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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 물류센터가 뜬다

by 김정현 기자

2017년 04월 12일

무엇이 드론 택배 상용화를 가로막나

AFC부터 메가드론까지, 하늘을 정복하려는 아마존의 원대한 계획

드론

 

글. 김정현 기자

 

2013년 아마존이 드론을 택배 배송에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아마존이 스스로를 이커머스 혁신자로 포장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이제 아마존의 진지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사뭇 줄어든 듯하다.

 

아마존은 수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드론 배송 시스템을 테스트하며 자신들의 계획에 차근차근 접근해갔다. 2016년 12월 영국에서 드론 배송을 성공시킨 아마존은, 올해 미국에서 다시 드론 배송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실 영국에서 실시된 드론 배송 테스트는 아마존이 품은 창대한 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존은 하늘을 정복하기 위해 더 커다란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요컨대 현재 드론 배송에는 갖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장거리 운송을 하려면 지역마다 ‘드론 급속 충전기’가 필요하며, 기술의 한계 때문에 드론이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무게도 한정돼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드론 배송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항공물류센터(AFC)’과 ‘메가드론’이다.

제프베조스 트위터▲ 2016년 12월 7일, 영국에서 드론 배송에 성공했다.(자료=제프베조스 트위터)

 

하늘을 나는 물류센터

 

우선 아마존이 준비하고 있는 항공물류센터 ‘AFC(Airborne Fulfillment Center)’에 대해 알아보자. 아마존은 하늘에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해 드론 배송에 활용하고자 한다. 아마존은 2014년 12월에 이미 관련 기술을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했으며 2016년 4월에 승인을 받았다.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드론 배송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이뤄진 일이다.

AFC▲ 사용자가 컴퓨터나 스마트폰(106)을 활용하여 배송을 요청하면 AFC(102)로부터 드론(112)이 주문한 물건을 싣고 배송지로 배달하게 된다.(자료=USPTO)

AFC▲AFC로 드론과 재고를 운반하는 보충(Replenishment) 셔틀. 조종사가 조정하는 매뉴얼 모드와 자동으로 조정되는 자율운전모드로 운영될 수 있다.(자료=USPTO)

 

하늘 위에 구축될 AFC는 거대한 모선(Mothership)으로 드론의 허브(Hub)이자, 배송할 상품을 보관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 공중 물류센터는 45,000ft(약 14km) 상공에서 이동하며 고객의 주문에 대응한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AFC에서 출발한 드론이 배송지까지 상품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식이다. AFC에는 수백 대의 드론을 보관할 수 있다.

 

AFC에 드론만 드나드는 것은 아니다. ‘셔틀 비행선’도 드나든다. 셔틀 비행선은 AFC에 상품, 소모품, 연료 등을 비롯한 각종 공급물자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이 셔틀 비행선은 AFC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수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이 합체한다, 메가드론

 

하늘 정복의 야심을 품은 아마존의 시도는 AFC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마존은 AFC 기술 출원 3개월 뒤인 2015년 2월에, 드론 집합체인 ‘메가드론(Mega-drone)’ 기술을 담은 특허 신청서를 미국 특허청에 제출했으며 2016년 12월에 승인을 받았다.

메가드론

▲ 드론 집합체의 다양한 모습(자료=USPTO)

 

4개의 프로펠러가 장착된 일반적인 쿼드콥터(Quadcopter) 드론은 연속으로 30분까지 비행이 가능하며, 운반 가능 무게는 10파운드(4.5kg)에 제한된다. 때문에 AFC가 드론의 허브 역할을 하더라도 기존 드론을 가지고 배송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메가드론이다.

 

메가드론은 드론이 여러 개 합체한 드론 집합체다. 따라서 작은 드론 하나가 상품을 운반할 때보다 더 무거운 화물을, 더 먼 거리로 배송할 수 있다. 또한 메가드론은 집합체로 움직이지만, 개별 모듈 단위(작은 드론)로 분리될 수 있다. 즉 집합체로 출발한 메가드론이 어느 정도 시점에 이르렀을 때 여러 대의 개별 드론으로 나뉘어 각자 소형 화물을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존은 다양한 크기와 무게의 상품을 수량에 관계없이 장거리로 배송하는 데에 이 메가드론을 활용할 계획이다. 메가드론은 여러 대의 드론이 연결된 상태로 비행을 하기 때문에 비행조종사나 항공교통관제관(Air traffic controller)이 쉽게 통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드론 배송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확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 나중은 창대하리라

 

아마존이 보유한 여러 특허와 발표된 자료를 봤을 때 하늘을 지배하고자 하는 아마존의 욕망은 뚜렷해 보인다. 그들의 담대한 계획이 성공할지 여부는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없다. 정말 거대한 물류센터가 하늘 위에 구축될지,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드론 합체가 현실화될지, 아니면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돼 곧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사실은 택배 배송에 드론을 상용화하는 데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마존의 시도는 분명 유의미하다. 아마존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미래 항공 물류시장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온몸으로 받으며 시작한 아마존의 도전, 그 끝에 창대한 결말이 있길 바라본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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