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블록체인이 물류를 바꾸는 3가지 시나리오

by 송상화

2017년 05월 18일

블록체인이 금융거래뿐 아니라 식품과 컨테이너를 추적한다면

블록체인이 바꾸는 초연결시대 물류

체인, 시나리오

 

글.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블록체인’이 물류에 뜬다

 

2016년 10월, IBM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중국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의 유통·물류 전 과정을 추적하는 프로토타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새로 문을 연 월마트 식품안전협력센터(Walmart Food Safety Collaboration Center)가 IBM 및 칭화대와 함께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식품 공급망 전체의 투명한 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을 테스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금융권에서 뜨고 있는 블륵체인 기술이 갑자기 물류와 SCM 네트워크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고개를 갸웃한 분도 많았습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으로 유명해진 ‘보안’ 기술로만 알려져 있었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 관리라는 게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2017년 3월, 이번에는 IBM과 머스크가 협력해 글로벌 물류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국 내 테스트를 통해 한 국가 안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응용 가능성을 확인하더니, 이제는 국가 간 물류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혁신적 기술하면 빠지지 않는 MIT에서도 2017년을 혁신할 10대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지목했으니, 블록체인에 무언가가 있긴 있나 봅니다.(MIT Technology Review) 그렇다면 도대체 블록체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블록체인, 네 정체가 뭐니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 데이터베이스의 한 형태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이터 기록 리스트로서 분산 노드의 운영자에 의한 임의조작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되었습니다.(위키백과) 블록체인을 널리 알린 가장 유명한 사례는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상의 인물이 개발한 최초의 암호화폐입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실제 화폐가 발생되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먼저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량을 면밀히 분석한 뒤, 상황에 따라 화폐의 시중 유통량을 조절하며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면, 개별 은행은 고객의 입출금 내역을 은행의 중앙 서버에 기록해두었다가, 고객이 필요할 때 입출금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모든 기록이 거래 은행의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 이 기록을 조작하면 화폐 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에 각각의 중앙 서버는 철통보안 속에 관리되고 있습니다. 물론 해커들은 지금도 중앙 서버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해킹 기법을 개발하고 있고, 피싱, 파밍 등을 통해 개인 정보를 유출하고 금융 거래정보를 탈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등장해 금융거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뒤바꿔 놓았습니다. 비트코인은 모든 정보와 보안이 중앙에 집중된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벗어나,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에 동일한 거래 정보를 복제해두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요컨대 중앙집중형 거래 시스템을 ‘분산형 거래 시스템’으로 바꾼 것입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에 참여하는 각각의 컴퓨터는 원장(Ledger)이라 불리는 거래 장부 파일을 가지게 됩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숫자로 표현 가능한 모든 것이 기록될 수 있는 이 거래 장부를 통해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화폐 수량을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거래 내역이 장부 끝자락에 추가되며, 따라서 개인의 최종 잔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 거래내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해야만 합니다. 즉, 거래의 내역이 체인 형태로 연결돼 있어, 잔고를 알기 위해서는 매번 체인을 따라 과거로 움직이며 거래 내역을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블록체인에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거래는 거래 장부 파일에 추가되고, 이후에 네트워크에 포함된 모든 컴퓨터로 복제됩니다. 만약 해커가 비트코인을 탈취하려고 하면 전체 네트워크에 분산돼 있는 거래 장부를 조작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트코인 시스템은 중앙집중형 시스템보다 오히려 안전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 예측됩니다. 물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컴퓨터가 몇 대 없다면 이를 쉽게 해킹할 수 있겠지만, 이미 비트코인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컴퓨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몇 대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은 무의미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비트코인은 거래 장부에 개인별 잔고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때문에, 잔고를 조작하려면 과거의 기록을 일일이 수정해야만 합니다. 블록체인으로 관리되는 과거의 거래 기록을 모두 수정하면서 전 세계에 퍼져있는 분산 거래 장부를 조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품’과 ‘컨테이너’를 추적하는 블록체인

 

비트코인은 ‘분산형 거래 기록 시스템’이기 때문에 금융거래뿐 아니라 장부에 숫자로 기록 가능한 모든 종류의 거래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IBM과 월마트, 머스크가 물류 네트워크 내 거래 정보 기록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IBM과 월마트는 식품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작 등의 문제를 추적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될 예정입니다. 중국 내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한계치를 넘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식품이 생산되고 최종 유통될 때까지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집중형 시스템으로 이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데다가 관리의 어려움도 많습니다. 각각의 거래 주체는 모두 중앙집중형 시스템에 자신을 인증해야 하고,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리에 필요한 부가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전체 시스템 운영에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을 적용할 경우 개별 거래 주체는 자신의 거래 장부만을 유지하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분산된 전체 블록체인 거래장부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이에 거래 정보 추적이 즉각적으로 가능해지며, 이 과정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식품이 발견될 경우 해당 배치(Batch)에 포함된 모든 식품을 역추적하여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편 IBM과 머스크가 응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컨테이너 추적에 활용될 계획입니다. 즉 컨테이너가 이동하는 과정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체에 분산형 거래 장부를 설치하여, 컨테이너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수작업과 문서를 통해 이를 수행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낮은 비용으로 왜곡 없이 컨테이너별 실시간 경로 및 과거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머스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하나의 컨테이너를 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해상운송하는 데 30개 이상의 기관과 200개 이상의 문서 처리 과정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이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블록체인이 물류에 가져올 변화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 및 공급망 관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실시간 가시성(Real-time Visibility) 및 히스토리(History)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IBM-월마트, IBM-머스크의 사례를 통해 실시간 추적 및 관리의 유효성은 입증되었고, 비트코인 사례를 통해 보안 걱정 없이 효율적으로 거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되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가장 직접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블록체인이 ‘물류 플랫폼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물류 플랫폼이 언젠가 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정보의 실시간 관리가 어려운 물류의 특성으로 인해, 데이터가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작업으로 입력돼 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물류 플랫폼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면 물류 플랫폼에서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의 실시간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블록체인이 ‘물류 플랫폼 자체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물류 플랫폼이란 결국 특정한 플랫폼을 통해 모든 거래를 중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화주나 물류업체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데 필요한 부가적인 서비스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을 응용하면 거래 데이터의 실시간 추적뿐 아니라 계약 관리, 계약 이행 후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어, 화주나 물류업체는 물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즉, 플랫폼 없이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이더리움 프로젝트(Ethereum Project)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 계약의 형태로 정의된 기업 간 거래 내용을 블록체인 거래 장부에 기록함으로써 모든 거래에 대한 계약 이행 여부를 간단히 체크하고, 이에 따라 결제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입니다. 이더리움 프로젝트는 거래 정보 확인부터 계약 이행과 결제까지 연결해주어 미래의 B2B거래 수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뉴욕주에서도 이웃 간 전력 판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Brooklyn microgrid) 프로젝트는 각 가정에 설치된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를 에너지 저장 장치에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이웃과 거래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빈 에너지(Wien Energie)’ 역시 다른 전력회사와 전력을 거래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독일 전력회사 ‘이노지(Innogy)’도 전기차 충전 시설을 블록체인으로 연결하여 개별 전기차량의 충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산하는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How Utilities Are Using Blockchain to Modernize the Grid, hbr.org) 이미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넘어 금융이 아닌 실물 거래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초연결시대 가속화한다

 

HBR 2017년 3월호에 실린 ‘블록체인이 미들맨 없는 세상을 약속하다(The Promise of Blockchain is a World Without Middleman)’에서는 중개 플랫폼을 뛰어넘는 블록체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금인출을 위한 ATM은 개별 은행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은행의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인증이 이루어지고, 그 뒤에 현금 인출됩니다. 이때 비자카드와 같은 중개 플랫폼이 전제 ATM 기기를 인증하고 현금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ATM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면, 각각의 ATM은 스스로 거래 정보를 인증할 수 있기 때문에 비자 플랫폼을 통해 거래 정보를 관리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공급망에도 블록체인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소규모 기업과 거래가 쉬워지면, 굳이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도 많은 기업의 제품이 기업 간, 기업과 소비자 간에 거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블록체인으로 개인의 과거 이력 정보를 왜곡과 조작 없이 관리할 수 있다면, 지금껏 각 운전자를 인증하고 소비자와 연결해온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질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중앙집중형 플랫폼조차 물류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기업은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이라는 분산형 시스템의 도입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불확실합니다. 과거보다 몇 배나 빠른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이를 쫓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확실함에서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물류 영역에서는 한 기업이나 개인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또한 물류에서는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될 때 부가가치가 높아지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생겨납니다. 이런 물류의 특성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의 등장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초연결시대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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