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사냥 나선 물류기업
1970년대 중동건설 붐에 힘입어 오일머니 사냥에 나섰던 국내 업체들은 건설사뿐만이 아니라 대한통운, 한진 등 운송업을 기반으로 한 물류업체도 있다.
한진은 1966년 월남 전쟁 시 현지 미군과 하역 및 운송 사업을 시작으로 비슷한 시기에 국내 물류기업 중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하역사업에 진출했다. 대한통운도 중동특수가 한창이던 80년대에 모기업인 당시 동아건설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참여해 건설자재 등 중량물 운송을 담당했다.
이들 기업은 당시 오일달러를 거머쥐면서 현재 국내 1, 2위의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삼기도 했다. 실제로 한진이 1960~70년대 월남과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1억5000만달러. 당시 한국은행이 보유 중인 외환보유고가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엄청난 외화벌이였다.
◆중량물 운송 원조, 대한통운
25층 빌딩 규모 선박운송 등 세계적 운송기술 보유
‘광안대교(부산)’, ‘원자력 발전소(울진)’, ‘GS칼텍스 저장탱크(여수)’, ‘2만5000t급 석유화학운반선’ 등등.
이중 2만500t급 석유화학운반선의 규모는 전체 길이가 80m로 25층 빌딩 크기에 해당된다. 그 동안 대한통운이 배달한 단일 운송품목 중 최고 크기와 무게다.
대한통운이 1930년 창업 이후, 우리나라에서 통째로 실어 나른 운송품목이다. 대한민국 최고 ‘배달왕’ 대한통운은 해마다 중량화물운송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최고 수준의 중량물 운송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국내 운송사에서 대한통운이 세운 진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무게 260톤, 높이 20미터에 이르는 대형 볼탱크 3개를 울산에서 여수에 있는 GS칼텍스 공장까지 수송한 바 있다.
이런 대한통운이 올해 원전 등 플랜트 물류시장 선점 우위를 위해 1만 5000t급 자항선 두 척을 발주했다.
이 배들은 1만5000t에 이르는 무거운 화물을 싣고 자력으로 원거리 항해를 할 수 있다. 대한통운은 현재 멀티모듈트레일러, 1만2000t급 중량물 전용 바지선 등 특수운송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육상과 해상에 걸친 입체적인 중량물 운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에 참여해 중동지역에서의 운송, 건설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전문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원전 르네상스를 맞아 중동시장을 겨냥한 대형 발전설비, 플랜트 물자수송 영업에 치중할 계획“이라며 ”대한통운의 최첨단 운송장비와 전문 인력의 기술수준은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현대·동방, 물류 3인방 중동 정조준
현대동방아틀라스 원전·플랜트 운송 본격화
국내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에서 해외 원전과 플랜트 수주가 늘어나며 플랜트 시장 규모가 지난 2003년 수주액 25억 달러에서 지난해 357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이에 중량화물 운송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국내 물류업계의 세 거물 현대상선과 동방, 현대로지엠이 중동 중량화물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현대동방아틀라스(HD Atlas Co., Ltd.)를 설립한 것.
현대상선이 중량화물과 일반화물을 해상으로 운송해 중동 현지에 내리면, 이 중 300톤 이상의 중량화물은 합작회사 현대동방아틀라스가, 자재나 소모품 등 일반화물은 현대로지엠이 맡아 운송한다.
플랜트와 원전 같은 해외 건설에 쓰이는 발전기, 기계설비 등의 중량화물은 현지로 이송한 후에도 이상 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육상과 해상운송에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대상선은 현재 1만~3만dwt급의 중량화물용 선박 3척 등 국내 최고의 중량화물 전용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올해 3척, 내년에 3척을 추가로 도입해 총 9척의 전용선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초중량화물 운송에는 동방의 1만1000~1만5000톤급 자항선을 이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동방은 최근 싱가포르에 대표사무실을 설립해 세계 중량화물 운송시장 정보를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은 중동 현지 중량화물 육상운송을 위해 모듈트레일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컨테이너 운송 경험이 풍부한 현대로지엠이 가세해 세 회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동방아틀라스는 중동 아랍에미리트 현지 업체와 함께 49%, 51%의 지분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현대동방아틀라스 지분은 동방이 49% 현대상선이 34%, 현대로지엠이 17% 갖고 있다.
◆중동 원조진출…육해공 운송 대명사 ‘한진’
중동 최초 진출 물류기업…명예회복 기회
한진은 지난 1970년대 중동시장 진출 경험이 풍부하다. 이 때문에 한진은 원전, 플랜트 해외수출 확대 등 30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중동특수를 위한 중량물 운송 수주작업을 위해 착실히 준비 중이다.
한진은 올 하반기 중량물 전용 선박인 1만5000t급 자항선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전자식, 기계식 모듈 등 총 20여대의 멀티모듈트레일러와 자력바지선 등을 갖추고 있어 육상운송-항만하역-해상운송을 연계한 일괄 운송 능력을 갖췄다.
이런 한진은 지난 6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로켓인 나로호 수송을 맡기도 했다. 이때 한진은 나로호의 추진 발사체를 러시아 율리야노프스크 현지에서 전남 고흥 우주센터까지의 2년간에 걸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총 20여일의 수송기간 동안 인천공항, 김해공항, 부산항 등으로 운송된 ‘나로호’의 각종 하드웨어는 특수 제작한 길이 30여m의 무진동 트레일러에 진동 계측기를 장착해 운반했다. 특히, 길이 25.8m, 직경 2.9m, 무게만 130t규모의 1단 추진 발사체의 경우에는, 부산항에서 우주센터까지 특수 바지선을 이용하는 등 육해공 입체 운송작전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한진은 증도대교, 완도대교 건설 등 건설 기자재와 물자 수송을 맡았으며, 플랜트 등 중대형 중량화물 운송 분야에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1만2000t급 교량상판블록(Steel Bridge Block)을 첨단 운송장비를 투입해 육상과 해상에 걸쳐 운반하는데 성공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현지까지 담수플랜트 4기를 운송하기도 했다.
한편, 한진은 국내 물류기업 최초로 1966년 월남 전쟁 시 현지 미군과 하역 및 운송 사업을 시작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사우디아라비아 하역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1982년 쿠웨이트 슈와이바항과 1983년 ‘한진 사우디아라비아사’라는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범한판토스 ‘중동 물류벨트’ 완성
186t 가스터빈 발전기 항공운송 성공경험
범한판토스는 지난 2005년 중동 물류의 허브인 두바이에 법인을 설립하며 ‘멜브(MELB : Middle East Logistics Belt, 중동 물류벨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멜브’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의 관문인 터키에서 시작해 중동 최대 물류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중동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두바이’, 에너지 플랜트 건설이 급증하는 ‘오만’ 등 4대 물류 거점을 잇는 것.
범한판토스는 이후 2007년 터키지사, 2008년엔 오만법인을 설립에 이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다(Jeddah), 리야드(Riyadh), 담맘(Dammam) 등 3개 법인을 설립하며 중동 물류벨트 구축을 완료했다.
‘멜브’ 프로젝트는 거점별 사업을 특성화하고 거점 간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범한판토스는 ‘멜브’ 물류벨트를 바탕으로 중동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 수출입 항공·항만 운송, 통관, 내수 물류, 창고 운영, 벌크·플랜트 화물 운송, 국제특송 등 전방위 물류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멜브’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중동 최대 물류시장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경제발전에 따라 에어컨·냉장고·세탁기·TV·휴대전화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수입 물류, 내수 물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8년 6월 LG전자가 중동시장 공략 차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연간 25만대 규모를 생산하는 에어컨 공장을 준공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진출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발 수출 물류도 늘어나리라고 범한판토스 측은 전망했다.
범한판토스는 10년 이상 중동에서 각종 석유화학 플랜트의 물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빌어 UAE 원전 물류 시장에도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범한판토스는 중동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특송, 전세항공기 사업 등 다양한 물류사업이 전략적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항공기로 186t의 초대형 가스터빈 발전기를 독일서 아르메니아까지 운송에 성공해 최대 중량물 항공편 수송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중량물 강자 한익프레스, 중동 ‘노크’
中 법인설립, 중량물 등 플랜트 운송준비 완료
특수화물 운송 전문기업 한익스프레스는 지난달 16억7200만원을 출자해 ‘HAN EXPRESS Logistics(Ningbo) Co.Ltd(중국)’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으며 계획했던 중국 법인설립을 확정짓고, 이를 기점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해외투자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익스프레스 역시 중동 원전·플랜트 물류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익스프레스는 국가가 원전·플랜트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키우는 동안 여수열병합발전, 광명열병합발전, 군장열병합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네팔수력발전 등 플랜트 설립을 위한 물류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보일러와 STG의 Stator와 같은 중량물(약 단일화물 120 WT이상)을 계속 취급하면서 중량물 및 플랜트 자재 운송 기술을 확보했다.
한익스프레스는 예전부터 중량물운송에 대한 중요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이 부분의 물류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동안 진행했던 국내외 프로젝트 물류 및 중량물 운송 현장에 젊은 직원들을 파견해 현장 경험을 강화시켰고, 이를 통해 플랜트 물류관리에 대한 전문화된 인력을 육성시킬 수 있었다. 또 벌크 운송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며 인재 확보에 주력했다.
중동 원전, 플랜트 수출과 같은 해외 프로젝트 물류는 단순히 물류비용 경쟁력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규제와 법규, 통관 시 주의사항을 얼마나 잘 파악해 유연하게 물류를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한익스프레스는 특수화물 분야에서 최적화된 운송 장비를 갖췄다. 분야별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덤프트레일러, 벌크 트레일러, 카고트럭, 트랙터, 더블트럭 트레일러 등 다양한 트럭을 보유, 이를 통해 특수화학제품, 유류, 위험물 등 여러 특수화물 관련 물류 수행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김누리 기자 sk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