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플랫폼에서 인공지능 쇼핑플랫폼이 되기까지
카카오, 모바일을 중심으로 조용히 성장 중인 이커머스 부문
이커머스라는 동일 목적아래 네이버, 카카오가 나아갈 방향은?
글. 김동준 기자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온라인 채널에 밀리고 있다는 지표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단,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하나 있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존재다. 어느 순간부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최저가 판매자를 찾는 게 익숙해졌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땐 범국민적(?)인 어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한다. 두 회사는 처음부터 물건을 ‘판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 단위다. 산업연구원과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전체 거래액의 약 3분의 1 수준이고, SK플래닛의 11번가와 비교하면 절반까지 치고 올라왔다. 위메프와 티몬 등 이제는 이커머스 업체가 된 (구)소셜커머스 업체의 거래액 수준은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쇼핑의 올해 거래액이 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이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네이버의 강점은 ‘네이버’
네이버는 자사의 검색플랫폼 ‘네이버’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검색 하면 네이버’라고 할 정도로 대중에게 있어 네이버는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네이버가 힘 쏟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이커머스다.
지금의 네이버쇼핑은 회사의 첫 쇼핑플랫폼인 ‘지식쇼핑’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지식쇼핑을 론칭한 네이버는 포털업계 최초로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식인(iN)’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DB) 가운데 쇼핑 카테고리의 자료만 별도 분류한 ‘쇼핑지식인’도 함께 선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네이버는 지식쇼핑 서비스를 개편했다. 중‧대형 쇼핑몰 위주의 제휴를 소형 쇼핑몰까지 포함한 1,000여 개 까지 늘려 상품구색을 확대했다. 이미 2004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45억 8,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지식쇼핑은 매 분기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일평균 거래액도 10억 원에 달했다.
네이버는 쇼핑이라는 서비스 제공함과 동시에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도 알차게(?) 모았다. 성별이나 나이대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산발적 데이터를 ‘빅데이터’ 형태로 가공했다. 향후 체계화 된 쇼핑플랫폼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게 2015년 당시 네이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쇼핑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네이버는 이 자리에서 2016년까지 구매자의 구매패턴과 검색어 등을 활용해 쇼핑검색이나 결제까지 기술력을 확대한 맞춤화 된 쇼핑 검색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는 데 있어 결제플랫폼도 빠질 수 없었다. 네이버는 2015년 카드 간편결제 뿐 아니라 계좌 간편결제, 개인 간 송금, 포인트 적립‧충전 등 기능을 담은 ‘네이버페이’를 출시했다. 출시 첫 달 월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한 네이버페이는 출시 후 100일 간 총 3,000만 건의 결제건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네이버페이의 가입자 수는 2,400만 명 이상으로 결제액만 2조 원을 넘어섰다.
인공지능과의 ‘융합’
이처럼 승승장구해 온 네이버쇼핑에 인공지능까지 도입됐다. 콘텐츠 추천 인공지능 기술인 에어스(AiRS)를 모태로 한 상품 추천 서비스 에이아이템즈(AiTEMS)가 모바일 쇼핑 서비스에 시범적으로 적용된 것이다. 에이아이템즈가 도입될 때를 기준으로 네이버쇼핑에는 약 5억여 개의 상품구색이 갖춰져 있었고, 하루에만 약 400만 개의 신규 상품이 인입되고 있었다.
▲ 에이아이템즈(AiTEMS) 시스템 추천 과정. 개인정보 이슈가 없도록 각 이용자의 동의를 받은 뒤 이용자 이력을 활용한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자료: 네이버)
에이아이템즈의 상품 추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쇼핑, 검색, 뉴스, 네이버TV, 네이버스포츠 등 네이버의 도메인에서 활동한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심사나 취향을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한다는 개념이다. 별도의 구매 경험이 없는 이용자에게도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네이버에서 ‘야구장’을 검색한 이용자에게 ‘야구용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한 분야인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기능도 추가했다. 쇼핑 이용자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쇼핑몰 제품은 물론 유사 브랜드의 제품까지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더불어 이용자 구매 패턴을 바탕으로 적시에 수요를 예측해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향후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뿐 아니라 일반 PC기반의 쇼핑 검색까지 범위를 확대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엔 ‘후덜덜’… 하지만 카카오는?
#1. 이제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영역의 경우 어떤 주제건 떨어트려서 생각할 순 없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네이버쇼핑의 경우 이커머스 산업 내에서의 영향력이 굉장하다. 많은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을 네이버에서 검색하니까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이커머스 업체 A社 관계자
#2. 우리 회사의 경우 경쟁사(네이버)와 비교해 인공지능 등 기술기반 플랫폼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커머스 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내부에서도 동향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B社 관계자
#3. 모든 산업이 네이버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는 않겠지만(ㅎㅎ), 네이버가 이커머스 쪽으로 진출한다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키우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봤을 때 장기적으로는 큰 위협이 된다고 인식된다. -이커머스 업체 C社 관계자
네이버쇼핑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시장파이를 장악하고 있던 업체들의 경계심은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네이버가 인공지능이라는 신무기(?)를 들고 나와 ‘온디맨드’ 형태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각 업체는 네이버쇼핑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각 업체들이 경계심을 가지는 이유는 과포화된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실정과도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쿠팡의 경우 지난해 6,000억 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위메프와 티몬 등 업체는 영업 손실 폭을 줄이긴 했으나 영업이익 개선 시점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카카오의 이커머스 사업 현황에 쏠리는 관심은 비교적 적은 게 사실이다. 분명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다음이라는 검색플랫폼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쪽에 진출하려는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며 “70대 30 정도로 네이버에 편중된 국내 검색시장의 상황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에 집중하는 카카오
하지만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이커머스 진출 전략은 모바일에 있는 듯하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면 카카오는 약 4,000만 명 이상의 ‘카카오톡’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조명 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커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톡 선물하기도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액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의 이커머스 부문 실적은 생각보다 잘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카카오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1조 9,724억 원, 영업이익은 1,6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사업부문 가운데 전년과 비교해 가장 큰 성장폭을 보인 곳은 커머스 등 기타(31%) 영역이다. 커머스 쪽 매출액은 1,193억 원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메이커스 등 서비스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타인에게 쉽게 상품을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간 누적거래액만 이미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용자도 1,700만 명에 이른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우 2013년 경 부터 올해까지 꾸준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를 봤을 때 올해 거래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결제플랫폼 영역에서의 경쟁에서도 네이버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카카오페이의 거래액은 약 1조 1,300억 원으로 2017년 4월 대비 900% 이상 성장했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기존의 시장 강자를 따라잡기에는 모자란 수준이지만 성장률만큼은 압도적이다. 카카오 측은 연내 월 거래액 2조원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장세 가파르지만
결과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추구하는 목적성은 이커머스에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집중하고자 하는 방향성 자체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의 입지가 커지면서 겪게 될 여러 장벽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게 판매수수료율 공개와 같은 문제다. 지난 1월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털사이트와 오픈마켓 등의 거래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네이버쇼핑은 대규모유통업법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판매수수료율 공개에 대한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카카오 역시 아직까지는 네이버에 뒤처지는 실적을 따라잡을 만한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제외한 다음쇼핑, 카카오장보기, 카카오스타일, 카카오파머 등 서비스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네이버와의 차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가치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향하는 바는 온라인에 있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며 “카카오의 경우 활용 가능한 다양한 채널을 염두에 둔다면 나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