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홈쇼핑 "택배 줄을 서시오~"
중기청·중기중·농협 3개 기관과 SK·신세계·NHN 지분참여 거론
[이코노미세계] 연내 중소기업전용 홈쇼핑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수혜자격인 국내 택배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홈쇼핑의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CJ GLS 등 주요 택배사의 전체 매출 중 11~15%를 차지하는 대형 고객이다.
이 때문에 신규 TV홈쇼핑 사업자의 향방에 대한 택배업계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기존 5개 홈쇼핑 외에 제6의 홈쇼핑 추가 승인을 저울 중이다.
현재 방통위는 신규채널 허가와 기존채널 활용 방안 2가지를 함께 검토 중이지만 업계는 신규채널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홈쇼핑 등 관련업계는 방통위가 조만간 추가 사업자의 자격·운영 요건 등이 담겨진 제안요청서(RFP)가 발표되면 5~6월경 사이에 신규 사업자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 기관 3사 vs 민간 3사 '물밑경쟁' = 우선 추가 홈쇼핑사업자 선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농협중앙회 등 3개 기관이다.
여기에 인터넷쇼핑몰 11번가를 운영 중인 SK와 유통기업 신세계의 지분 참여가 언급되고 있으며, 포털업체인 NHN이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와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했다.
민간기업에 비해 각각의 기관사가 유력한 이유는 중기전용 홈쇼핑의 사업취지를 살리기 위해 공공기관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해야 된다는 시장의 정서 때문이다.
중기청은 중기의 판로 확대라는 공익성에 초점을 맞춰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를 1대 주주로 몇몇 중소기업과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모색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의 수익성 확보를 우선으로 사업방침을 세웠으며 협력사로 농협중앙회가 거론되고 있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전국단위 유통망과 방송기술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자체 진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심의 사업취지와 농수산홈쇼핑과 사업성 중복 등이 변수다.
후보기관 중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기본계획(제안요청서) 발표시점만 기다리고 있다. 이미 시장검토와 분석을 끝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 택배사 '줄 서기' 경쟁 치열할 듯 = 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CJ GLS 등 대기업은 물론 로젠, KGB, 우체국(공기업) 등 중견업체도 중기홈쇼핑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택배사는 이른 예측에도 불구하고 후보로 거론되는 각각의 기관(기업)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실정이다. 이른바 중기홈쇼핑 물량을 향한 '줄 서기' 경쟁이 본격화 된 것이다.
물론 홈쇼핑사업자 선정 전부터 택배 입찰을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이지만 미리미리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택배사가 각각의 후보군과 손잡는 방법이 나쁠건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농협중앙회의 경우, 물류자회사인 농협물류를 주관으로 택배사 선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농협물류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현대로지엠에 무게 중심이 쏠릴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물류 김병훈 대표가 전직 현대택배(현 현대로지엠) 사장을 지냈고, 과거 초록마을의 물류를 공동 수행한 경험은 물론 aT(농산물유통공사) 입찰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중기청은 공기업인 우체국택배와 한진 등이 1순위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은 민간 택배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는 중기 대상의 공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기관과 공기업인 중기청과 우체국의 협력이 유력한 모델로 내다봤다.
한진도 2007년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중기 수출물류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어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기 수익성 확보라는 전용 홈쇼핑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로젠, KGB, KG옐로우캡 등 중기출신 택배사와 손잡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SK와 신세계, NHN 등이 기관 지분에 참여하게 될 경우, CJ GLS, 로젠, 한진 등이 물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2011년까지 신세계와 물류부문에 대한 전략적 제휴가 체결돼 있는 상태이며, 로젠과 CJ GLS는 SK '11번가'의 물류사로 활동 중이다.
물류기업 산하 연구원 한 관계자는 "과거 홈쇼핑의 신규 진출과 매각은 택배업계 순위 변동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가 됐다. 신규 홈쇼핑 출현이 택배업계 가격 인하 경쟁을 재발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홈쇼핑이 사양 산업으로 분리되는 추세지만 IPTV, 모바일홈쇼핑 등의 활성화 요인이 향후 성장세를 이끌어 갈 것이다. 중기홈쇼핑을 잡기 위한 택배사의 물밑경쟁은 벌써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올해 유통업종 성장세가 온라인쇼핑몰(15.8%), 편의점(12.2%), 백화점(6.1%), 슈퍼마켓(3.4%), 대형마트(3.1%) 순으로 나타난 반면 TV홈쇼핑은 제로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