능하다. 물류적 지식은 입사 후 각 기업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습득, 응용 가능하니 사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턴이 경험할 수 있는 사내 업무는 한정적이겠지만, 그 전에 각 물류기업 및 파트마다 어떤 업무를 진행하는지 사전에 조금이나마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물류 연구자, 정보와 체험이 필요해

 

대학원생 C는 국제물류 학사를 거쳐 석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C는 “좋은 기회로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 위치한 항만들을 견학할 수 있었다”며 “이때 벨기에 앤트워프 항만(Antwerp Port)의 컨테이너 자동화 시스템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향후 목표는 연구기관에 입사해 지속적으로 해외 자동화 사례를 발굴, 국내에 적용하는 것”이라 말했다.

 

부산을 거쳐 인천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C는 “단순히 취업만 생각해도 부산 내 인프라 보다는 서울‧경기지역까지 쉽게 진출이 가능한 인천이 유리하다 생각했다”며 “학업에 있어서는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고, 타 지역에서 학습한 내용들을 향후 고향인 부산지역과 부산항에 적극 적용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 컨테이너 운반 자동화를 이룬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만

 

이어서 C는 “물류와 관련해 국내 다양한 연구기관이 존재하나, 각 기관의 구성원이나 연구원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진행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한다. 보다 다양한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고, 가능하다면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연구가 연구로만 남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효능을 느끼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때문에 향후 어떤 진로를 선택했을 때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원생 D는 항공교통을 전공으로 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D는 “대학 졸업 후 관제사, 운항관리사* 등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며 “인턴활동을 통해 현장을 경험함과 동시에 IATA 등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공부 시간을 몇 년 더 가지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학문적 욕심이 있으며, 현장보다 연구기관에 입사하는 것이 보다 적성에 맞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 Dispatcher, 지상에서 근무하는 항공기 운항관리자. 비행 계획을 작성하고, 비행 중인 항공기의 운항 상태를 감시하여 필요한 정보를 기장에게 제공함. (출처: 과학기술용어사전)

 

▲ 운항관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D는 “아직까지 항공이라 하면 대부분 여객을 떠올리지만, 인천국제공항만 해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항공화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항공이 우리나라 물류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앞으로도 국내 공항들이 세계 항공을 선도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고 싶으며, 이를 위해 항공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 입사를 위한 체험의 기회가 다양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물류 ‘주니어’들의 생각은?

 

한편 물류기업 입사 5년차 이하의 주니어 물류인들은 그들의 취업과정 및 현 업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내 물류기업에 입사해 활동하고 있는 현직자들이 느낀 현업, 그리고 후배 물류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현직자 E는 국내 물류 대기업 소속으로 4년간 일하며 2번의 부서이동을 겪었다. E는 “대학 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들은 대부분 현업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흔히 학업과 현업이 일치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 학문을 통해 배운 다양한 용어 및 물류적 사고방식은 현업을 이해하는 시간을 상당 시간 단축시킨다. 사무용 소프트웨어들을 적절히 다룰 줄 아는 능력 또한 큰 도움이 된다. 야근을 피하기 위한, 또는 단축시키기 위한 필수요소”라며 웃어보였다.

 

또 다른 현직자 F는 “물류 전공 내에서도 참으로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며 본인이 중점적으로 공부한 분야와 관련된 부서, 업무와 만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력사원은 다를지라도, 신입사원의 경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서로의 발령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해당 부서에서 물류와 크게 관계없는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직장 선택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연봉인지, 주 업무인지, 인간관계인지, 향후 비전 등인지 말이다. 이에 따라 향후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지스틱스 키즈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

 

물류업계로의 진출을 꿈꾸는 대학‧대학원생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다양한 정보 및 체험의 기회’다. 물류업계 내 기업과 직종은 실로 다양하지만, 관련 정보가 부족한 탓에 사회초년생들이 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희망하는 기업이나 직종과 관련해서도 실제 현업 단계에서 이뤄지는 업무에 대한 정보가 전무해 입사는 물론, 입사 후에도 큰 혼란을 겪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심한 경우 대학교육 자체에 대한 회의와 불신으로 이어지는 사례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애초에 대학은 취업교육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 사회와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현상들을 학문으로 적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이론적으로 제시하며, 관련 업계로의 진출을 앞둔 학생들의 소양과 사고, 철학을 적립하는데 이바지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기업과 기관, 대학 모두 본 역할에 충실하되, 현 우리사회가 맞닥뜨린 취업난에 관해 상호 협력을 통한 별도의 보충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초년생들이 원하는 정보는 명확하다. 다양한 직업의 성격과 실제 진행하는 업무, 그리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물류업계 내 다양한 조직체들이 직무와 관련해 실질적인 정보를 적극 공유함과 동시에 한층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청년세대들과의 소통을 통해 습득 및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간다면, 물류가 말뿐이 아닌 ‘진짜 대세’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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