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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갈구하는 ‘물류기업’, 그들이 커머스에 도전하는 이유

by 신승윤 기자

2019년 07월 23일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풀필먼트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셀러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 '물류'만의 노하우 접목될까

현재 진행형인 이커머스 데이터 전쟁, 물류끼리 손 잡는다면?

 

▲ UPS 풀필먼트 센터(출처: UPS)

 

글. 신승윤 기자

 

UPS가 전 세계 셀러들을 대상으로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물류기업의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HL과 FedEx 또한 일찌감치 풀필먼트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유통 플랫폼이 아닌 물류기업들의 풀필먼트 도전. 이는 어떤 이유에서 지속되는 것이며, 이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이제는 ‘제품 및 판매 데이터’를 갈구하게 된 물류기업들. 이들이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살펴봤다.

 

물류, 풀필먼트에 뛰어들다

 

지난 3월 19일, 글로벌 특송회사 UPS가 자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전 세계 중소 셀러들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해당 서비스는 ‘e-풀필먼트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2017년부터 시범운영 되었으며, 미국 내 셀러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서비스하다 3월부터 전 세계 셀러들을 대상으로 확장했다. 아마존(Amazon), 이베이(eBay), 월마트(Walmart) 등 21 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와 연동해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3조4000억 달러, 한화 4000조 원에 가까운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한국 시장은 113조7000억 원 규모로 세계 5위에 올라있다.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유망한 시장이기에 수많은 셀러들의 도전이 거듭되는 한편, 여전히 온라인 판매는 웹페이지 운영과 주문 관리, 결제와 더불어 포장, 배송, 재고관리 등 물류의 영역까지 더해져 복잡하고 신경 쓸 일 많은 난제다.

 

그 가운데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는 위와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셀러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웹 판매채널을 제공함과 동시에 물류업무를 대행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반의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달리, 물류업체인 UPS가 풀필먼트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비교적 물류 자체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기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UPS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를 통해 이번 e-풀필먼트 서비스 확장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1. UPS 풀필먼트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며, 이번에 글로벌 셀러들을 모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풀필먼트 프로그램은 2017년에 미국 내 셀러 대상으로만 시범 도입되었다가, 이번에 전 세계 셀러 대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게 됐다. 중소기업 고객들의 물류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Q2. 현재 UPS의 풀필먼트 센터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 켄터키 셰퍼즈빌과 캘리포니아 블루밍턴, 2 곳에 위치하고 있다.

 

Q3.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지역도 전 세계 지역인가?

: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만 가능하다. 앞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다.

 

Q4. UPS는 물류에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셀러들의 상품을 UPS 풀필먼트 센터에 입고하기 위한 배송 서비스(패키지)가 존재하는가?

: 배송은 기존 UPS가 제공하는 아시아-미국 간 다양한 옵션들을 활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만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는 없다.

 

Q5. 최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매자가 늘면서 미국 내 LDP 등 관세 이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세, 통관 등과 관련해 UPS 서비스가 가지는 경쟁력이 있다면?

: UPS는 크로스보더 무역에 대해 80년이 넘는 기간 축적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4백만 건 넘는 수입품을 처리하며, 수백여 명의 통관 전문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60개국 이상에 통관 사무소를 설치해 UPS 고객들이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6. 대부분의 셀러들이 다품종 소량생산 물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중 혹시 소품종 대량생산 물량이 존재한다면 풀필먼트 서비스에 있어 단가 절감이 가능한가?

: 물량 차이에 따른 서비스 가격 차이는 없다.

 

Q7. UPS 풀필먼트 센터는 아마존, 이베이, 쇼피파이 등 셀링 플랫폼과의 주문정도 연동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가?

: 내부 규정상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단, UPS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21개 플랫폼과 모두 유기적으로 연동돼 실시간 재고 현황 확인이 가능하다.

 

Q8. UPS 풀필먼트 센터를 이용하는 셀러가 어떤 셀링 플랫폼을 거쳐 판매하는지에 따라 비용 차이가 존재하는가?

: 비용 차이는 없다. 플랫폼에 관계없이 가격은 모두 동일하다.

 

Q9. 아직까지 UPS 코리아 홈페이지에서는 풀필먼트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한국 셀러들의 UPS 풀필먼트 서비스 이용에 있어 언어 등 추가적인 지원이 가능한가?

: 서비스 관련 자세한 내용은 US 버전 홈페이지 내 e-Fulfillment 전용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영어와 스페인어만 지원하고 있는데, 더 많은 언어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

 

Q10. 한국 셀러들이 상품을 UPS 풀필먼트 센터로 입고시키기 위한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 UPS e-풀필먼트 서비스에 가입하고, 미국에 위치한 센터로 재고를 입고해야 한다. 이 후 이용기간동안 매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현재 60일 체험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4-5건의 주문량에 상관없이 입고 가능하다. 또한 서비스에 불만족할시 무료로 재고를 반환해 준다.

 

DHL, FedEx도… WHY?

 

UPS 뿐만 아니라 DHL 또한 일찍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중국, 독일, 인도 등 전 세계 8개 국가, 총 12개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며, IBM Sterling 기반의 주문관리 시스템을 통해 쇼피파이(Shopify), 마젠토( Magento) 등 플랫폼과 연동하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 글로벌 DHL 풀필먼트 센터 위치(출처: DHL 홈페이지)

 

FedEx 또한 2017년부터 본격적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상품입고 및 배송 서비스와 더불어 풀필먼트 플랫폼을 제공하여 이베이, 월마트, 쇼피파이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의 주문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자체적인 풀필먼트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글로벌 배송업체 관계자는 “이대로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주문과 관련된 핵심 데이터는 모두 플랫폼들이 수집해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정보는 막강한 경쟁력이자 기업의 자산 그 자체다. 반면 물류기업들은 과거 강자의 자리에서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단순히 배송만 담당한다면, 아니 그 역할까지 위협받는 현실이라면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FedEx 또한 배송 이상의 '이커머스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출처: FedEx)

 

실제 UPS, FedEx는 아마존의 배송 파트너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으나, 아마존이 항공기와 선박, 일반인 배송 등 자체 배송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그 관계가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 때문에 협업의 영역은 그대로 유지하되, B2C 이커머스와 관련해 자체적인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 및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물류기업으로서의 노하우가 충분히 녹아들어야 할 것이다.

 

셀러들이 물류기업을 선택하려면

 

셀러 입장에서 FBA는 장점만큼 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으로는 세계 최대 마켓플레이스이며, 미국 내 판매량 부동의 1위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인 풀필먼트 서비스 및 셀러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판매 관련 데이터는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각종 광고 및 프로모션 등 플랫폼을 이용한 홍보 관련 비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아마존의 강경한 FBA 운영방식은 셀러들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먼저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서류 및 등록절차와 함께 셀러가 직접 상품 배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 또는 오류가 발생할 경우, 상품을 다시 회수하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해야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통관이나 미국 내 입고를 위한 상품 배송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부터 발생하는 시간, 비용적 손해는 셀러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아마존은 여전히 부동의 1위, 세계 최대 마켓플레이스다.

 

풀필먼트 센터에 입고를 마친 상품은 월별 보관료가 책정되는데, 이와 관련해 보관 기간이 365일이 넘은 장기보관 재고에 대해서는 큰 금액의 장기보관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시 상품을 회수하거나 폐기를 신청해야하는데, 회수 관련 물류비 역시 셀러가 부담해야 하며 폐기 또한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반품 또한 부담이다. 아마존 프라임 Amazon Prime 은 평균 5%의 반품률을 보이는데, 반품된 상품은 재판매가 절대 불가능하기에 셀러는 상품 회수 또는 폐기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물류기업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셀러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절대 강자 아마존이 가진 단점을 보완해 차별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풀필먼트 센터 입고를 위한 전용 배송 패키지가 존재한다면 배송 및 통관, 관세 등과 관련한 비용적‧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창고 인프라를 활용해 재고 관리에 대한 비용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반품과 관련해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차별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품 회수와 관련된 별도의 배송 패키지를 제공하거나, 반품을 마친 제품에 대해서도 재검수 및 재포장이 가능하도록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면 셀러들의 반응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아마존과 달리 박스 등 부자재의 선택지를 늘린다거나 포장 방식을 최적화하는 등 자잘한 차별화 방식이 존재한다. 비록 아직까지 대세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 할지라도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소규모의 셀러들이라면, 또한 이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남미, 인도 등을 겨냥하고 있다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데이터 전쟁’ 속 물류끼리 손잡는다면?

 

지난 2017년 발발한 알리바바(Alibaba)와 SF Express의 데이터 전쟁은 ‘물류 데이터’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중국 국가우정국까지 개입해 갈등해결에 힘썼던 해당 사건은 알리바바 산하 차이니아오가 스마트 무인 택배함으로부터 수집되는 소비자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독점하려는 것에 대한 SF 의 반발로 발생한 바 있다.

▲ 알리바바와 SF의 데이터 전쟁을 촉발시킨 무인 택배함 하이브박스(HIVE BOX)

 

관계가 묘하다. 아마존과 UPS처럼, 알리바바와 SF 또한 배송 파트너에서 경쟁사 관계로 넘어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의 택배업체 중통(中通), 위엔통(圆通), 바이슬(百世), 선통(申通)에 지분을 투자하여 연합세력을 구축했고, 이들은 중국 택배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자체적인 물류역량 확보에 적극 투자하는 모습이다.

 

SF 또한 DHL Supply chain을 인수하여 애플 Apple, 스타벅스 Starbucks 등을 파트너로 B2B2C 풀필먼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셀러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까지 적극 진출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오프라인 매장 등 자체 유통망 구축에도 힘쓰고 있으니, 이로써 알리바바와 SF는 분명한 경쟁관계라 할 수 있겠다.

 

이미 아마존, 알리바바가 이커머스를 지배했다고 평가되는 지금, 과연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서로의 역량을 보완하고 강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슷한 과정의 결별을 경험한 뒤, 공통된 난관에 봉착한 물류기업들. 어쩌면 이들이 가진 물류 데이터와 인프라가 합쳐져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유통 및 물류 판도를 기대해볼만 하다.

 

※ 해당 기사는 물류 전문 매거진 <CLO M> 'CONTI‧NEW'에 실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보다 다양한 내용은 매거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하러 가기]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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