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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50년 숙원, ‘음원 유통’의 미래

by 신승윤 기자

2018년 05월 26일

음원 유통에서의 ‘정당한 몫’을 꿈꾼 비틀즈

스트리밍 시대의 도래, 비틀즈의 꿈은 이뤄졌나

보다 정당한 음원 유통의 가능성 ‘블록체인’

전설 ‘비틀즈’의 50년 묵은 숙원

 

세계 대중음악사의 영원한 전설로 기억될 ‘비틀즈(The Beatles)’. 공식 데뷔 후 8년간의 활동기간동안 무려 20곡을 빌보드차트 1위에 올려놓았으며, 지금까지 약 13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팝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이런 비틀즈조차도 끝내 성공하지 못한 숙원이 하나 있다. 바로 ‘음원의 제작 및 유통’이다.

 

비틀즈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예스터데이(Yesterday)’, ‘렛잇비(Let It Be)’와 같은 명곡들은 물론,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패션, 네 명의 멤버가 횡단보도를 걷는 모습을 담은 <애비로드(Abbey Road)>의 커버사진 등. 그러나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으니, 그들이 세운 멀티미디어 그룹 ‘애플(Apple Corps)’이다.

 

‘정당한 몫’이란 꿈을 담은 ‘애플 레코드’

 

오늘날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 등을 상징하지만 오해하진 말자. 1976년 잡스의 ‘애플 컴퓨터’가 탄생하기 한참 전인 1968년, 비틀즈는 ‘애플’ 그룹 산하 ‘애플 레코드’를 설립해 음반 제작과 유통에 힘썼다.(심지어 잡스는 2007년에 와서야 이 ‘애플’로부터 상표권을 완전히 획득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폴 매카트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애플을 완전한 사업체 또는 조직체로 만들고 싶다. 우리는 그에 필요한 돈이 있다. 이제 우리가 매주 1백만 파운드를 버는 동안 겨우 2 파운드밖에 벌지 못하는 무명 예술가들이 정당한 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돈을 투자하고 싶다.”

 

영국 리버풀 촌뜨기 출신 4인방은 본인들의 막대한 수입을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과감히 투자했다. ‘애플 레코드’는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꾸준히 음반을 발매했다. 하지만 끝내 애플은 도산을 맞이했으며, 오히려 팬들은 이 시도가 비틀즈 해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평가하기에 이른다. 과연 ‘정당한 몫’이라는 비틀즈의 꿈은 이대로 실현 불가능한 것일까.

 

디지털 음원을 통한 ‘스트리밍’ 시대의 도래

 

과거의 음원 제작 및 유통은 오직 LP, 테이프, CD 등 음반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때문에 음원 수익의 대부분은 필연적으로 음반에서 나왔다. 그렇기에 음반을 직접 생산하고 유통할 능력이 없는 뮤지션들은 소속사 및 유통업체와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불합리한 수익 배분을 겪고, 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했다.

 

그러던 중 등장한 것이 MP3 등 고압축 디지털 음원이다. 기존의 100MB 이상의 음원들이 3MB 전후로 줄어들면서 음원의 제작 및 유통 방식은 완전히 변화했다. ‘디지털 싱글’이란 음원 발매 방식이 대표적 예다. 오직 한 곡만을 앨범에 담아 발매하면서도 음반 제작, 포장, 운송 등 모든 실물 음원 유통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나아가 이미 4G 통신기술이 보편화된 요즘, 이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 과정까지 생략되기에 이른다. ‘스트리밍’의 등장이다.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음악 및 오디오 카테고리 데이터 사용량은 1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국내 데이터 사용량은 51% 급증했다. 2017년 1분기 약 15 페타바이트 수준에서 2018년 1분기 25 페타바이트로 증가한 것이다. 한국은 음원을 듣기 위한 데이터 트래픽 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국가다.

 

이 같은 이용자 급증의 핵심은 간편함이다. 음악 스트리밍은 말 그대로 데이터의 연속적 흐름, 음원의 실시간 재생 서비스다. 음원 다운로드 과정이 생략돼 정기 요금 외 추가비용이 들지 않으며, 디바이스의 용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터치 한 번으로 원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자는 물론, 뮤지션에게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왜 뮤지션에게도 ‘스트리밍’인가

 

디지털 음원의 등장과 스트리밍 시대의 도래는 뮤지션에게도 매력적인 기회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음반 제작 및 유통 비용 절감

 

뮤지션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바로 음반의 제작 및 유통 비용이었다. 비틀즈가 애플을 통해 도움을 주려던 것 역시 이 부분이다. 디지털 음원은 이 실물 음반 제작과 관련된 모든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더불어 이 디지털 음원의 유통을 담당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은 음원에 대해 적당한 심사와 절차만 거친다면 얼마든지 유통 기회를 주고 있다. 실제 ‘멜론’에서는 학원, 병원 등의 CM송까지 서비스 중이니, 뮤지션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저작권 보호

 

디지털 음원의 최대 약점은 불법 복제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음원의 장점인 작은 용량으로 인해 오히려 불법 복제 및 공유마저 쉽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 같은 음원의 불법 복제 및 다운로드, 보관의 과정마저 번거로운 것으로 만들며 지속적으로 회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용자들이 합법적으로 음원을 소비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확한 실적 집계와 수익 분배

 

스트리밍 서비스는 등록된 음원의 플레이 횟수, 다운로드 횟수를 정확히 집계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뮤지션이 얼마만큼의 실적을 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실적에 따른 수익까지 정확히 분배함으로써 뮤지션의 권리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지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비틀즈가 꿈꾸던 ‘정당한 몫’을 실현해가고 있는 서비스로 보인다. 하지만 위와 같은 긍정적 측면 뒤에는, 아직까지 해결치 못한 부정적 측면 또한 존재한다.

 

‘정당한 몫’을 방해하는 수익분배율

 

현재 우리나라의 음원 제작 및 유통 구조는 위와 같다. 저작권자 및 뮤지션이 만들어 낸 음원이 이용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기획사, 유통사, 스트리밍 서비스사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수익 분배 계약이 차례로 체결되며 결국 마지막 저작권자와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파이는 상당수 줄어든다.

 

그렇다면 뮤지션과 스트리밍 서비스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을까. 우선 현 스트리밍 서비스사와의 유통 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통사를 거쳐야한다. 서비스사가 유통사를 통해서만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인 ‘로엔’은 서비스사 ‘멜론’을, 다음가는 유통사 ‘KT뮤직’은 서비스사 ‘지니’를 운영하는 등 유통사와 서비스사는 적극적 이해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럼 기획사를 생략한다면? 뮤지션들에겐 이마저도 부담이다. 하루에도 수천 개 씩 쏟아지는 음원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각종 홍보, 유통계약 관련 매니지먼트가 필수다. 뮤지션 입장에선 창작활동 및 공연 등 퍼포먼스에만 집중하기도 벅찬 것이다. 결국 음원을 통해 구체적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획사, 유통사와의 계약이 필수인 것. 그럴수록 돌아오는 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다.

 

수치를 통해 확인해보자. 한 이용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발생하는 수익은 약 7원. 이 중 40%인 2.8원을 멜론, 지니 등 음원 유통 및 서비스가 가져간다. 다음은 제작사로 스트리밍 곡당 가장 큰 비율인 44%, 3.08원을 가져간다. 그 외 작사·작곡·편곡자는 10%(0.7원), 가수·연주자는 6%(0.42원)을 받는다. 가수는 1만 번의 재생 끝에 커피 한 잔 꼴인 4,200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1인 제작사, 소규모 유통사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가난에 시달리는 뮤지션들이 넘쳐나는 현실. 1966년 발표된 비틀즈의 앨범 <Revolver>의 1번 트랙 제목은 ‘텍스맨(Taxman)’이다. 당시 영국 정부에 소득의 96%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던 비틀즈는 이 곡을 통해 구조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소득의 4%는 그들에게 결코 ’정당한 몫‘이 아니었나보다. 그런 비틀즈에게 과연 현재의 스트리밍 수익분배율은 어떻게 보일까.

 

음원유통 혁신, ‘블록체인’이 답될까

 

지난해 4월,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는 또 하나의 기업 인수에 성공한다. 2013년 음악 추천앱 투니고(Tunigo)를 시작으로 이미 인공지능, 음성 및 음악 인식 등 각종 기술 기반 스타트업 인수를 진행한 스포티파이였으나, 지난 인수 건은 특별했다. 블록체인 기업 미디어체인랩(Medeachain Labs)을 인수한 것이다. 이로서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절대자이자, 음원 유통 구조 혁신의 선구자를 꿈꾸고 있다.

 

음원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면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저작권 관리다. 공공 거래 장부 역할을 수행하는 블록체인에 각종 음원 정보를 저장하면 중앙 기관을 통하지 않더라도 저작권 표시가 가능해진다. 이로서 협회나 기획·유통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저작권 행사 및 보호가 가능한 것이다. 이는 음원 유통 구조 내 거대 권력의 횡포, 표절 등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나아가 저작권 관리 기능은 불법 복제 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 음원업체 플리지뮤직(Pledge Music)은 블록체인 기반 코덱을 개발해 음원에 적용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 코덱은 음원 재생 기록, 수정 현황 등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음원 관리를 돕는다. 나아가 음원으로부터 코덱을 강제 분리할 경우 음원을 파괴해 재생이 불가하도록 만들어 불법 행위를 일체 방지한다.

 

둘째, 뮤지션들의 수익 구조 변화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뮤지션 스스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관리, 활용 현황 확인이 가능하다면 유통사나 서비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음원을 거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직거래는 음원 유통의 중간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작곡가들의 수익배분율을 높이고, 정산 등의 절차가 생략돼 보다 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그 예로 영국 뮤지션 이모젠 힙이 서비스하는 오픈 플랫폼 유조뮤직(Ujo Music)이 있다. 유조뮤직은 음원 저작권을 블록체인으로 등록한다. 그리고 해당 음원에 대한 스트리밍, 다운로드, 동영상 삽입 등 저작권 사례별로 비용을 구분해 직거래 체계 또한 갖춘 상태다. 힙은 인터뷰를 통해 “저작권을 가진 모두가 ‘정당한 가치’를 돌려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비틀즈의 50년 숙원, 이뤄질까

 

음원 유통에 대한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은 아직 실험단계에 있다. 더불어 기존 유통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유통·서비스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가장 보편화된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한 지속적 노출과 홍보는 역주행 등 대중의 취향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허나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음원 유통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스포티파이, 대안적 유통 구조를 위해 힘쓰는 국내 서비스 바이닐(bainil) 등으로 미뤄볼 때 음원 유통 산업이 ‘정당한 몫’을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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