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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는 없다

by 김태영 기자

2018년 04월 21일

휠체어 타고 직접 키오스크 체험해보니

고객 편의 위한 자동화,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부족

Idea in Brief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상은 편해진다. 하지만 누구나 그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우리는 잘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는 큰 불편을 호소한다. 무인화의 대표주자 키오스크, 그 앞에 휠체어를 타고 서봤다. 불편하게 보인 키오스크, 확실히 불편했다.

 

필자는 스스로를 ‘프로불편러’라 칭한다. 프로불편러란 ‘Pro+불편+er’의 합성어로 인터넷상에서 ‘불편하다’는 말을 통해 다른 사람의 동조를 끌어내는 이들을 말한다. 필자의 경우 타인이 잘 눈치 채지 못하는 불편함을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취재 역시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점심을 먹고자 방문한 한 햄버거 매장의 ‘키오스크* 앞에는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과연 휠체어를 탄 사람은 키오스크를 잘 이용할 수 있을까.

*키오스크 :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무인단말기. 멀티미디어스테이션(multimedia station) 또는 셀프서비스스테이션(self service station)이라고도 한다.

 

휠체어 타고 체험해보니

 

직접 휠체어를 타고 패스트푸드 업체 4군데(버거킹,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를 방문했다. 휠체어를 타고 매장에 입장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동행한 친구가 문을 열어줘서 겨우 매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매장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매장에 상주하고 있는 점원은 보통 두 명에서 세 명. 적게는 한 명도 있었는데, 그마저도 주로 조리를 하고 있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휠체어를 타고 음식을 받으러 가자, 그제야 그것을 발견하고 서빙을 도왔다.

 

그렇게 만난 키오스크. 주문도 난관이다. 170cm 키의 필자가 허리를 세우고 손을 뻗어야 겨우 상단에 있는 메뉴까지 손이 닿았다. 키오스크 제작업체에 문의한 결과 양산형 기계의 함체규격은 170x45x35 사이즈다. 주문제작을 할 경우 당연히 양산형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필자가 만난 것은 양산형 기계다.

▲휠체어에 앉아 키오스크에 팔을 뻗어봤다. 휠체어에 앉아서 보는 키오스크는 평소보다 훨씬 커보였다.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있다지만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서비스를 도입한 패스트푸드점도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7일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키오스크에 도입했다. 키오스크 화면 오른쪽 하단 특정 버튼을 누르면, 휠체어에 앉은 눈높이에 맞춰 화면이 축소돼 아래로 이동한다. 직접 이용해본 결과 빠른 화면 전환이 가능했고, 상단 메뉴 조작도 간편했다.

맥도날드의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그러나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도 문제점이 없지는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주문화면은 일반 화면에 비해 1/3 정도로 작았다. 주문을 위한 메뉴의 설명 또한 동일 비율로 줄어 시력이 불편한 사람의 경우 주문파악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장애인총연맹 관계자는 “키오스크 확대기능이 없어 저시력자의 경우 불편함을 호소한다”며 “그보다 크기가 작은 화면은 인식이 더 힘들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키오스크 시연 중에 따로 불편을 못 느꼈다”며 “민원도 들어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배려하는 사회로

 

미국에는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관련 규제가 존재한다. 미국연방규정집14에 따르면, 공항에 설치된 키오스크의 경우, 장애가 있는 승객의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이 없게 준비돼야 한다. 장애가 있더라도 일반 승객과 같은 서비스를 받아야한다.

 

우리나라도 같은 조항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터치스크린 등 전자 방식으로 정보를 화면에 표시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거나 사용자의 주문·결제 등을 처리하는 무인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무인단말기를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2016년 기준 대한민국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1만 1,051명으로 전체인구의 5%가 넘는다. 지난 평창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 지상파 3사는 수화 통역 중계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됐는데, 개회식에서도 역시 수화 중계는 없었다. 이에 장애인단체 ‘장애인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차별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회다.



김태영 기자

물류를 통해 사람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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