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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 꽃시장에서 택시배달을 한다고요?

by 김태영 기자

2018년 05월 31일

양재 꽃시장 택시배송 횡행, 불법 소지 다분

일반적인 꽃배송은 다마스와 호루 이용... 급송이나 단거리 운송은 '택시'도

택시운송 다마스에 비해 80% 가량 저렴... 일각에선 시대 반영하지 못한 제도 지적

글. 김태영 기자

 

Idea in Brief

양재 꽃시장에서 ‘택시’를 활용한 배송이 횡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도착했다. 꽃시장에 방문하여 확인을 해보니 진짜다. 문제는 택시를 활용한 배송이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시장 관계자나 소비자들은 “그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법을 초월한 운송행위를 알게 모르게 자행하는 사람들이 문제일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 문제일까.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 5월, 한 통의 제보가 도착했다. 양재 꽃시장에서 ‘택시’를 활용한 배송이 횡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편집장에게 물어보니 “군대 제대하고 양재 꽃시장에서 알바를 했는데 그때부터 그랬다. 거의 20년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꽃시장에서 택시로 꽃을 배송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양재 화훼공판장의 모습. 영업시간은 새벽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가장 바쁜 시간은 새벽7시다.

 

정말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택시’를 활용한 배송은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 2조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이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을 말한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 3조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선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영업용 화물차 수급조절로 인해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에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화물자동차 영업용번호판의 수급조절이 겹치면서, 현재 국내 물류환경은 만성적인 소형화물차 번호판 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때문에 택시로 꽃 배송을 하는 상황이 허가를 받거나, 프리미엄 요금으로 ‘번호판’을 구매한 물류 사업자에게 결코 달가워 보일 수 없다. 한 때 본지는 택시로 화물운송을 테스트(관련기사: 카카오택시가 화물을 나른다면)하기도 했는데, 그 때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댓글을 통해 “물류전문매체가 불법을 방조하느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꽃 물류

 

양재 꽃시장에 방문하여 복수 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소매점이 꽃을 배송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꽃트럭’으로 확인됐다. 꽃트럭은 꽃만 배송하는 전용 트럭으로 냉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생화는 신선도가 중요하고 예민한 품목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꽃의 적정온도 유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문적으로 배달하는 경우 이용한다. 또한,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꽃을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미나 국화와 같은 절화류부터 철쭉, 벚나무 등 화목류까지 배달이 가능하다.

 

소매상 입장에서 꽃트럭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A씨는 “보통 직접 가서 꽃을 구입하기 때문에 자차를 이용해 꽃을 조달해 온다”며 “꽃트럭를 이용하는 것이 신선도 유지에 좋으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서울 내에서 배달을 할 경우 꽃트럭을 이용하는 것은 부담된다”고 말했다.

천막이 쳐있는 호루와 양재 꽃시장에서 꽃을 싣고 있는 다마스의 모습

 

그러나 꽃의 크기에 따라 플로리스트가 자차를 이용해 꽃을 배송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크기가 큰 화목류나 관상수류가 이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이용하는 것이 ‘호루’다. 호루는 천막이 쳐져 있는 트럭으로 빛을 받으면 꽃이 만개할 수 있기 때문에 천막을 통해 빛의 유입을 최소화한 운송수단이다. 화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호루는 냉장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지만 크기가 큰 상품을 옮길 때 주로 이용된다.

 

꽃 배송에서 다마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주로 도매점에서 주문자에게 꽃을 배달할 때 사용한다. 퀵으로 보내는 것보다 양이 많은 경우에 이용하나 큰 식물을 보낼 수는 없다. 양재 꽃시장에서 꽃을 구입한 후 문의하면 대개는 이 다마스 기사가 배송을 맡는다. 이들은 양재 꽃 시장 한편에 자리 잡고 꽃 배송을 전문으로 처리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

 

양재 꽃시장에서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방법은 ‘택시’를 활용한 배송이다. 물론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기자가 양재 꽃시장에서 한 시간을 기다린 결과 두 대의 택시를 만났지만, 그 택시가 꽃을 배송하는 모습을 포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택시를 활용한 꽃배달은 절대적인 물량은 많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상섭 한국화원협회장은 “택시는 소매점에서 급한 주문이 들어와 불가피하게 꽃시장을 가지 못할 때 이용하는 운송수단”이라 설명했다. 양재 꽃시장의 한 상인에게 문의하자 택시 배송은 실제로 많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는 “급하니까 어쩔 수 없다”며 “포장을 한 뒤 택시에 실어 목적지를 말하면 받는 사람이 기다렸다 꽃을 받은 후 결제한다”고 설명했다. ‘택시를 활용한 퀵서비스’인 격이다.

 

화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양재 꽃시장에서 다마스와 같은 사륜 물류 운송수단이 아닌 여객 운송수단인 택시를 이용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다마스의 가격은 최저 2만 원부터 최대 3만 5,000원에 형성돼 있다. 이마저도 서울 안에서의 가격이다.

 

단적으로 비교해보자. 양재 꽃시장에서 강남 뱅뱅사거리까지 다마스 물류비는 약 2만 원에 형성된다. 같은 거리를 택시로 이동할 경우 가격은 3,700원이다. 80% 이상 저렴하다.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B씨는 “양재 꽃시장과 가까운 거리를 배송할 경우 다마스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택시로 (꽃) 배송 요청이 가능하고 기존 다마스와 가격차가 많이 나는 상황인데,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인 것은 아시나요?

 

현행법상 영업용 화물차 번호(흔히 말하는 노란색 번호판이지만, 택시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발급되는 노란색 번호판과는 다르다.)를 허가 받은 사람만 ‘유상운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택시 화물운송의 불법소지 자체를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택시기사의 입장은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한 택시기사는 “꽃, 서류, 떡도 운송해본 경험이 있다”며 “미터기에 맞게 돈만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이든 화물이든 무엇을 옮기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택시 크기가 한정되어 있으니 큰 물건을 옮기는 것을 불가능한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택시를 물류 운송수단으로 이용하는 꽃시장의 소매상도 비슷한 입장이다. 양재 꽃시장에서 만난 한 플로리스트는 “배송 거리가 멀 경우 여러 변수에 따라 금액이 비싸지기도 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의 운송에 있어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며 “이동하는 거리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는데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한 편에서는 공유 인프라를 활용한 물류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는 와중에, 국내 화물운수사업법의 애매함을 지적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만약 개인이 양재 꽃시장에서 꽃을 한 다발 사들고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들고 가서 특정인에게 선물로 줬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이 구매한’ 꽃을 ‘무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개인이 목적지로 꽃을 들고 가서 특정인에게 ‘돈’을 받는다면 이는 유상운송으로 불법소지가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제 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자동차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 우버이츠가 ‘자가용’을 이용한 운송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법적인 이슈가 없는 많은 해외 국가에서 우버이츠 배달파트너들은 운송수단으로 ‘자가용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이며, 카카오모빌리티나 풀러스와 같은 모빌리티기업이 쉽사리 ‘물류’ 사업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도로교통법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택시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는 택배를 비롯한 물류업계의 심각한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한 일본 정부의 복안이라고 한다.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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