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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물류판, 2018년을 바꿀 ‘메가트렌드’

[심층 인터뷰] '로지스틱스 에코체인' 제안한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by 임예리 기자

2018년 01월 23일

물류를 포함한 산업 네트워크를 조망한다, '로지스틱스 에코체인'

해운, 포장부터 IT·플랫폼·투자·특허 전문가가 바라보는 물류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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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예리 기자 / 대담.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한번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앨리스라는 이름의 소녀는 어느 날 토끼를 쫓다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고, 소녀의 모험은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앨리스가 맞닥뜨린 세계는 기묘하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말하는 애벌레와 사라지는 고양이, 트럼프 병정, 괴팍한 성격의 하트 여왕을 만나 여러 사건에 휩싸이게 된다.

 

앨리스에게 이상한 나라는 환상의 세계이자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되는 계기가 된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이 커지고, 또 작아지는 등 급격한 변화와 함께 그곳에서 만난 이상한 존재들로 인해 점점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인간의 자아는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환경을 인식하고, 그와 상호 작용을 하며 형성된다.* 이전까지 자신이 가졌던 세계관으로는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앨리스는 새로운 세계 안에 있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할 수 없다. 그러다 앨리스는 우연히 말하는 고양이를 만난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다.

* 미국의 사회학자 미드(George H. Mead, 1863∼1931)는 자아는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것이며, 사회적 경험을 떠난 자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인간의 세계관이 바뀌거나 성장하기 위해선 그전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 필요하다. 고양이와의 대화가 끝나고 난 뒤, 앨리스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놀랍게만 느껴졌던 일들은 더 이상 엘리스에게 놀랍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여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세계는 앨리스와 함께 하는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낯선 세계를 맞닥뜨린 당신은 어떻게 그 길을 걸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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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물론 앨리스의 이상한 세계는 소설 속의 비현실이다. 당연히 우리들이 당면한 현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 변화의 정도와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를 둘러싼 환경 역시 분명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이상한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직구를 예로 들어보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사이트에서 쇼핑한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어떤 물건을 살지 고민하는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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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라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것을 기업의 이야기로 넓혀 생각해보자. 기업은 시장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있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그리고 최근 시장은 점점 더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곳이 되어가고 있다. 유통기업이 물류업을 하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해 기존 기업이 하던 일을 빠르게 대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기업은 앨리스처럼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관점의 재조정, ‘로지스틱스 에코체인’

 

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껏 물류를 바라보는 눈은 물류산업의 안쪽만을 향했다”며 “이제 밖으로 시선을 돌려 물류산업 주변의 환경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물류업체가 물류에만 집중해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류와 가장 가까운 산업 중 하나인 유통업에 있는 업체들은 일찍이 이를 인식하고 물류 영역으로 손을 뻗었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설명이다.

 

고객접점에 있는 유통업체는 자신의 관점에서 물류를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영역인 라스트마일(Last-mile) 배송이나 풀필먼트(Fulfillment)의 개념은 사실상 유통업체의 필요에 의해 분석되기 시작한 영역이다. 물류를 둘러싼 투자 흐름 역시 바뀌고 있다. 물류업체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일어났던 물류 부동산이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융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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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하지만 아직도 많은 물류기업이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이나 가트너그룹에서 개발한 수요기반 가치 네트워크(DDVN) 모델이 대표적이다. 민 교수는 “이전까지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내부 업무가 진행되며 더해졌지만, 지금의 생태계는 다르다”고 전했다. 이종산업 간의 상호작용과 다양한 기업 간의 경쟁과 협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직선적인 관점에서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를 보며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이전에는 분석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다양한 영역을 살펴보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류 내부의 프로세스가 다른 산업 영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로지스틱스 에코체인(Logistics Eco Chain)은 이렇게 탄생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변화의 성질이 이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의 큰 트렌드가 나와 그것을 이해하던 이전과 달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로지스틱스 에코체인은 기업 간, 산업 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가치망(Value Web) 관점을 토대로 한다. 가치망은 생산자·투자자·고객·시스템 통합자 네트워크가 연결된 개념이다. 물류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생산자 네트워크는 생산업체가 원자재를 가져오고 제품을 생산해 고객사에게 보내는 전통 물류의 영역인 퍼스트마일(First-mile), 제품의 유통, 물류의 서브 영역이었지만 최근 중요성이 대두되는 라스트마일과 풀필먼트가 포함되어 있다. 생산자 앞단에는 혁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재무적인 지원을 하는 투자자 네트워크가 있고, 생산자 뒷단에는 고객 네트워크가 있다. 그리고 인프라 네트워크(기술·회계)는 생산자 네트워크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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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정웅 교수가 제안한 ‘로지스틱스 에코체인 모델’

 

물류가 시대를 선도해야

 

물론 시대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류업의 경우, 이전 5~6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흘러온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수용의 수준이 비교적 낮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유지되어 왔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연못의 생태계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그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물류기업은 하나의 생태계에 종속되는 역할만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민 교수는 국내 물류업계에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마다 혁신을 외치지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바꿀 정도의 혁신적인 시도를 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결과적으로 고객만 달라졌을 뿐, 수익구조는 이전과 똑같은 것이 그 방증”이라고 전했다.

 

또한, 필요한 영역의 개체를 키워 자신의 플랫폼 생태계 안에 담아두려는 투자의 움직임조차 지진부진하다는 것이 민 교수의 의견이다. 생태계를 이루려면 기본적으로 다양한 개체가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의 핵심은 플랫폼이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플랫폼 내의 개체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민 교수는 “내가 직접 못하면 해당 부문의 유망한 이들을 육성해 자신의 연합군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플랫폼에 먹힐 것인가

 

민 교수는 물류시장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이들로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기업을 꼽았다. IT기업들은 기술적인 경쟁력과 함께, 비록 B2C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강력한 고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로 꼽힌다. 투자자 네트워크도 충분하다. 로지스틱스 에코체인에서 맨 앞단과 뒷단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치를 만드는 네트워크 프로듀서는 없지만 이는 거대한 자본으로 언제든지 소유할 수 있다.

 

민 교수는 “IT기업들은 최근 점점 더 중요해지는 유통, 풀필먼트, 라스트마일 배송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며 “이들이 자본을 업고 프로세스를 완성하게 되면, 물류업체는 그들이 구축한 생태계, 즉 플랫폼 하단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물류기업이 IT기업과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기업 간의 경쟁구도 사이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령, 알리바바를 예로 들어보자. 중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된다. 2016년 말, 알리바바와 머스크라인은 원터치(One Touch) 플랫폼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면서, 알리바바 플랫폼 내 선복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작년 2월, CMA-CGM 역시 알리바바와 디지털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선적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양사의 예시는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갖는 이들이 점점 하나의 플랫폼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예”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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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국에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탄생하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는 플랫폼 생태계를 잘 조성한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 민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물류업체가 기존에 가진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플랫폼을 잘 구축하면 향후 중국이나 미국의 플랫폼과의 연계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전했다.

 

영원한 B2B는 없다

 

누군가는 앞선 예시가 B2C에 해당되는 것으로, B2B 영역에 종사하는 물류기업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B2B 영역 역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B2B시장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유통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B2B라고 본다면, 유통기업이 고객접점에서 직접 물류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B2B 영역의 쇠퇴도 시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전통 물류영역인 퍼스트마일에서 시장의 권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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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냐 사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편, 민 교수는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는데ㄴ, 그것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주관을 세우는 것”이라 전했다. 시대라는 강의 물결을 따라 뗏목을 타고 가고 있다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것인지, 강변에서 멈춰 육로로 갈 것인지, 물살보다 더 빨리 어딘가로 갈 것인지 정해놓은 뒤에 변화하는 환경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그것이 가진 기술적인 제반요소가 메가트렌드(Mega Trend)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안에는 수많은 ‘노이즈(소음)’ 역시 존재한다. 노이즈 중에서 어떤 것이 내게 중요한 시그널(신호)인지, 그것이 아니면 단순한 노이즈인지 구분해야 한다. 제대로 설정된 좌표 없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로봇이든 정보 시스템이든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민 교수는 이야기한다. 그는 “리더라면 헤드폰을 쓰고 외부의 소리가 차단된 상태에서 자신의 두 눈으로 바깥의 변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헤드폰을 벗고 다시 소리를 듣는다면 시그널과 노이즈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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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협력은 밭농사처럼

 

생태계는 하나의 호수와 같다. 호수 안에 있는 큰 물고기부터 피라미까지 모든 개체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상호작용을 하며 생태계는 유지된다. 그렇다면 하나의 생태계를 잘 돌아가려면 개체 간의 협업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민 교수는 과거의 협업이 마치 논농사와 같았다고 말한다. 농경민족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다. 1년의 기후를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봄엔 싹이 트고, 여름에는 장마가 오며, 가을에는 벼가 익고, 겨울에는 식물이 자랄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미래를 쉽게 알 수 없는 세상이 왔다. 한여름에 한파가 올 수도 있고, 장마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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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도 논농사를 계속해야 할까? 민 교수의 대답은 ‘아니오’다. 이땐 논농사를 조금 줄이되 다른 작물을 키우는 것, 즉, 포트폴리오 분산이 필요하다. 민 교수는 “변화에 대한 트렌드가 명확할 때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며 “협력 역시 과거의 협력 방식을 생각하고 진행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환경변화가 빠르지 않은 과거, 기업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비교적 명확하게 알기 쉬웠다. 따라서 해당 부분에 종사하는 업체를 찾아 협업을 하면 그만이었다. 물류업체 간 M&A가 대표적이다. 규모를 키워서 생산성을 높이면 그만큼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기에 대규모의 재무적인 투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불확실의 시대에는 협력과 관련된 방안을 분석하고 판단하여 옥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비생산적으로 보일지라도 다양한 곳에 씨를 뿌려놓고 싹트는 것을 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설명이다.

 

민 교수는 “이제 자신의 관점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으므로, 다양한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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