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송상화의 물류돋보기]자동화와 고용의 기묘한 상관관계

by 송상화

2017년 04월 24일

O링의 법칙’과 ‘절대불만족 원칙’ 통해 본 일자리의 미래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변해야 할 뿐”

자동화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 앨런 머스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는 강인공지능(Strong AI)의 발전으로 그동안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부분까지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직업도 이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박사과정을 마친 브린은 한때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생각을 바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이렇듯 전문가들조차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것이 초래할 변화의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겠지요.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혁신이 또 다른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인간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인가

 

인간의 일자리에 큰 변화가 생기리란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 자율주행차량이 산업에 도입되면 트럭과 택시, 버스 관련 사업 종사자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앨런 머스크의 말대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이 지금보다 더 고도화되면 의사와 변호사 역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구글 번역기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통역과 변역 일을 하는 이들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 새 교육방식의 등장은 필자를 비롯한 교육 관련 전문직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심지어 간단한 기사 정도는 이미 인공지능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일터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일터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MIT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어터(David Autor) 교수는 TED를 통해 일자리의 미래에 관한 흥미로운 강연을 한 적 있습니다. “왜 아직 이렇게 많은 직업이 존재할까?”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어터 교수는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미래 일자리에 관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급지급기’는 은행의 많은 노동자를 대체했습니다. 더 이상 예금인출과 입금 등의 단순한 업무에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필요한 인력도 감소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은행 지점 하나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면서, 은행은 지점의 수를 늘릴 수 있게 되었고, 과거 단순업무에 종사하던 직원은 고객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즉, 기계의 등장으로 인간이 전과 다른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어터 교수는 기계와 자동화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만, 동시에 성인 고용률은 지난 12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고 말합니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인간은 오히려 전보다 더 고용되는 역설. 어터 교수는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① O링의 법칙

 

O링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도중 폭발했을 때, 그 원인이 됐던 아주 사소한 부품을 말합니다. 1986년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전체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더라도, 그것을 구성하는 고리 하나가 잘못된다면 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O링과 우리 일자리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O링과 같은 사소한 부품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더 눈에 잘 띄는 중요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O링 같은 사소한 부품과 연결고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게 된 것입니다. 요컨대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중요한 것으로 떠오르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선 은행의 사례를 다시 보자면, 현금지급기가 없던 시절 은행 직원들은 통장 개설이나 입출금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벅찼습니다. 지금엔 은행의 주업무가 된 리스크분석과 투자 컨설팅은 엄두도 낼 수 없었지요. 하지만 시스템의 자동화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⓶ 절대 불만족의 원칙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기대하는 품질 수준이 만족되면, 곧바로 새로운 수준의 요구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현존하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 ‘절대 불만족의 법칙’이라 합니다. 예컨대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했지만, 이제는 기대치가 전보다 훨씬 높아져 웬만한 수준으로는 감동을 받지 않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불만’은 새로운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인간의 또 다른 욕구를 자극합니다. 즉, 이러한 절대 불만족의 원칙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변화’를 고민할 시간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가 등장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팔과 머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과 물류산업 종사자라고 이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특히 SCM과 물류의 영역에서 ‘O링의 법칙’과 ‘절대 불만족의 원칙’이 만들어낼 새로운 일자리는 무엇일까요?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송상화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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