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가 작년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CBT(Cross Border Trade) 시장의 규모는 2020년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마케터(eMarketer)의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올해 말까지 5천억 달러를 넘어서며, 미국의 규모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프라인 사업자가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홍콩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케터의 자료에 따르면, 홍콩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10.2%씩 정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중소업체는 전자상거래에 진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가령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웹사이트를 구축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셀러(Seller)가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홍콩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샵라인(Shopline)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의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도와주고자 한다. 즉 국내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카페24, 메이크샵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샵라인은 중소 규모의 업체가 온라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만과 홍콩의 전자상거래 업체의 90% 이상이 중소 규모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샵라인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이들의 온라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고객은 샵라인을 통해 웹페이지 구축부터 물류서비스까지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샵라인은 아시아 셀러를 위한 B2B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샵라인은 이커머스 업체의 규모에 관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샵라인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업체는 현재까지 6만 곳 이상이다. 그들 중 몇몇은 2만 5천~3만 5천 달러 규모의 월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샵라인은 역직구 사이트 오픈 등 사이드 프로젝트 사업 추진을 위해 샵라인을 이용하는 소규모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많다고 말한다.
2013년, 홍콩 사무실에서 시작한 샵라인은 현재(2017년 8월 기준) 대만까지 진출했다. 샵라인의 매출 역시 창업 당시보다 약 5배 늘었으며, 직원도 5명에서 30명으로 많아졌다.
쇼핑몰 구축부터 물류까지 한방에 OK
샵라인을 창업한 토니 대표는 2013년 창업 당시만 해도 샵라인과 같은 전자상거래 지원 업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매년 새로 생겨났지만, 그들을 지원해주는 솔루션은 한동안 제자걸음이었다는 것이다.
▲ (좌)피오나 라우(Fiona Lau)와 (우)토니 옹(Tony Wong) 샵라인(Shopline) 창업자
가령 온라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IT업체에 외주를 줘서 쇼핑몰을 구축해야 하는데, 작은 규모의 업체는 쇼핑몰 개발 비용에 투입되는 큰돈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위탁을 받은 IT업체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쇼핑몰을 구축해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쇼핑몰을 구축하는 데는 3~6달 이상이 소요된다. IT업체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면 기능을 추가하거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도 어렵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쇼핑몰을 구축해도 끝이 아니다. 업체는 일일이 결제(Payment) 업체와 제휴를 맺어야하고,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물류업체에 직접 연락하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의 연속이다.
샵라인은 이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을 ‘한 방에’ 해결해준다. 샵라인의 핵심 역량은 온라인 쇼핑몰 개발부터 결제, 물류 등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솔루션화하여 제공하는 데 있다. 고객은 이메일 주소 하나만으로 웹페이지 구축부터 재고관리, 배송까지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샵라인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다. 즉, 고객은 샵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 전반을 관리할 수 있으며, 지역 물류서비스 및 결제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역시 기호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 현재(2017년 8월 기준) 샵라인은 수십 개의 온라인 쇼핑몰 디자인 포맷을 제공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포맷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베이직, 프리미엄, 그리고 어드밴스드
사업 초기 샵라인은 시장 확장을 위해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현재는 월정액으로 일정 이용료를 받고 있다. 고객은 월정액 요금만 지불하면 개별 거래에 대한 수수료 등은 전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은 사업 조건과 역량에 맞게 세 가지의 차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샵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베이직(Basic)’, ‘프리미엄(Premium)’, ‘어드밴스드(Advanced)’ 세 가지다. 당연히 프리미엄이나 어드밴스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베이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추가적인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 샵라인은 세 가지 요금 옵션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인터넷 쇼핑몰을 막 구축한 고객은 대부분 베이직 서비스를 이용한다. 오픈 초기에는 등록 상품수도 적고 트래픽도 많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취급하는 상품수가 늘어나고 쇼핑몰 트래픽이 증가하면 프리미엄과 어드밴스드 서비스로 갈아탄다. 프리미엄과 어드밴스드 서비스는 트래픽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방문자가 폭주해도 서버가 다운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샵라인은 직접 광고대행은 하지 않지만 프리미엄이나 어드밴스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광고 효과 극대화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만약 고객이 페이스북에 광고를 노출시키길 원한다면, 샵라인 계정을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해 고객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페이스북에 노출시키는 식이다.
프리미엄 혹은 어드밴스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고객은 상품 판매와 고객 유입 등에 대한 자료를 활용해 판매량을 늘리거나 사업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다.
샵라인은 베이직과 프리미엄, 어드밴스드 서비스 이용 고객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언어 번역기능’을 제공한다.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할 때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언어’이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인 셀러가 홍콩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고 가정해보자. 셀러는 현지 언어를 몰라 고생할 것이다. 샵라인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외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물류 현지화, 그리고 CBT
샵라인은 직접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폭넓은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샵라인이 물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현지화’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현지 사정에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샵라인이 제공하는 배달옵션
가령 샵라인은 대만 편의점과 물류 협약을 체결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소비자 자택 인근의 편의점으로 배송해준다. 대만 사람들이 택배를 편의점에서 수취하는 프로세스에 익숙하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샵라인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한 고객은 물류 옵션에 편의점 수취를 넣을 수 있으며,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는 주문 시 원하는 편의점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편의점 주소를 일일이 기입할 필요 없이 웹상의 지도를 통해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플래토 웨이(Plato Wai) 샵라인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 매니저는 “샵라인을 통해 구축된 대만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는 소비자 가운데 80%는 편의점에서 택배를 받아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샵라인은 대만 편의점 가운데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와 협약을 맺은 상태다.
반면 홍콩은 대만과 달리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취하는 게 보편적이지 않다. 대신 소비자가 SF익스프레스 등 현지 운송사의 영업소에서 상품을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샵라인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SF익스프레스와 함께 영업소를 활용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샵라인이 내수 물류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샵라인을 통해 쇼핑몰을 구축한 고객은 배송 옵션에 ‘국제운송’을 추가해 해외로 상품을 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가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 상품을 보내는 국제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샵라인은 국제 배송서비스 강화를 위해 ‘이지쉽(Easyship)’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지쉽은 소상공인을 위해 CBT 물류를 대행하는 스타트업이다. 파트너십 체결 후 샵라인은 전자상거래 상류를 담당하고, 이지쉽은 물류를 포함한 하류를 담당하고 있다. 양사가 맺은 파트너십 덕분에 샵라인을 이용하는 고객은 진출 가능 시장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알리바바가 알아본 기업
샵라인은 알리바바그룹이 2015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Entrepreneurs Fund’로부터 투자 지원을 받고 있다. 2016년 샵라인은 500스타트업스(500 Startups)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현재(2017년 8월 기준)까지 샵라인이 유치한 투자금은 120만 달러에 이른다.
샵라인은 투자금을 팀의 확장과 제품 개발, 고객 확보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샵라인은 고객이 어느 곳에서나 쉽게 글로벌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방향성과 비슷하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의 꿈을 키우며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지만 이내 어려움에 직면한다. 샵라인은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샵라인은 홍콩, 대만 시장에 집중해왔다. 샵라인을 통해 홍콩과 대만으로 진출한 이커머스 업체로는 차모스코스메틱(Chamos), 셀라비(Cellavie-beauty), 리더스화장품(Leaderseshop) 등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샵라인은 동남아시아까지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플래토 매니저는 “대만의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니즈를 적극 반영하여 샵라인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한국 시장의 시장성 역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샵라인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한 한국 화장품 셀라비
샵라인은 궁극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접근성을 넓히고자 한다.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상점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샵라인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 가운데 6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으며, 사람들이 모바일 쇼핑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대는 오프라인 상점의 마감 시간 이후인 ‘저녁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였다. 이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상에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가 많은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토니 대표는 “우리는 전자상거래의 힘을 믿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에 이커머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샵라인은 아시아 시장의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