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진상의 스타트업머니?] 우리는 중국을 끌어당길 철학을 품었는가

by 김진상

2018년 02월 25일

뜬다는 中 RMB펀드... 위험성 존재

한국에겐 기회(?), 그들은 철학을 품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끌어당길 철학을 품었는가

 

글.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

 

Idea in Brief

중국 투자시장에서 자국통화를 중심으로 하는 펀드 결성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RMB펀드는 중국 스타트업에게 있어 해외펀드에 비해 큰 이점을 갖고 있다. 기존 번거롭고 느렸던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 편에서는 RMB펀드는 중국정부의 ‘특정산업’의 ‘자국육성’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므로 그 목적을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중국을 끌어당길 수 있는 ‘철학’을 품고 있는가.

 

중국 VC(Venture Capital) 시장에서 자국통화 기반 펀드(이하 RMB펀드) 결성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한지 어느덧 수년이 지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엔 자체적인 사모펀드(PE, Private Equity)나 VC펀드가 존재하지 않았다. 상당기간 ‘블랙스톤’, ‘세콰이어’, ‘CDH’ 등 해외 투자기관들의 독무대가 형성됐었고, 자금줄인 LP(Limited Partner) 역시 해외에서 조달해왔다. 합리적인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s Ratio)에 따라 기업가치(Valuation)를 책정했고, 운용 원칙도 다운사이드리스크(Downside Risk)를 관리하는 등 선진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원칙을 따랐었다. 신뢰도가 높은 글로벌 회계법인 및 컨설팅업체를 통해 실사를 진행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제, RMB펀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핑안,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미국 증시 등에 상장했고 투자이익을 벌어들이자,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VC 시장에 대한 관리 및 육성에 들어간 결과다. 중국 투자기관이 중국 내에서 정부관련 자금을 모아 RMB펀드를 결성하기 시작했으며, 과거 중국당국의 움직임으로 유추컨대 한국의 사례도 주도면밀히 살폈을 것으로 여겨진다.

 

RMB펀드는 중국 스타트업에게 있어 해외펀드에 비해 큰 이점을 갖고 있다. 중국기업에 대한 외국인 소유권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VIE(Variable Interest Entity) 설립과 관리의 어려움을 제거했고, 환전을 위한 정부승인 절차가 없기 때문에 거래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기업에게 해외PE/VC펀드는 느리고, 벨류에이션도 높게 쳐주지 않으면서 성가신 일들이 많고,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는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증시에서 중국기업이 중국 증시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중국사회 시스템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 여기는 경우도 많다.

 

반면 RMB펀드, 특히 내국인 설립 펀드는 빠르고, 벨류에이션도 높게 쳐주고, 후속 투자 관리도 느슨하며 형식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더해서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큰 정책방향으로 잡고 있는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RMB펀드의 적극적 투자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중국 스타트업이 해외펀드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즉, 해외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RMB펀드 확산, 마냥 좋을까

 

RMB펀드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 RMB펀드는 펀드 운용주체인 GP(General Partner)와 투자재원 주체인 LP의 구분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설립한 투자기관에 정부가 조합을 결성해 주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자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방해하며, 수많은 이해관계 충돌을 야기한다. 또한, 이런 펀드의 성격은 단순히 투자이익의 추구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특정산업’의 ‘자국육성’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므로 그 목적을 정확하게 간파해야 할 필요가 있다.

 

RMB펀드 붐을 통한 스타트업 시장의 과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RMB펀드의 수준을 말해주는 일례로 2015년 지오딩캐피탈의 신삼판(新三板) 시장 상장이 있다. 지오딩캐피탈은 운용자산규모나 이익 등에서 아직 매우 미미했지만, 상장 기업가치가 ‘블랙스톤’의 기업가치와 맞먹게 평가받은 사건이었다. RMB펀드가 기투자한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이목을 끈 사건이 아닌 것이다. 상해시의 경우 해당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한 RMB펀드의 손실 중 일정부분을 보전해주는 정책을 펴기도 하는 등, 투자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계심은 중국 정부의 RMB펀드 및 스타트업 정책에서 그다지 중요치 않아 보이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건 막 이용하다 보니 돈의 실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중국 스타트업이 중국 자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투자회수(Exit)를 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중국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인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중국 창업가와 중국 경영진에 의해 운영되지만, 실제 투자자는 해외투자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상장도 해외에 되어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불붙은 해외투자, 한국은?

 

중국기업에 대한 해외투자는 소유권의 제약을 두는 VIE를 통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VIE를 통해 상장한 알리바바의 투자설명서에는 VIE 조차도 중국정부의 법으로 명확하게 보호·보장받고 있지 못하니 유의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VIE 구조는 그 복잡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중국내 유력인사의 깊은 관여가 없는 VIE는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기업은 VIE를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고, 동시에 중국 당국의 VIE에 대한 자국 이익 중심의 애매모호한 법 해석 및 적용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는 넘쳐나는 RMB펀드와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불붙은 엔진에 기름을 끼얹게 되었다.

 

여의치 않아 계속 연기되고 있긴 하나, 현지의 낮은 기업 가치로 인해 고생하는 해외 상장 중국 기업이 중국증시에 재상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펼쳐지러 한다. VIE 규제 및 관리 강화, 외국기업의 중국현지 이익금 송금 제한 강화, 외국인 주식 직접 소유 제한 완화, 시민의 사생활 보호보다 사회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사회 감시망 구축, VIE를 통해 해외투자자의 간섭에서 벗어나 있는 BAT(Baidu, Alibaba, Tencent)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더욱 장려해서 산업을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 등 여러 상황이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RMB펀드의 입지 강화와 성장은 계속 될 것이다. 모험 자본시장에 있어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을 철저하게 나누어 관리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RMB펀드 붐의 혜택을 한국도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한국은 중국 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상이다.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겠으나, 중국이 유도한 면도 있어 보인다. 중국정부는 중국의 글로벌화를 준비하기 보다는 글로벌을 보여 줌으로써 중국 내부를 단속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의 중국화는 꿈꿔도 중국의 세계화는 꿈꾸지 않을 수 있다. 중국 현지 직접진출 형태로는 외국, 특히 한국에게 얼마나 가능성이 남아 있을까. 진짜 초연결시대 놀이터를 찾게 될 중국 친구들이 흥분하며 신나게 한국에 놀러 올 수 있도록 더욱 초연결시대에 걸맞은 시스템 개혁이 필요한 2018년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항상 전 세계에서 경쟁하려면 ‘우리 식’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우리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부당함이 잔존하는 것이면 일시적 성과는 달성하겠으나, 오히려 극도의 절망을 경험하게 할 뿐이다. 과거 로마가 그들이 점령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했고, 모든 이들이 로마에 가서 로마법을 따르게 된 이유를 기억하자. 그것은 그 로마법이 당시 기준으로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이리라.

 

이웃사촌 종국이와 항국이

 

이웃사촌인 종국이네와 항국이네가 있다. 종국이네는 항국이네보다 가진게 많다. 앞으로는 더 가지게 될 것이란다. 항국이는 종국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런데 종국이네 집에 놀러 가면 갖고 간 장난감을 모두 종국이네 집에 두고 와야 한다. 심지어 항국이네 집안 비밀도 전부 종국이한테 까발려야 한다. 종국이는 항국이에게 “두고 가도 걱정하지 마. 네 것이니까, 올 때마다 맘대로 가지고 놀게 해줄게”라고 말한다.

 

항국이는 자기 장난감을 집에 다시 가지고 와서 놀고 싶지만, 종국이네 집에서 계속 놀려면 그럴 수가 없다. 참다못한 항국이는 종국이한테 그런 게 어딨냐고 따졌다. 종국이는 “울 엄마아빠가 그러래. 울 엄마아빠 완전 엄하셔”라고 한다. 종국이와는 계속 놀고 싶고, 자기 장난감도 집으로 가지고 오고 싶은 항국이는 종국이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웬만한 것은 항국이네 집보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있는 종국이가 항국이네 집에 놀러갈 이유는 없다.

 

우리는 ‘철학’을 품었는가

 

단, 종국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초연결시대의 철학’이다. 종국이의 엄마아빠는 완벽하게 종국이를 통제한다. 엄마아빠한테 지친 종국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민국이네’를 생각한다. 거기 놀러 가면 괜찮을 법한데 너무 멀다. 심지어 요즘 민국이네 엄마아빠는 종국이네 엄마아빠를 닮아가고 있다. 종국이는 가까운 곳에서 엄마아빠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종국이는 가까운 곳에 있는 ‘항국이네’ 집안 분위기를 살펴본다. 공유, 공정, 신뢰, 수평, 소통, 권한위임, 투명협력의 철학으로 가득한 문화가 있는지 들여본다.

 

항국이는 기로에 서게 된다. 항국이네가 종국이네 보다 아주 잠깐 잘 살았던 시절, 종국이에게 막 했던 때가 생각나 후회가 된다. 겉으로는 오만하게 굴지만 속으로는 흠모해서 여러모로 항국이보다는 잘해주는 민국이네 집에서 놀면 종국이도 같이 놀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종국이가 원하는 집안분위기로 항국이 집안을 바꾸던가 말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아웃바운드(Outbound) 시장전략을 적극 추천하는 편이지만, 지나친 국가 리스크가 상존하면서도 잠재력과 매력도가 높은 경우에는 간혹 인바운드(Inbound) 전략을 추천하기도 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넥스트벤쳐투자, 삼성전자, 3M, LG전자 등에서 연구개발, 기술마케팅 및 영업, Corporation Venture Capital, Venture Capital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창진특(톈진)전자유한공사 등에서 창업 및 사업을 하였다. 구글캠퍼스,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유니스트, 한양대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스타트업 관련 강의 및 교육을 진행하였다. 스타트업 도우미가 되고 싶은 마음에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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