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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탐방기] 유니콘 탐방대, 홍콩 날다!

by 임예리 기자

2017년 11월 20일

오픈포트부터 라자다까지, 국경을 잇는 디지털 실크로드로 찾아   

변화 속에서도 ‘본질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유니콘탐방대 홍콩 스타트업

 

7월 어느 날.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데 동료가 “탐방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어요”라는 소식을 전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묻자 “아마 홍콩으로 갈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와, 저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라고 말했더니 돌아온 답변. “그럼 이번에 처음 가시겠네요.” 어라?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이 나는 탐방대 기획팀에 포함돼 있었다. 아무래도 ‘중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홍콩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도시이자, ‘Gate to China’로서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물류유통거점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 중앙정부의 만인창업 기조에 따라, 홍콩 정부도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유치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2015년 홍콩 정부는 창신급과기국(创新及科技局)을 신설해 스타트업과 IT기술 장려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홍콩투자청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홍콩의 스타트업은 2015년 대비 24% 증가한 1,926개였다. 이 가운데 외국계 기업이 38%를 차지한다. 또한 2015년 5개에 불과했던 창업 플랫폼 역시 2016년 48개로 늘어났다. 홍콩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는 ICT(401개)였지만, 전자상거래, 공급사슬체인, 물류기술 관련 스타트업(249개) 역시 전년(142개)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한편 이번 탐방 프로젝트는 물류스타트업의 성지로 알려진 인천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하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주제는 ‘글로벌 디지털 실크로드’로 정해졌다. 홍콩 현지의 전자상거래, 결제, 물류, 통관 등 CBT(Cross-border Trade)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방문하고 그들과 교류를 통해 한국의 물류 스타트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게 탐방 취지였다. 두 달이라는 준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마침내 탐방이 시작되는 9월 13일이 됐다. 그렇게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오픈포트

 

본격적인 탐방 일정은 9월 14일 오픈포트(Openport)를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오픈포트는 2016년 6월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의 신흥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물류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다. 또한 현재 오픈포트는 생활필수품의 라스트마일 배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의 가치는 기존 플레이어가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데 있다. 오픈포트도 마찬가지다. 모톤 뎀가드(Morten Damgaard) 오픈포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오픈포트의 경쟁력으로 원스톱 물류서비스와 가시성의 확보를 언급했다.

유니콘탐방대 홍콩 오픈포트 스타트업

▲ 모톤 뎀가드(Morten Damgaard) 오픈포트 COO. 오픈포트의 경영진은 물류업계에 종사하다 오픈포트를 창업했다. 이들의 오랜 실무 경험은 브랜드가 되어 하나의 가치로 받아들여졌다.

 

모톤 COO는 “고객은 오픈포트의 플랫폼 안에서 운송 방식을 결정하고 대금까지 결제함으로써 문서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픈포트는 자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주가 제시하는 비용에 맞는 최적의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섭외한다. 화주와 운송업체는 다양한 툴을 모두 지원하는 오픈포트의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툴로도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오픈포트는 모바일 앱을 통해 운송회사의 정보, 운송 담당자, 화물의 실시간 위치, 화물 수령시간 등도 화주에게 전달한다. 모톤 COO는 “이커머스 업종에 있는 고객은 자사의 가격에 매력을 느끼지만, 화학자재 등을 취급하는 화주는 가격보다 운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 분석하는 등 서비스 측면에서 매력을 느껴 자사를 찾는다”고 전했다.

 

재미있는 점은 오픈포트가 전형적인 성과 위주의 인사 관리 제도를 활용해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포트는 매월 20%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목표를 설정해 달성 현황을 점검한다. 이때 성과를 달성한 직원에게는 보상이 주어지고, 반대의 경우 교육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게끔 한다. 연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그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일반 기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스스로 생태계를 구축한다, 페이오니아와 라자다

 

15일 오전에는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다(Lazada)의 홍콩 사무실에서 페이오니아(Payoneer)와 라자다의 발표가 있었다.

 

페이오니아는 2005년 설립된 미국계 핀테크 회사로, 크로스보더 결제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A가 미국 소재의 B회사로부터 외주를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가정해보자. 프로젝트를 완수한 A는 B로부터 대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A는 미국 현지 통장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대금을 수령하기 어렵다. 이때 페이오니아는 A를 대신해 미국에 가상 계좌를 만들고 이를 통해 A가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페이오니아의 주 수익원이다.

 

따라서 페이오니아는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은 플랫폼에 연결되는 것을 원한다. 페이오니아가 다양한 크로스보더 비즈니스를 지원하고자 하는 배경이다. 패트릭 드 쿠르시(Patrick de Courcy) 페이오니아 아태지역 대표는 “페이오니아는 프리랜서 송금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라자다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에어비앤비나 게티이미지 같은 다양한 플랫폼과 파트너를 맺고 있다”며 “또한 페이오니아 네트워크 안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전자화폐처럼 다른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페이오니아가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자사 네트워크로 끌어들인다면, 라자다는 동남아의 6억 인구를 모아 거대한 이커머스 시장을 구축하려고 한다. 라자다는 2012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5개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13년도에는 싱가포르에도 서비스를 론칭했다. 싱가포르에서의 론칭이 다른 곳보다 늦어진 이유는 싱가포르가 나머지 국가와는 다른 국민적 성향과 높은 인프라 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자다가 이들 국가에 서비스를 출시할 때만 해도 동남아에 이커머스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때문에 라자다는 이커머스에 대한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상품을 직접 사입하여 자사 창고에 넣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모델을 활용했다. 그때만 해도 이커머스 기업이 고객과 직접 만나 물건과 현찰을 교환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난 시점에 라자다는 오픈마켓 모델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2014년 라자다는 본격적으로 크로스보더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동남아에는 없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라자다는 크로스보더 판매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6년 싱가포르 최대 온라인 식료품(Grocery) 업체 레드마켓을 인수했고, 해당 영역의 영향력을 키웠다.

 

이후 라자다가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에는 알리바바와 라자다를 연동하여 타오바오 플랫폼을 동남아로 가져왔다. 라자다의 제임스 장(James Chang) 크로스보더 총괄 책임자(전무)는 “플랫폼 인 플랫폼(Platform in Platform) 전략과 함께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Cainiao)와 연동함으로써 합작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콘탐방대 라자다 홍콩 스타트업 CBT 크로스보더

▲ 제임스 장(James Chang) 크로스보더 총괄 책임자

 

한편 라자다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제임스 장 전무는 이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트래픽 즉, 방문자수를 꼽는다. 그는 “라자다에 있어 트래픽은 화폐와도 같다”며 “자사가 확보한 화폐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큰 매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전했다.

 

제임스 장 전무는 또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판매자가 갖춰야 할 것으로 ‘콘텐츠 역량’을 꼽았다. 한국 상품은 ‘가성비’가 뛰어남에도 콘텐츠가 빈약해 상품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이커머스 세계에서 콘텐츠는 고객에게 상품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라자다 플랫폼에서 아무리 많은 트래픽이 발생해도, 소비자가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하면 트래픽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임스 장 전무는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좋은 것은 유명하지만, 그 화장품을 어떤 때 사용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많은 소비자들이 아직 잘 모른다”며 “결국 현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천 라자다 분류센터를 방문하다

 

15일 오후에는 국경을 넘어 중국 심천에 있는 라자다의 분류센터(Sortation Center)로 향했다. 라자다에게 물류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실제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실 동남아 물류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판매자는 동남아 여러 국가의 통관이나 관세 관련 법규를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배송 추적이 잘 안 돼 고객이 상품을 수령했는지 알 길이 없다. 소비자도 상품이 언제 오는지 예측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이런 물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라자다는 작년 5월 자체 배송시스템인 LGS(Lazada Global Shipping)를 출시했다. 각국의 판매자가 물건을 라자다 홍콩 허브 물류창고로 보내면, 라자다가 그곳에서 지역별로 상품을 분류해 항공으로 발송하는 식이다. 라자다에 따르면, 하루 약 20~30대의 전용기가 라자다의 화물을 실어 나른다. 센터에서의 작업을 제외한 운송, 통관, 관부가세 납부 등 기타 물류 작업은 라자다의 운송 파트너사에 의해 진행된다.

 

현재 라자다는 중국(4개)과 동남아(진출국마다 각 1개)에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제임스 장 전무는 “자사의 물류 생태계는 물류를 ‘잘하는’ 파트너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완성된다”며 “실제로 자사 판매자의 약 97%가 LGS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가서 본 라자다의 물류센터에서 처음 느낀 것은 ‘깔끔함’이었다. 한국에서도 취재차 택배 물류센터에 방문한 것 있었다. 파렛트와 운반 기구, 상자 등이 군데군데 어질러져 있었다. 반면 라자다의 물류센터는 소포장이 완료된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깔끔한 편이었다. 창고가 24시간 동안 돌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상품은 대개 센터 내의 기계를 타고 이동했다. 배터리와 같은 금지 물건은 없는지 엑스레이 기계가 검사하는 동시에 상품의 무게가 기계에 떴다. 이후 상품의 종류, 도착지, 지불 방식 등이 적힌 라벨이 인쇄되면 작업자가 라벨을 상품 위에 붙였다. 라벨이 부착된 상품은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졌고, 스캐너가 라벨을 읽음으로써 최종 목적지별로 분류됐다. 분류가 완료된 상품은 대형 포장백에 20여 개씩 담겨 한 곳에 모였다. 대형 포장백에도 3PL 업체 이름, 목적지, 라스트마일 담당 업체 등에 관한 정보가 입력된 라벨이 붙었다. 그렇게 최종 라벨 확인까지 끝나면 비로소 운송 파트너사에 물건이 넘겨졌다.

유니콘탐방대 라자다 홍콩 스타트업 CBT 크로스보더

▲ 이번 탐방에는 스타트업 11개사를 포함 총 24명이 참가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처음 들어선 홍콩 도심의 모습은 오기 전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달라 놀랐다. 허름한 외관을 한 건물, 빽빽하게 건물벽을 채운 창문, 창문 밖에 걸린 빨랫줄 등등. 어쩐지 세련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3박 4일간 돌아다니며 동양과 서양, 번잡함과 세련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홍콩의 모습을 보게 됐다. 신(新)사업 수용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으며, 불과 2~3년 사이 세상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 잡은 중국, 그리고 그 속에서도 가장 첨단화된 도시로 꼽히는 홍콩. 넘쳐나는 새로운 것들 속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비록 그에 대한 정답을 찾진 못했지만, 이번 탐방에 참여한 민정웅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의 질문에서 힌트는 얻은 것 같다. “올 한해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이라 불리는 그것이 과연 정말 중요할까? 기술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가진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유니콘탐방대 홍콩 스타트업 CBT 크로스보더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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