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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지하왕국' “환상에 빠진 것은 아닌가요?”

by 신준혁 기자

2018년 04월 11일

- 일론 머스크 '더보링컴퍼니' 지하 3차원 도로 구축사업 착수

- 지하를 통한 '물류', '교통' 효율화... 그러나 지나친 환상 경계해야

 

글. 신준혁 기자

 

Idea in Brief

하버드헬스왓치(Harvard Health Watch)에 따르면 사람이 평생 도로 위에서 머무는 시간은 평균 3만 7,000여 시간이라고 한다. 5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인생의 낭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낭비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하’가 제시된다. 새로운 교통, 물류망으로 지하의 활용. 과연 가능할까. 일론 머스크의 골 때리는 도전을 시작으로 풀어본다.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유명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CEO가 또 한 번의 기행에 나섰다. 전기자동차와 민간 우주선 사업에 이어 ‘땅파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이렇다. 2016년 12월 일론 머스크는 그의 트위터를 통해 “교통 체증에 갇히는 것은 영혼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LA의 교통체증은 끔찍한 수준이며, 그렇기에 LA 지하에 땅굴을 파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2016년 말 만들어진 회사가 보링(The Boring Company)이다. 보링(Boring)은 ‘땅을 판다’는 뜻과 ‘지루하다’는 의미를 함께 지닌 단어다. 일종의 언어유희로 풀이된다.

 

▲ 일론 머스크가 2016년 12월 남긴 트위터. 보링 설립후 본격적인 지하 터널공사가 시작된다

 

일론 머스크가 바라본 기존 도시는 ‘2차원의 도로’와 ‘3차원의 건물’로 이뤄져있다. 2차원의 도로에선 자신 앞에 차가 한 대만 있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3차원의 건물은 다르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위층과 아래층,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간다. 일론 머스크는 교통체증의 원인이 사람들이 매일 같은 시간 3차원의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2차원의 도로를 통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도로를 ‘3차원’으로 만들면 어떨까.

 

▲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지하자율주행도로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계획은 다음과 같다. 지상의 도로 갓길에 지하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만든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자동차는 지하도로로 이동한다. 자동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전기 썰매(Electric Sled)’ 위에서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옮겨진다. 운전자는 차량을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며, 차 안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데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차는 갓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TED강연을 통해 “지상보다 지하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지하에 차도가 있으면 고가도로나 육교처럼 지상에 겹겹이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외관상 깔끔할 뿐만 아니라, 그 깊이 또한 물리적인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링은 지난해 8월 LA 호손(Hawthorne)시로부터 약 3.2km의 시험터널 건설 허가를 받아서 현재까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스페이스X 본사까지 연결하는 지하터널을 공사하고 있다. 터널이 개통되면 LA 시내에서 가장 심한 상습 정체 구간인 웨스트우드에서 LA공항까지 출퇴근시 기존 1시간 20분 걸리던 시간이 5분 내로 줄어든다.

 

▲ 보링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롱비치 공항, 다저스 스타디움, 셔먼 오크, 산타 모니카까지 LA 전역을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그린 지도. 지도에서 빨간 선이 스페이스X 주차장과 이어진 터널이다. 파란 선은 굴착 예정인 노선을 보여준다.

 

광산을 가르는 자율주행차

 

지하공간을 활용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은 비단 일론 머스크만 도전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볼보는 지난해 10월 스웨덴의 볼리덴(Boliden)에 위치한 가펜버그 광산(Garpenberg Mine)에서 ‘완전 자율주행트럭’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기존 출시된 볼보 FMX트럭을 자율주행 형태로 광산 지하에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 볼보 FMX트럭

 

자율주행트럭은 1.3km 깊이의 지하 갱도 약 7km 구간을 주행한다. 자율주행트럭이 광산에서 활용되는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량은 사람이 타지 않기 때문에 발파 작업 후 환기 과정 없이 곧바로 해당 위치에 가서 작업할 수 있다. 기존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하는 것이다.

 

또한, 지하 터널은 많은 차량이 오가는 지상 도로보다 신경 써야할 장애물이 적어 자율주행을 시범 테스트하기 용이하다. 볼보의 자율주행트럭에는 작업 중인 근로자나 갱도와의 출동을 막기 위해 6개의 센서와 GPS, 레이더, 라이다 등의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볼보 기술개발자 토르뵈른 홀름스트룀(Torbjörn Holmström)은 홍보영상을 통해 “자율주행트럭은 지하에서 더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볼보는 어떤 차량을 만들 때에도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이러한 가치는 자율주행차량에도 접목됐다”고 밝혔다.

 

한편, 광산업은 앞으로 컴퓨터 처리 기술,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복합알고리즘에 의해 변화를 겪을 산업으로 꼽힌다. 맥킨지(Mckinsey and Company)에 따르면 인력 중심의 노동의 기술 대체는 약 373억 달러(40조 원) 규모의 경제 상승을 동반한다.

 

지하물류까지 ‘시동’

 

물류의 영역까지 지하를 넘본다. 스위스의 수송 연구기관인 CST(Cargo Sous Terrain)는 지하 공간을 통해 화물을 나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하 50m 깊이에 길이 67km, 너비 6m의 화물 전용 선로를 구축하고 전기 동력으로 작동하는 무인자율화물차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일반 지하철 선로를 활용한 ‘화물 운송’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철 선로를 공유해 기업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나 재활용품을 운송하는 방식이다. 지하 건설업체 몰솔루션(Mole Solution)은 영국 노스햄프턴 지역에 ‘물류전용’ 시험 트랙을 설치하고 지하에서 이동하는 몰(Mole)이라는 이름의 ‘소형 무인화물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 지하물류 모드(Mode), CST와 몰

 

비단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지하를 활용해 물류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지하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 수하물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수하물 관리를 위한 장치인 ‘스마트 수하물관리체계(BHS: Baggage  Handling System)’는 수하물을 센서로 판독해 자동으로 분류하고, 탑승 항공기까지 운반하는 ‘종합물류시스템’이다. 제2여객터미널의 컨베이어 벨트는 42km 길이로 연간 1,800만 명의 수하물을 처리할 수 있다.

 

제2여객터미널에는 공항 이용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수하물을 입체적으로 적재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처리용량도 2배 이상 늘려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시스템으로 설비 상태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 개발을 끝마쳤다. 사물인터넷 센서가 부착된 패트롤 트레이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계가 보내온 진동 데이터 등을 분석하여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 포스코ICT의 패트롤트레이

 

시공사인 포스코ICT 관계자는 “고효율 설비와 소재 경량화 등을 통해 전체 에너지 비용을 기존 대비 70% 이상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환상에 빠진 것은 아닌가요?

 

지하여객과 물류를 포괄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이 ‘과도한 환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지적사항은 착공에 드는 큰 비용과 안전 문제다.

 

미국의 계간잡지 자코뱅(Jacoben)은 ‘일론 머스크는 미래가 될 수 없다(Elon Musk is Not the Future)’라는 기고를 통해 “많은 CEO들이 말하는 기술은 천문학적 금액이 들고, 과도한 노동, 시간이 든다.”며 “환상으로 포장된 기술들은 어떤 경우에도 실현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현시점 자율주행기술이 ‘완전 무인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그런 상황에 지하 적용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자코뱅은 또한 “뉴욕에서 1.6km의 터널을 뚫는데 약 2조 6,000억 달러가 든다”며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환상을 주입하는 많은 기업가 중 일론 머스크는 단연 최악”이라 표현했다.

 

보링은 자코뱅의 이러한 우려에 반박했다. 터널의 직경을 줄여 시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동차도로가 아닌 ‘전기썰매’용 도로를 활용하는데, 이는 일반 터널의 절반 수준인 직경 14피트(약 4m 27cm)면 충분히 건설 가능하고 건설비용은 30~40% 절감된다는 게 보링의 설명이다.

 

보링 관계자는 “제대로 설계된 지하 터널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오히려 가장 안전한 장소”라며 “지진 피해는 대부분 부서져 내리는 구조물 파편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터널 내부는 이런 피해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어찌됐든 현재까지 보링의 성과는 150m 길이의 터널을 굴착한 것이 전부다. 볼보와 스위스 CST, 몰 솔루션과 같은 기업도 지하물류의 시범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장기적인 사업실현은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 터널을 이용한 자율주행기술은 지금껏 없었던 전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이 모인다.

 

보링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터널은 지역사회를 차선과 장벽으로 나누지 않는다(Tunnels don’t divide communities with lanes and barriers)”고 설명한다.

 

지하에 자리 잡은 모빌리티가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권역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준혁 기자

시류(時流)와 물류(物流). 흐름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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