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오감(五感)을 분석해 움직임을 만드는 복합응용기술, '센서'
샅샅이 파헤쳐 보는 자율주행로봇의 핵심 센서 네 가지
천차만별의 센서 종류, 가격과 성능을 고려한 최적의 센서 조합은?
(사진출처 : 자율주행로봇 스타트업 '뉴로(Nuro)')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Idea in Brief
AMR(Autonomous Mobile Robot)은 더 이상 실내에서, 또는 로봇만의 독립적 영역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거리의 군중 속을 헤치고 물건을 배달한다. 때문에 로봇은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식한 뒤, 그에 따라 적절한 판단과 움직임이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우선 돼야하는 것이 바로 환경 인식, 센서의 기능이다. 로봇의 눈과 귀가 돼 정보를 전달하는 센서. 이 센서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각각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알아보자.
로봇 기술의 핵심 ‘센서’
센서(Sensor)는 로봇 기술의 핵심이자 주요 부품이다. 로봇의 센서는 인간의 오감(五感)에 해당한다. 센서 없는 로봇은 외부환경에 전혀 반응할 수 없는 쇳덩이나 다름 없다. 반대로 센서가 고성능이거나, 다양하게 장착될수록 여러 가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주변상황에 대한 인지범위가 늘어나고, 반응속도도 빨라진다. ‘외부환경 변화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란 로봇의 정의에 비춰 볼 때, 센서는 곧 로봇의 눈과 귀라 할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자율주행 로봇이 저성능 센서를 가지고 있다면, 자꾸만 벽에 부딪히거나, 몇 걸음 못가 정지하는 등 오작동을 거듭하는 로봇을 볼 것이 분명하다. 센서는 특히나 인간과 차량이 활동하는 외부에서 움직이는 로봇에겐 더 중요하다. 실제 스타쉽(Starship), 도미노피자 등에서 개발한 실외 AMR(Autonomous Mobile Robot)은 매우 복잡한 현실 환경과 시시각각 움직이는 물체, 그리고 사람을 즉시 인지해야한다. 때문에 매우 높은 성능의 센서가 다양하게 장착돼있다. 실내에서 시속 5~7km로 움직이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실외에서 시속 60~100km 이상으로 움직이는 오토바이나 차량을 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 스타쉽(Starship)의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 아마존(Amazon) 키바(KIVA)에 장착된 주요 센서
물류센터를 넘어 생활현장에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AMR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센서*들을 복합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한 예로 인간(생물)을 감지하는 역할은 열 센서, 초음파 센서 등 다른 기능을 가진 센서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수행한다. 이 같은 복합구성은 로봇의 작업 안정성을 높여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제성 있는 설계라 할 수 있다. 또한 복합구성 된 센서에 따라 센싱 정보를 처리하는 데도 응용기술이 중요하다. 센서 관련 기술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음 세부항목별 기술을 확인해보면 되겠다.
* 센서라고 할 때, 특별할 전기부품뿐만 아니라 카메라, 레이더 등 환경감지 기능을 하는 부품은 모두 센서라 할 수 있음. 실생활에 쓰이는 여러 전자제품에도 이미 수많은 센서들이 장착돼 있음
▲ 세부항목별 기술
‘라이다’, ‘레이더’, ‘초음파 센서’, ‘카메라’ 등이 실제 AMR을 포함한 로봇에 사용되는 센서로사용된다. 각 센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라이다(LiDAR)
라이다(LiDAR)는 AMR의 눈(eye)이다. ‘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준말인 라이다는 레이저 레이더(Laser Radar)와 같은 의미다. 전파를 이용하는 일반 레이더와 달리 빛을 이용하는 레이더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라이다는 기체와 대상 물체까지의 거리,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 온도측정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가능하다. 특히 지형지물을 정밀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측량된 지형정보에 GPS 등 정보를 결합하면 공간에 대한 3차원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때문에 자율주행 로봇이나 자동차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됐다.
라이다의 기술적 원리에 대해 과학백과사전은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빛을 발사해 그 반사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환경 및 물체를 센싱 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라이다는 최고 성능 장비를 기준으로 볼 때, 측정가능거리가 150m 이상으로 광범위*하며 360도 전 방향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 또한 카메라의 경우 흐린 날씨에 그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반면, 라이다는 안정적인 환경 센싱이 가능하다.**
이러한 라이다에도 결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가격이다. 고성능 라이다는 매우 비싸다. 고해상도 3차원 라이다의 경우 초기 1억 원에서 현재 약 1천만 원대까지 하락하긴 했으나, SDK(Software Development Kit) 등 옵션 포함 시 아직까지 수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이다도 존재한다. 라이다는 기본적으로 2D, 3D 라이다로 구분할 수 있으며, 세부 기능 및 성능에 따라 매우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현재 운영되는 AMR들은 차도가 아닌 보도를 이용하고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만 충족된다면 운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AMR과 같은 소형 물류로봇의 경우, 다소 성능이 낮으나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 라이다를 탑재해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거듭되고 있다. 실제 라비(Robby), 언슈퍼바이즈드(Unsupervised.ai)와 같은 기업들은 저해상도의 1, 2차원 라이다를 응용해 100만 원 선의 예산으로 라이다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한 스타쉽의 경우는 아예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고도 안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했다고 알려진바 있다.
한 가지, 비전문가로 로봇을 바라본다면 라이다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라이다는 물체가 어디에, 얼마만한 크기로 존재하며,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물체가 무엇이고, 그에 따라 AMR의 행동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즉 라이다의 센싱 정보를 통한 물체의 인식은 또 다른 응용기술의 영역이며, 인공지능 등 인식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다. 센서로서 라이다는 오직 시각 정보만 습득하는 눈의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자.
▲ 라이다가 창고를 감지한 모습(왼쪽)과 인간을 감지한 모습(오른쪽) (출처: Distribute One, Hitachi-LG Data Storage)
레이더/초음파 센서(Radar/Ultrasonic Sensors)
레이더(Radar)는 무선탐지와 거리측정(Radio Detecting And Ranging)의 약어로 마이크로파(극초단파, 10~100cm 파장) 정도의 전자기파를 물체에 발사시켜 해당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수신해 거리, 방향, 고도 등을 알아내는 무선감시 장치다. 그 원리는 라이다와 비슷하나,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발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타쉽의 배달로봇이 장애물 감지를 위해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으며, 약 183m 거리까지 감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 레이더 센서(Banner Engineering 제품)
초음파센서(Ultrasonic Sensors)는 초음파(약 20KHz 이상,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음파)를 발생시켜 거리나 두께, 움직임을 검출하는 센서다. 레이더가 비교적 먼 거리의 물체를 감지하는데 반해, 초음파는 몇 걸음 내의 장애물을 감지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감지각도는 약 30도로, 물류로봇을 포함한 대부분의 모바일 로봇은 근거리 탐지센서로 초음파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 초음파 센서(Parallax PING Ultrasonic Sensor 제품)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는 라이다에 비해 상당히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장치로 부품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물론 제품별 가격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AMR에 주로 장착되는 센서 기준 레이더는 약 15만 원, 초음파센서는 약 1만 5천 원 선에서 구매가능하다.
카메라(Cameras)
카메라(Cameras)는 실외용 AMR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로 장착되는 센서다. 피사체의 이미지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로 기능하는 카메라는 실시간 영상을 취득한 뒤, 이를 다시 고속영상처리 모듈을 통해 영상데이터로 처리한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많이 들어봤을 CCD(Charge-Coupled Device) 센서와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센서가 대표적인 이미지 센서다.
▲ 스테레오 카메라 센서(Autonomos GmbH 제품)
카메라는 로봇의 시각기능(시신경과 뇌의 기능을 합한 개념)을 수행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의 활용을 위해 필수적이다. 컴퓨터 비전은 컴퓨터에서 카메라, 스캐너 등 시각 매체를 통해 입력된 영상 속 물체와 환경에 대한 이미지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촬영된 이미지를 분석해 피사체가 사람인지, 교통 표지판인지, 건물인지 구분해주는 기술로 로봇에게 인간의 시각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 이미지 분석을 통해 피사체를 구분할 수 있다 (출처: www.agv.iitkgp.ac.in)
아마존 키바와 같은 GTM(Goods To Man) 형태의 로봇은 인간 노동자와 구분된 독립 구역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카메라 같은 시각 센서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다수의 AMR은 인간과의 협업을 지향하며, 실외 배송용 AMR의 경우 군중 속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센서는 주행안정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AMR분야 선도기업 중 하나인 페치(Fetch Robotics)의 페치앤프레이트(Fetch and Freight)의 경우, 운반전용 로봇인 프레이트(Freight)의 초기 개발버전에서 2D 라이다를 장착해 자율주행을 실현했다. 허나 인간과 공동작업 공간에서 장애물 회피 및 안정적 주행을 위해 이후 3D 카메라를 추가구성했다.
오토노머스(Autonomous)사의 스마트 스테레오 카메라의 경우, 이미지 센서에 이미지처리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합하여 하나의 모듈로 기능한다. 촬영된 이미지를 분석해 3D 정보로 만들고, 다시 해당 이미지 내 존재하는 물체를 인지·추적하는 기능이 모두 포함돼있다. 이처럼 카메라 센서가 단순한 이미지 촬영을 넘어 자체적 정보 분석까지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앞으로 그 활용도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AMR의 필수품이 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