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택배 수령 걱정 ‘뚝’ vs 이용실적 저조 '무용지물' 될 것
[이코노미세계] 집에 사람이 없어도 택배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무인택배보관함 설치가 확대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7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2가에 위치한 두산위브 아파트 157세대를 시작으로 ‘무인택배보관함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올해까지 ▲서대문구(연희동 신성빌라) ▲동대문구 장안동(현대홈타운) ▲경기 용인시(보정동 동아솔레시티) 등 총 514세대 주민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그 동안 무인택배보관함은 민간사업자 중심으로 보급됐지만 앞으로는 국토부가 발벗고 나서서 무인택배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조를 통해 2015년까지 신규로 짓는 전체 아파트 중 50% 이상 무인택배보관함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서비스 개선 및 선진화 기대 = 국토부 김유인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택배 선진화를 위해 아파트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건설 시에 보관함 설치를 권장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관함 설치를 통해 택배 재배송 방지와 분실·파손의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어 무인택배 이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주)헤드, 이지라커, 마노전자 등 무인택배 시스템 업체 등도 관련 사업에 함께 나선다. 이들 단체와 기업은 향후 ▲수도권 후보지역 분석 ▲보급형 보관함 개발 ▲정보시스템 연동 ▲입주자 홍보 ▲이용실태 분석 등을 통해 무인택배 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통합물류협회 배명순 택배분과위원회 사무국장은 “국민 1인당 연평균 택배 이용 횟수가 21회일 정도로 택배는 대중화된 서비스인 만큼 택배 선진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보관함 늘지만 택배이용 ‘꽝’ = 이런 기대와 달리 정부의 무인택배보관함 보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우선 그간 무인택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용실적이 낙제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택배사가 아닌 무인택배 시스템 업체의 논리로 보관함이 공급되다 보니 수요예측이 빗나가 비싸게 설치된 무인택배보관함이 ‘깡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사 한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 증축 등 2~3년 전부터 무인보관함 설치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무인택배 이용률은 그 성장세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진, 현대로지엠 등 대형 택배사들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2만여 세대에 무인택배 서비스를 시행 중이지만 이용실적이 각각 일평균 130여건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J GLS도 지하철 1~8호선 전 구간 203개 역사에 무인택배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이용 고객은 하루 100여명이 넘질 않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무인택배 활성화는 자율적인 시장 논리에 맡겨 그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보급이 되어야하지 정부가 지원책까지 내세우며 나설 사업이 아니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부분의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택배업체 한 임원은 “일본과 달리 국내 택배문화는 문전(집까지 배달)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며 “최첨단 기술이 도입된 선진화된 무인택배 서비스라도 소비자들의 수요가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무인택배보관함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활성화를 위해 우선 ▲시장논리에 따른 수요예측 ▲소비자의 서비스 이해 ▲택배규격 제한 ▲현실적 서비스 운임 등을 내세웠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