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에 있어 '시스템'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 이상과 현실
WMS는 만병통치약인가? 일을 해결하거나, 혹은 만들거나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 물류 프로그램화를 위한 5 단계
글. 양거봉 팀프레시 OPS사업부 책임
Article at a Glance
물류를 공부할 때도, 현장에서의 첫 시작 때도 도통 감을 잡기 어려웠던 개념 중 하나가 시스템이었다. 모두가 시스템을 말하지만 아무도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알음알음 묻고 찾아 본 시스템들은 제각기 형태가 달랐기에 이것이 본래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스템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물류팀만의 시스템, 그리고 전사와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은 수많은 고민을 안겨다 주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2년여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말하는 ‘틀을 갖춘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했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도대체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시스템을 봐야 할까?
1. 시스템에 대한 단상
초기 물류 현장은 늘 정신이 없다. 하던 업무를 마치면 잠시 쉴 새도 없이 밀려드는 또 다른 일들을 처리하기 바쁘다. 입고는 끊임없이 들어오고, 그것들을 검수하고 적치할 틈도 없이 출고 작업을 하러 간다. 그 시간 또 누군가는 송장을 뽑기 위해 주문서를 내려 받고, 파일을 편집하고, 이를 업로드한 후 송장을 인쇄하고, 등록된 송장번호를 다운받아 주문 건에 일일이 매칭시켜 다시 판매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과정을 쉼 없이 반복한다.
정신없이 출고작업까지 마치고 난 뒤에야 조금 숨을 돌리고 다시 적재작업과 재고 파악을 진행한다. 이 모든 것을 겨우 끝내고 나서야 입‧출‧재고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그런데 무엇이 언제 들어왔고, 어떻게 나갔는지, 왜 제품 몇 개가 비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수기 관리 장부와 샘플 요청 메일들을 몇 시간씩 뒤적거리고 나서야 내역들을 하나 둘 정리할 수 있다.
같은 상황이 본사 사무실에서도 펼쳐진다.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판매는 어떤 상황인지, CS로 인입된 클레임에 대한 대응 상황은 어떠한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한참동안 답변이 없다. 확인할 것들은 너무도 많은데 물류현장은 여전히 연락을 받지 않는다. 이전에 일손을 보태러 잠시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연락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못 받을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CS에서 밀려드는 고객의 항의와 발주 리드타임 등 시간 내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마냥 기다려주기도 어렵다.
전략부서나 경영지원도 마찬가지. 재고정보, 물류비용, 채널별 출고량, 오출고율 등 자료를 요청하면 정리가 되지 않은 엑셀 파일이 무심하게 날아온다. 뒤죽박죽으로 뭉쳐진 데이터 덩어리들을 보며 한숨을 쉬지만, 벌써 힘들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마음은 이미 알고 있다. 이 데이터에 대해 여러 번 물어보고, 거듭 수정해야만 ‘비슷한’ 데이터가 나올 것이고, 나머지 오차에 대해서는 사유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그 외에도 영업부서 등 타 부서들 또한 현장에서의 혼란으로 인한 고충을 항상 이야기 한다.
그러나 반대로 현장도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요청은 쏟아지는데, 늘 사람이 부족한 현장 상황 때문에 정리는 언감생심이다. 정리는 포기하고 우선 오는 물량이라도 빨리빨리 처리해보자고 생각하지만 메일을 보니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매번 전화통화로 오랜 시간 확인과 조율의 시간을 거쳐야 하니, 그 과정에서 자잘한 이슈들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담당자가 메일에 참조라도 한 번 누락하면 진행 날짜가 다 되서야 허둥지둥 해당 업무들을 처리하기 바쁘니, 현장 운영 계획을 세우거나 업무량을 측정하는데 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관리가 안 된다는 식의 말이 나올 때마다 짜증이 솟구쳐 불만이 폭증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말 “사람을 더 뽑아주던가, 아니면 현장에 와서 상황을 한번 보고 말을 하던가.”
▲ 초기 이커머스 업체는 물류 현장은 물론 모든 부서가 정신없이 움직여 프로세스 관리와 정보공유가 쉽지 않다.
위 내용은 허구가 아니다. 네 곳의 회사를 다니며 여러 번 겪어 본 실제 상황이다. 그만큼 초기 물류 세팅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부재, 데이터 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이로 인한 전체적 생산성의 감소는 많은 업체들이 겪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구성원들 각자가 지인들 혹은 유사 업체들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모든 부서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우리는 답을 찾았어! 시스템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감격에 찬 표정으로 ‘시스템’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만을 말하자면 필자가 물류업계 선배나 종사자, 전문가를 찾아뵙고서 물류 관련 조언을 구할 때, 또는 필자를 찾아온 분들이 토로하는 고민 중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시스템에 관한 고민이다. 시스템이 답이라는 것을 알지만, 문제는 그 시스템이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2.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필자를 찾아오시는 독자분들의 가장 많은 고민거리는 역시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좋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듣는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정확하게 어떻게 정의해야하고,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에 관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고충을 수 없이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풀필먼트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시스템은 거의 90% 이상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프로그램이며, 자체 배송이나 배차를 수행하는 분들이 지칭하는 시스템은 대부분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s)였으며, 지원 부서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시스템으로 지칭한다는 것이었다. 덤으로 물류는 아니지만 물류와 이어지는 CS메일에서도 시스템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시스템이다.
시스템이란 단어 하나가 의미하는 바가 물류업계 내에서도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역할이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각 업체의 핵심을 담고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그렇다면 업계 용어가 아닌, 시스템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시스템을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출처: 표준국어대사전)’라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가 100% 현장에서 통용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살펴본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템의 사전적 의미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 또한 ‘어떤’ 법칙에 의해 ‘조합’한 ‘집합체’ 라는 비정형적인 요소로 구성돼 있음을 먼저 설명하고자 함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시스템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필자 또한 지금 필요로 하는 체계나 프로그램 정도의 개념만 제시할 수 있을 뿐, 그것을 완전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잠시 본 글이 게재된 CLO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위치한 검색창에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자. 아마 검색 결과로 물류 전 영역의 기사가 등장할 것이다. 해운, 항공,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퀵, 배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용어지만 분명 각 시스템의 성격은 크게 다를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오프라인 업무체계에도 시스템이 있고, 그 옛날의 도요타의 ‘칸반(Kanban System)’ 또한 시스템이 아니던가.
▲ 도요타에서 실제 사용하던 '칸반'의 모습. 생산 중 추가 부품이 필요하면 칸반 카드를 작성해 전 단계로 보낸다. 이를 받은 전 단계 공정에서는 필요한 부품을 추가 생산해 즉시 전달한다.
때문에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꼭 특정한 프로그램이나 형식으로 구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처럼 특정한 기능에 대한 구성요소(정의, 규칙, 변수 대응, 데이터 관리 등)가 이미 내부적으로 명확하다면 이미 내부 시스템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현 상황에 맞게 최적화시키고, 업무 효율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일 뿐이다.
물론 여러 업체들의 사례 중 아무런 시스템이 없이 시작한 업체들도 있었고, 특정 시스템에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기초부터 개선이 필요한 업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스템이 없다는 업체들 중 정말 주문을 임의대로 받아서 임의대로 놓은 제품을 또 임의대로 포장해 알아서 전달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모두가 나름의 ‘시스템’을 이미 설계한 것이다.
실제 시스템의 부재로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을 만나면 ‘지금은 어떻게 물류를 하고 계십니까?’ 가장 먼저 묻는다. 이를 듣다보면 생산과 배송이 동시에 진행되거나, 당일 발주부터 수령, 상품화, 출고까지 하루 만에 진행해야 하는 꽤 어려운 과정을 잘 소화하고 있는 업체들이 생각보다 많다. 시스템의 부재를 말함에도 분명 각자만의 체계가 존재하고, 각 영역마다의 관리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에 관해 깊게 고민할 만큼 성장했을 것이다.
3. WMS는 시스템의 절대 기준이 아니다
위 사례처럼 나름대로의 체계를 유지하며, 정형화되지 않은 어려운 업무들을 잘 해내고 계신 분들이 그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필자에게 시스템에 관한 조언을 얻으러 오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매우 민망하고 당혹스러웠다. 첫째로 먼 길을 오신 분들께 마뜩찮은 답을 드릴 수밖에 없다는 민망한 마음이 들었으며, 둘째는 지금 당장은 WMS 없이도 어려운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음에도 왜 굳이 WMS에 관한 내용들을 질문하시는지, 이럴 땐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당혹스러운 마음이었다.
경험상 모든 업무가 WMS에 맞는 것도 아니고, WMS 도입에도 분명 시기가 있다. 게다가 좋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왜 거듭 WMS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반추하다보니, 사실 필자 또한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2년 전 이맘때, CLO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하자 종종 도움을 청하시는 분들과 견학을 신청하시는 분들의 연락이 오고는 했다. 딱히 특별한 것도, 잘하는 것도 없어 민망하기는 했지만, 나름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 오시는 것이라 생각해 가능한 시간 안에서 모두 만나 뵙고 현장을 보여드리며 운영관련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 질문의 대부분은 필자의 회사가 어떤 시스템으로 물류를 운영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과 함께 예시를 보여드리면 어김없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시곤 하셨다.
그 당시 약 700 팔레트 이상의 재고와 월 5만 건 이상의 출고 건을 스프레드시트와 엑셀만으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색다른 것을 기대하고 오셨다고 하셔서 나름의 색다른(?) 방식의 시스템을 보여드렸는데 그 이후부터 ‘갑분싸’가 된 것을 떠올려보면 별로 재미가 없으셨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완벽하지는 않았음을 알고 있다. 불편한 점이 수 없이 많았고, 데이터의 보존이나 변경 히스토리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해왔기에, 이를 개선할 방법의 일환으로 WMS에 대해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도입을 서두르거나 무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 당시 팀의 시스템이 허접하다거나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번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만 최근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재고파일을 이용함에도 재고 오차는 0.1%를 넘은 적이 없었고, 바코드 스캔이나 출고 관련 시스템을 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오출고는 0.2% 아래로 유지되었다. 또한 각 업무별로 구성원들이 매일 문제를 체크하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시시각각 시트의 내용이나 수식을 변경하며 2년간 엑셀 기반의 업무를 진행했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와 업무 형태 변경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가변능력은 결코 유료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매 이슈나 변경 때마다 VBA*를 일일이 코딩하고 수정하는 작업이나, 수기 진행의 리스크, 시간적 효율성을 감안한다면 비교가 무안할 정도로 시중의 WMS가 월등히 뛰어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데이터가 넘쳐나기 시작하니 슬슬 불안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름이 되자 WMS라는 단어에 꽂혀 반년 이상 여러 업체와 미팅을 진행하였으며, 누군가 필자를 찾아왔던 것처럼 필자 또한 여러 업체의 WMS를 보며 알맞은 솔루션을 찾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는 등 엄청난 집착에 이른 경험이 있다.
그때를 돌아보면 소위 ‘잘나간다’는 물류업체는 각자의 특색에 맞춘 WMS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능구현을 보면 어려운 수학문제의 해설서를 보는 듯 물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사해주었기 때문에 WMS에 대한 환상은 나날이 커졌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WMS를 비롯한 시스템들은 늘 ‘혁신’이나 ‘변화’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도입만으로 극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모습의 이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과연 본 글의 주 독자인 초기 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와 관련해 그만한 투자를 할 수 있느냐의 현실적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WMS 완전론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일을 해결하거나, 혹은 만들거나
프로그램 도입 미팅을 처음 시작할 당시 가장 난해한 것 중 하나는 타사와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판매유형과, VBA로 구현한 기능들을 WMS상 기능들과 연결하기 위한 개발 부분이었다. 그러나 약 2년간 우리가 수없이 수정한 시트를 토대로 대화를 시도하자, 타사의 개발자들은 그 누구도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때문에 특정 기능들을 완벽히 구현하기 어려웠으며, 구현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개발 기간이 대폭 증가되어, 도입에 필요한 비용이 초기 비용의 몇 배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결국 비용을 절감하려면 프로그램의 틀에 업무를 맞춰야하는데, 이는 오히려 현재의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쳐 큰 혼란을 불러올 여지가 많았기에 애초에 고려하지도 않았던 사항이었다.
고심 끝에 해당 개발비용과 관련해 경영진과의 논의 후 승인을 받았지만, 두 번째 문제는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 당시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기였기에 새로운 상품과 판매채널, 작업형태 등이 계속해서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업무적 판단 기준이나 프로세스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그 가운데 내부 개발자 없이, 큰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도입한다 한들 얼마나 큰 효율을 가져갈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렇다고 매 변화마다 업데이트를 하자니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투입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 WMS를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위 과정에서 배운 것은, 프로그램은 시스템의 일부이지만 이 프로그램만으로 모든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프로그램만을 통한 업무적 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어느 정도 형태가 안정화되어 있고, 예산이 충분하다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본 글에서 다루는 업체들은 대부분 초기 셋업 과정임을 인지해주시기를 다시금 부탁드린다.) 반면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업체들 대부분은 자사의 업무 방식에 맞춰진 프로그램을 원한다. 그러나 허용된 예산은 대여형 프로그램의 일부 기능을 커스터마이징하기에도 버거운 액수였다. 게다가 해당 기능들에 대해서도 내부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에, 겉모습만으로 기능구현을 한다면 추후에 분명 분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물론 몇몇 업체들은 대의를 위해 기꺼이 비용 및 수많은 수정과정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자체 WMS를 도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공사례는 단 한 곳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성공을 위해서는 기능의 연결이나 변수의 대처, 업무의 우선순위 등과 관련해 원하는 모든 것을 명확한 프로세스로 그려내면서 프로세스별로 성장에 따른 변화 요인들까지 예측해야 했으나, 현 상황에 너무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서 오히려 WMS의 틀이 성장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 WMS의 도입은 오히려 업무 증가와 성장 방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WMS는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절대 그 자체로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월 30-40만 원대 가격의 WMS 또한 수많은 화주들의 업무 형태를 분석해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도입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 WMS의 도입에까지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WMS가 모두 제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입 자체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섣부른 도입으로 이어져 발생한 문제들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거쳐 업무를 하게 되면 일을 위한 일이 생기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또한 한 번 WMS의 세팅 및 이를 통한 업무진행을 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시 기존으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핵심은 앞서 언급한 수많은 사항에 대한 분석과 고민, 그리고 다양한 테스트를 반드시 거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 기고문에서 '4. 시스템의 이해와 물류 프로그램화를 위한 과정'로 이어집니다.>
배달의민족과 미팩토리, 두 곳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물류업무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과 MD 등 다양한 부서와 물류팀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고, 또 해결해나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물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