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새벽 꽃시장에 부는 플랫폼 바람, 화훼물류 스타트업 ‘오늘의꽃’

by 신승윤 기자

2020년 01월 21일

화훼시장 뛰어든 스타트업, 꽃도매 새벽시장에 이커머스 시대 열까

화훼도매업자는 이커머스 셀러로, 꽃집 사장은 새벽배송 이용자로

꽃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화훼물류, 향후 수익구조와 비전은?

 

글. 신승윤 기자

 

연말연시를 맞이해 크리스마스, 신년행사 등 크고 작은 각종 이벤트들이 연이어 열리는 요즘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행사의 꽃, 말 그대로 ‘꽃’을 전국 각지에서 조달하기 위한 화훼물류가 한창이다. 그런데 말이다. 비수기인 6~8월을 제외하고도 생화(生花)의 폐기율이 30%에 육박한다는 것을 혹시 알고 있는가? 더불어 전국의 모든 꽃들은 수확 후 고속버스터미널 및 양재꽃시장에 도착한 뒤 다시 각지로 판매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 같은 국내 화훼시장의 특수성에서 비롯한 여러 불편사항들을 현장에서 파악하고, 이를 물류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 ‘오늘의꽃’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화훼시장에 뛰어든 이유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이곳에서 만난 임재범 오늘의꽃 대표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SDI, CJ제일제당에서 각각 전략개발과 분석기술팀 소속으로 근무했다. 소위 ‘공돌이’ 출신인 그가 꽃을 만난 것은 플라워 클래스를 통해서였다. 임 대표는 “직장생활과 카페 창업 등을 거치며 다소 지친 심신에 여유를 가지던 중 플라워 클래스를 수강하게 됐다”며 “그 뒤로 꽃의 매력에 빠져 1년에 걸쳐 수업을 들었고, 이후 꽃집을 차리기에 이르렀다. 오늘의꽃을 창업하기까지의 아이디어는 이처럼 화훼소매업을 경험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소개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화훼시장 규모는 1조2000억 원이며 그중 일상용 소매시장이 75%, 경조사 시장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에 위치한 화훼소매업체는 약 1만300여 곳이며 그 중 수도권에 5300여 곳이 몰려있는 상황. 그 가운데 당일 아침 수확한 싱싱한 생화들은 전부 서울에 위치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양재꽃시장으로 집합한다. 전국단위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물류가 이뤄지는 화훼도매시장은 생화가 도착한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야시장 형태로 열리며, 예쁘고 신선한 꽃을 미리 선점하기 위해 방문한 꽃집 사장들로 인해 새벽 내내 분주하다.

 

임 대표는 “일주일 중에서도 ‘장날’이라 불리는 일, 화, 목요일 밤이 가장 분주하다. 고속터미널의 경우 164곳의 도매업체가 위치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만5000단 이상의 생화가 이곳에 들어온다. 아침에 농장에서 수확한 생화는 전국 농장을 순회하는 화물차에 실려 저녁 시간에야 꽃시장에 도착한다. 이후 도매업체에 넘겨져 판매용으로 정리되는데, 시장 내에서 소매업자들에게 판매되거나 다시 전국의 거래처로 재분배된다. 지방으로 운송될 경우 효율을 위해 합포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분주한 강남고속터미널 화훼도매시장의 장날

 

임 대표를 포함한 오늘의꽃 구성원들의 절반 이상은 화훼소매장이나 농장, 화훼시장 물류 출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즉 직접 시장을 경험한 뒤 불편했던 사항들과 관련해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구성하는 식이다. 임 대표는 “꽃집을 직접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새벽시간에 꽃시장에 들러 장을 보고, 돌아와 다시 장사를 준비해야 하며, 저녁까지 매장을 운영한 후 또 다시 새벽시장 방문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도매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온라인 진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꽃 서비스”라 말했다.

 

화훼소매업자, 새벽배송 이용자가 되다

 

오늘의꽃 플랫폼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화훼도매시장 온라인 주문 및 콜드체인 배송 서비스’다. 도매시장에 직접 가지 않고 웹과 앱으로 꽃을 주문할 수 있으며, 주문한 꽃은 새벽배송을 통해 원하는 장소에서 수령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쇼핑몰을 이용하듯 도매업체마다 업로드 한 꽃 제품들을 둘러본 뒤 장바구니에 담고, 이를 일괄 결제하면 된다. 단 주문 가능시간은 일주일 중 장날인 일, 화, 목요일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임 대표는 “오늘의꽃 플랫폼을 통해 꽃집을 운영하는 소매업체는 물론 예식장, 이벤트홀, 학교와 학원 등 도매 단위의 꽃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특히 소매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꽃집들은 최근 사전 예약을 통해 필요한 수량과 종류만큼의 꽃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요가 많은 인기 상품을 일찍 도매시장을 찾은 누군가가 사재기할 경우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오늘의꽃을 이용하면 필요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고 소개했다.

▲ 오늘의꽃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꽃을 구매할 때 만날 수 있는 화면

 

이어 임 대표는 “온라인 구매는 소매업자들로 하여금 오직 제품의 품질과 매장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직접 꽃집을 운영해봐서 잘 알고 있다. 분주히 새벽시장을 찾아 이곳저곳에서 꽃을 구매하는 것도 일이지만, 많은 양의 꽃들을 차량으로 옮기고, 이를 매장에다 옮겨놓고, 다시 집에 들러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보통 거주지와 매장의 위치는 떨어져 있기 마련이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더불어 중간에 떠버리는 시간까지 하면 에너지 낭비가 상당하다.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힘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구매는 이처럼 번거로운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훼도매업자, 이커머스 셀러가 되다

 

그렇다면 도매업자들에게는 오늘의꽃 플랫폼은 어떤 이점을 가져다줄까. 먼저 기존 거래처나 단골이 아닌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판매채널이 하나 증가한다. 현재 강남고속터미널 화훼시장 측의 협력을 통해 꾸준히 입점업체들을 늘려가고 있는 오늘의꽃은 업체별 제품 사진 촬영 및 웹 업로드 작업에 한창이다. 임 대표는 “젊은 도매업자들은 물론 어르신들께서도 입점에 적극적”이라며 “이메일 주소가 없으신 어르신들께는 직접 메일 가입과 함께 입점까지 도와드리고 있다. 그만큼 온라인 판매와 향후 경쟁력 확보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고, 이를 해소시켜드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 상품 픽업부터 포장, 최종 배송까지 오늘의꽃이 담당한다.

 

더불어 도매업자들은 기존 수기 중심의 업무처리를 전면 전산화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기존 꽃시장에서는 꽃말 등 기본적인 정보들을 표기하지 않은 채 단순히 진열하는 형태로만 판매가 진행됐다. 또한 모든 결제 및 정산을 수기로 기록해 진행하고 있기에 불편함도, 오류도 많다. 반면 오늘의꽃 플랫폼은 기본적인 판매 및 결제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매주 1회 자동으로 정산과 입금을 진행해주기 때문에 도매업자들 또한 꽃 품질 관리와 판매 증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꽃이 선택한 화훼물류방식

 

그렇다면 주문 건에 대한 물류 서비스는 어떻게 제공할까? 오늘의꽃은 강남고속터미널 건물 내 별도의 물류 공간을 마련 중에 있다. 이곳에서 도매업체별로 수거한 배송 물량을 직접 포장하고 있으며, 콜드체인 전문 3PL 팀프레시와의 협력을 통해 준비된 냉장차량에 상차, 서울‧경기 권역별 새벽배송을 진행한다. (팀프레시의 권역별 새벽배송 시스템은 CLO M <COOL>을 참고) 기본적으로 합포를 진행하면서 꽃의 신선함을 위해 최대 25건만을 라우팅하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오늘의꽃 또한 이커머스기 때문에 오배송 또는 꽃의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꽃 상태 확인 및 정책에 따른 환불이 이뤄지며, 해당 꽃은 상품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폐기한다. 단 도매업체 측에서 재고꽃* 등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을 보냈을 경우 책임은 도매업체에게 있다. 단 이 같은 문제는 향후 온라인 플랫폼 상에 고객들의 상품 후기와 별점 등이 데이터로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정기능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당일 수확한 생화가 아닌 수확 후 하루 이상이 지난 꽃을 일컫는 화훼업계식 표현

 

▲ 화훼시장 내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상품 촬영 및 등록에 한창인 모습

 

한편 지방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배송은 어떻게 이뤄질까? 오늘의꽃은 서울‧경기지역 외에 지방 5대 도시 및 제주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서울 중심의 허브 앤 스포크 물류 형태를 띠고 있는 화훼시장이기에 오늘의꽃은 맞춤 물류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임 대표는 “매 장날 때마다 전국 모든 지역을 배송하는 방식이 아닌, 물량을 모아 지역마다 정해진 요일에 배송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경상도, 수요일에는 전라도와 같은 형태로 말이다. 이후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면 배송 요일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핵심은 지방에서 서울 꽃시장을 찾아오지 못하는 소매업자들이 제품 구매에 있어 새로운 채널 및 경쟁력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 말했다.

 

수익은 어디서 날까?

 

도‧소매업체들에게 새로운 판매 및 구매 채널을 제공하는 오늘의꽃. 그렇다면 플랫폼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오늘의꽃은 판매 중개 수수료 5.5%와 구매 중개 수수료 5.5%를 합쳐 총 수수료 11%를 수익으로 취하며, 건당 배송비는 1500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단 배송비에 따른 박스 수 제한은 없다. 임 대표는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티몬, 위메프, 쿠팡 등은 단일 판매자를 대상으로 기본 10% 이상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판매자 입장에서 상당히 낮은 비율이라 생각한다”며 “배송비의 경우 월정액 서비스 요금으로는 9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한 달에 최소 12회 새벽시장을 방문해야 함을 전제로 했을 때 결코 높은 가격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 조화나 부자재 등을 포함한 종합 화훼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어 임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 수수료를 메인 수익모델로 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향후 오늘의꽃이 진출하고자 하는 영역은 화훼시장 전반이다. 강남고속터미널 화훼시장은 동편의 생화시장, 서편의 조화 및 부자재 시장으로 나뉘어있다. 생화 이후에는 조화와 부자재 업체들의 입점, 나아가 화환업체와 관엽 식물 또는 대형화분 업체들의 입점을 유도할 계획이다.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종합 화훼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0년 아닌 앞으로 40년을 위해

 

한국 화훼시장은 4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다만 꽃시장 도매업자들은 악화되는 수익구조와 더불어 온라인 시장의 강세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사용할 줄 몰랐던 이메일 주소를 개설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오늘의꽃 직원들의 설명에 따라 차근차근 따라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난 40년을 뛰어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의 과정이 아닐까. 그 가운데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젊은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책임감을 느낀다.

 

임 대표는 “많은 도매업체들이 오늘의꽃 서비스를 믿고서 입점을 결정해주신 만큼 상호간의 신뢰와 노력으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더불어 국내 화훼시장에도 데이터 시대를 열어 가격, 지역별 물량, 월별 수요‧공급량 등 정보를 축적해 시장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 이바지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