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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차의 한숨, ‘이곳은 여전히 비정상’

by 양석훈 기자

2018년 0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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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세상 만물이 하나의 채널로 연결되는 시대, 물류가 ‘길목의 권력자’로 떠오를 것이라 주장해 왔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짜’ 길목의 권력자가 나타났다. 시간은 지난 8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부여 옥산면의 한 마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마을로 들어선 장의차를 주민이 막고 통행료를 요구했다. 공적 자산인 길목을 마치 사유재산처럼 점령한 주민들이 그곳을 지나는 장의차에게 그야말로 ‘삥’을 뜯은 거다.

 

우리가 얼마 전까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

 

전국특수여객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특수여객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이 장의차와 유족을 상대로 통행료를 갈취하는 사건은 비단 부여 옥산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일이 여기저기서 관습적으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는 거다. 주민들이 통행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불합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말썽 없이 장례를 치러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고자 하는 유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하는 거다. 망자를 볼모삼은 길목의 권력자들 앞에서 장의차와 유족은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등록제로 인한 수급 불균형

 

그러나 장의차의 겪는 을의 수모는 비단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의차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다.

 

뉴스에도 잘 안 나오고, 사람들의 관심도 못 받는 장의차의 설움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장의차 업계의 시장 현황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장의차 운송 사업을 법에서는 특수여객운송사업*이라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수여객운송사업은 운행계통을 정하지 아니하고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하여 1개의 운송계약에 따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특수한 자동차를 사용하여 장례에 참여하는 자와 시체(유골을 포함한다)를 운송하는 사업이다. 풀어 설명하면 ‘특수여객운송사업=장의차 사업’이라는 거다.

*특수여객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장의차’라는 단어가 주는 혐오감 때문이라고.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특수여객운송사업의 등록기준이다. 현행법은 특수여객운송사업의 등록기준 차량 대수를 특별시 및 광역시, 시와 군 모두 ‘1대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누구나 쉽게 장의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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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장의차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다. 특수여객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1993년 310곳에 불과하던 장의차 업체는 2016년 1,433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차량을 1~3대 보유한 영세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82%(1,178곳)에 달한다. 차량 대수를 기준으로 보자. 1993년 전국에 873대 있던 장의차가 2016년에는 3,434대로 늘었다. 증가율이 293%에 이른다.

 

사진1▲ 한 대의 장의차만 보유하고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요가 이러한 공급의 증가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1993년 하루 기준 사망자는 642명이었다. 반면 기대수명 등의 증가로 인해 2016년 하루 사망자는 769명으로 1993년에 비해 약간 느는 데 그쳤다. 이러한 증가폭은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 증가폭*에 미치지 못 할뿐더러, 장의차 업체 및 장의차의 증가폭에 비해서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993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4,400만 명가량이며, 2016년 인구는 5,100만 명가량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장의차 가동률 저하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1993년 기준 1년에 270일, 한 달에 22.5일(가동률 74%) 가동되던 장의차는 2016년 1년에 80.3일, 한 달에 6.69일(가동률 22%) 가동되는 데 그치고 있다. 한편 특수여객조합 관계자는 장의차가 한 달에 적어도 20일은 가동돼야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표2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현행 등록제 아래서는 누구나 장의차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그 결과 수요를 초과하는 많은 장의차 업체가 시장에 들어와 수급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의차 업계는 차량 등록대수 기준을 현행 1대에서 3~5대로 상향 조정해주든가, 신규 법인 설립 및 증차를 강제로라도 억제해 수급을 맞춰달라고 정부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장의차와 마찬가지로 등록제로 운영되는 전세버스의 과잉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전세버스 차량 증차 제한 및 법인 설립 일정 기한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전세버스 총량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도 인위적인 수급 조정을 요구하는 장의차 업계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 2015년 ‘특수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등록요건을 현행 1대에 이상에서 특별시, 광역시 5대 이상, 그 외 지역은 3대 이상으로 조정’하는 특수여객 시행규칙 개정령안이 입법예고까지 됐으나 공정위 등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된 게 전부다.

 

그렇다면 정부 개입 등 인위적인 방법 말고는 답이 없는 걸까. 혹자는 업계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공급이 자연히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이에 특수여객조합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업을 시작해서 하다 보면 포기하지 못 하고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처 확보 등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 때문에라도 다 털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수수료 폭등으로 치닫는 집안싸움

 

이러한 수급불균형과 더불어 1994년 장의차 운송요금 또한 신고제에서 자율요금제로 전환되어, 현재 업계에서는 업체 간 요금덤핑 및 과당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국립의료원이 장의차 업체에 56%의 과다 수수료를 부과하여 언론에 알려진 일*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립의료원이 ‘장례식장 장의차량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실시하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56%의 수수료를 낸 장의차 업체를 선정한 것이다. 즉 보통 20만 원대인 운송원가 중 11만 원가량을 수수료로 내야만 병원으로부터 시신 운구 용역을 따낼 수 있다.

* "상조회는 무료"... 위탁 장의차만 56% 떼가는 국립중앙의료원, 시장경제 정규호 기자, 2017.11.13.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시장이 포화한 상태에서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여객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70년대까지만 해도 자택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이 많았고 장의차와 유족은 대개 1:1로 직접 계약을 맺었다. 그러다 80년대 병원 영안실과 전문 장례식장이 등장하고, 90년대에 이르러 상조문화가 퍼지면서 장의차 업체와 유족 사이에 상조회사 혹은 전문 장례식장이 끼어들게 됐다. 그리고 장의차 업체는 상조회나 대형병원, 혹은 전문 장례식장으로부터 시신 운구 업무를 용역 받아 처리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일을 줘야 일을 할 수 있는 소위 갑을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장의차 공급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보니 상조회나 대형병원, 전문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용역 일감을 따내기 위해 소위 ‘박 터지는’ 경쟁이 치러진다. 집안싸움이다. ‘국립의료원 과다 수수료 사건’은 장의차 업체가 작은 파이라도 어떻게든 갖기 위해 수수료를 무기로 치킨게임을 벌인 결과다. 내가 죽더라도 일단 경쟁자부터 제치고 보자는 거다.

 

특수여객조합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으로 기존 30%대였던 수수료가 치솟고 있다”며 “최근 위탁 수수료가 국립의료원은 56%, 건대병원은 47%. 원자력병원은 48%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렇게 가면 수수료가 60~70%까지 오르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러한 상황은 특수여객운송 시장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작은 파이를 나눠 먹기 위해 을들은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고, 갑은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입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구급차에도 시신을 실을 수 있나

 

문제는 또 있다. 조그만 파이를 가지고 한 집안 싸움을 하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여기에 남의 집안까지 가세했다. 바로 장의차와 사설구급차 간의 갈등이다.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시신(유골 포함)은 특수여객 사업자만 운송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구급차의 용도에 관해 명시하고 있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해당 조항은 구급차는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료기관 등’에 이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애매한 것은 ‘의료기관 등’이라는 표현이다. 여기에 대해 법제처는 의료기관 등에 장례식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장례 절차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병원이나 요양시설, 자택 등에서 누군가 사망하면 의사가 사망 확인을 한다. 이후 시신은 영안실로 옮겨졌다가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이후 최종적으로는 묘지 혹은 화장시설로 운송된다.

 

표3

 

이러한 장의 절차에 따라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장의차와 구급차가 이용된다. 가령 누군가 집에서 쓰러졌다고 해보자. 보호자는 구급차(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설구급차, 즉 129다.)를 부를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아직 의사가 사망 확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환자는 죽었고 구급차는 시신을 병원으로 운송하게 된다. 이 경우 구급차가 시신을 운송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장의차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 구급차가 시신을 운송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문제는 환자가 병원에서 숨을 거뒀거나, 의사에게 사망 확인을 받은 뒤 장례식장이나 국과수로 이동하는 데에도 구급차가 관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신을 싣고 화장시설까지 들어오는 구급차도 있다.*

*굉장히 애매한 문제다. 최근 병원 중에는 장례식장이나 화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위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구급차는 그대로 그의 시신을 실은 채 병원 안의 장례식장까지 운송했다. 이와 같은 경우 구급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장의차 업계에서 반발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를 보면 구급차의 용도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운송하는 데 최적화된 차량이다. 시신을 전문적으로 운송하기 위한 차량이 아니다. 가령 구급차가 시신을 싣고 장례식장까지 운송한 뒤 곧바로 근처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 응급환자를 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만약 방금 전에 운송을 마친 시신이 전염병으로 죽은 환자의 것이었다면? 위생 관리상의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수여객조합 관계자는 “영구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포르말린 등으로 소독 작업 및 안전 강화 작업 등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런데 원칙적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에도 이런 규정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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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을 운반할 용도로 개조된 장의차. 구급차는 어떨까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제처에서 관련 법령해석을 내린 것을 보면 구급차도 시신을 운송하는 게 가능하다”며 “장의차와 조금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감염의 우려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데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구급차도 소독이나 관리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장의차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시신을 운반한 뒤 일반 환자를 운송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이나 전염의 우려는 적다는 거다.

 

그렇다면 사설구급차가 이처럼 시신 운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수여객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사설구급차가 시신 운송의 영역에 뛰어드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설구급차는 ‘미터기’를 켜고 미터 단위로 서비스 요금을 받는다. 반면 시신 운송은 정액제로 이뤄진다. 병원에서 장례식장까지 가는 데 보통 8~12만 원을 받는다. 응급환자를 싣고 미터기를 켜고 가면 고작해야 3~5만 원 받을 것을, 시신을 운송한다는 이유로 8~12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 거다. 특수여객조합 관계자는 “최근 소방서 등 공공기관의 구급차 보유 역량이 증가하고 있어 사설구급차 역시 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시신 운송을 통해 메우려고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렇듯 장의차 업계에서는 작은 파이를 두고 집 안팎으로 싸움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장의차 업계에서는 적어도 사망진단서를 받은 시신만큼은 원칙대로 장의차가 운송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 기관에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당국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장의차)와 보건복지부(구급차) 역시 발전된 논의 없이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하고 있다.

 

비정상이 만연한 곳

 

법과 법이 부딪치고, 각종 이권 싸움이 벌어지는 이곳은, 그러나 멀리서 보면 거대한 비정상처럼 보일 뿐이다. 장의차라는 이름이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그 의미도 분명치 않는 ‘특수여객’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장의차가 지나는 길목에 동네 주민이 지키고 서 있다가 통행료를 뜯어낸다. 병원이 장의차 업체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가져간다. 시신 운송을 두고 구급차와 장의차가 싸움을 벌인다.

 

최근 화물차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과적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실으면 안 되는 화물을 실었다 사고가 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사고가 나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거다. 취재를 위해 만난 장의차 업계의 관계자는 무엇보다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커다란 전염병이라도 한 번 돌아서 이곳이 주목을 받아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쓴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농담이 나오는 시대, 우리는 정말 정상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반문해보게 된다.

 



양석훈 기자

따봉충이 되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따봉(좋아요)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공부합니다.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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