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와 편의점의 성장
한중일 편의점 삼국지, 같은 방향으로
국내 편의점이 맞이한 3가지 패러다임 변화
▲ CU의 카페테리아형 편의점(사진= BGF리테일)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편의점 시장이 변하고 있다. 편의점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편의점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성장 궤도에 오른 일본과,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편의점 시장은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
편의점이 진화한다
어릴 적 어머니 심부름으로 과자를 사러 가면 동네 슈퍼가 대부분이었고, 편의점은 마트보다 찾기 힘들었다. 가끔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오면 비싼 가격에 사왔다고 어머니께 혼이 나기도 했다. 과거의 편의점은 일반 마트보다 상품 가격도 비쌌고 살 수 있는 상품 수도 몇 안 되었다. 편의점은 그저 마트, 슈퍼가 문을 닫은 한밤중에 야식을 먹을 때나 찾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편의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다양한 할인 행사 및 이벤트 등으로 가격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고 늘어난 점포 수로 인해 접근성도 좋아졌다.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작은 유통채널로 접근이 용이한 인근 고객들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편의점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여타 유통채널과 비교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보고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월까지 편의점 매출은 작년 동기간 대비 31.4% 증가했다. 반면에 대형마트, 백화점 매출은 각각 -7%, -1.9%로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소매업태별 판매량은 2015년 2월 동년대비 편의점, 슈퍼마켓은 증가했으나 전문소매점, 대형마트 등은 감소했다.
편의점의 성장이 가속화된 것은 2010년 이후이다. 특히 2014년도 이후 성장률은 더욱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은 2013년 12조 8000억 원, 2014년 13조 8000억 원, 2015년 15조 1000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의 성장과 함께 점포수도 늘어났다. 2009년 1만 4000개로 추산되던 편의점 점포수는 14년 기준 2만 6000개, 2015년에는 2만 9000여 곳으로 늘어났다. 편의점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IMF시절인 1998년도 전체 편의점 점포수는 6개 증가했지만. 그 이후 1999년에는 279개(13.5%), 2000년 485개(20.8%), 2001년 1044개(36.9%) 등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관측할 수 있다. 이후 현재까지 편의점 점포수는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해마다 증가하는 편의점 수는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입증한다.
1인 가구와 편의점의 성장
1인 가구는 이제 국내 주요 가구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기준 25%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1인 가구수는 415만에서 2015년 506만 가구로 증가했으며 총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7.1%에 달한다. 전체 가구중 1인 가구 비율은 2013년 26.9%에서 오는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소비와 유통 채널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여러 산업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인 가구와 관련된 싱글라이제이션(Singlesion), 솔로이코노미, 포미족(For me), 나홀로족, 싱글슈머, 혼밥족(혼자 밥먹는) 등과 같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의식주 소비형태가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주거환경, 문화 등과 같은 생활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성장은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중 유통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 패턴 중 하나는 소량구매이며 그 중 식품 구입비는 다인 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간편식(FF; Fresh Food)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또 다른 소비 패턴은 ‘자신을 위한 원스톱’ 소비 패턴이 강하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품목별 유통채널 비중을 조사한 결과, 식료품, 가공식품의 경우는 편의점이 높게 나타났고, 그 외의 품목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가구의 증가와 편의점의 부흥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편의점 문화가 세계 어느 곳보다 잘 발달되어 있다고 평가되는 나라다. 일본의 경우에도 1인 가구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과도기를 이미 거쳤고 이와 동시에 편의점이 성장했다. 일본의 1인 가구는 2010년에 이미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섰다. 유로모니터 인터네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통해 일본의 총 가구수는 2014년 1억 2400만으로 감소한 반면 그 중 1인 가구나 2인 가구수는 2024년까지 290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편의점의 경우 1991년에 1만 9603개 편의점이 2002년에는 4만 2000개로 급성장했다. 이에 더해 여타 유통채널의 매출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편의점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다.
중국 또한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편의점이 새롭게 각광받는 채널로 대두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 4월 ‘중국 미래 소비의 중심, 1인 가구 분석’ 보고서를 통해 “1인 가구는 1인당 소비지출 규모가 다인 가구보다 크고 개인 중심의 새로운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시에 중국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편의점 업계의 2014년 매출은 408억 위안으로 200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점포수 또한 2009년 1만 5271개에서 2014년 초 기준 2만 6345개로 증가했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추세다. 또한 한중일 삼국의 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1인 가구의 증가와 동시에 편의점이 주목받는 유통채널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편의점 채널의 급성장은 한중일 편의점에 어떠한 변화를 가지고 왔을까.
일본의 편의점, 콤비니(Kombini)
먼저 편의점 문화가 가장 잘 발달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을 거쳤다. 유통 채널 가운데 편의점이 뜨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떨어지는 매출에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의 절대강자는 ‘세븐일레븐’이다. 이어 로손, 패밀리마트, 서클K상크스, 세이코마트 등의 경쟁사가 존재한다. 일본의 편의점이 취급하는 상품 카테고리는 보다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것은 전통적인 유통 산업 형태를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편의점은 마트보다 30~40%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상품 SKU(Stock Keeping Units)도 대형마트 대비 5%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느꼈겠지만. 일본 편의점의 도시락은 레스토랑에서 먹는 식사 부럽지 않게 다양하며 맛도 좋다.
편의점을 넘어선 다양한 컨셉 또한 관측되고 있다. 편의점+카페, 편의점+레스토랑, 약국+편의점, 베이커리+편의점과 같이 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내세워 판매하는 신유통 형태가 그것이다. 편의점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 패밀리마트는 일본우정그룹과 협약을 통해 해외택배 배송 제휴를 체결했다. 일본 내 마트에서 해외로 발송하는 택배를 보내면 우정국이 해외로 배송을 하고 다른 국가 패밀리마트에서 받을 수 있게 하는 형식이다.
한국과 비슷한 중국
중국의 유통 산업 변화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은 중국 유통산업 중 편의점 채널이 급격하게 성장한 한 해이다. 반면 하이퍼마켓과 백화점의 성장률은 저조했다. 동시에 소량 상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과 거주 지역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유통채널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중국 편의점은 매출기준 2014년에 비해 2015년 약 25% 성장했다. 더불어 중국 즉석식품 시장도 2012년 2000억 위안에서 2015년에는 5300억 위안으로 급성장했다. 1인 가구 소비자가 선호하는 가정식, 간편식 등을 선호하는 현상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한국 편의점, 이렇게 바뀌고 있다
이미 성장한 일본의 편의점과,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편의점 시장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편의점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을까. 변화하는 편의점 시장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본다.
첫째, 편의점이 옴니채널 매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 편의점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디에나 있다(anywhere)’이다. 이 강점으로 인해 편의점은 옴니채널 전략의 활용 거점으로 충분한 입지를 갖는다. 편의점의 대표적인 옴니채널 서비스는 편의점 택배이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오프라인 편의점에서 상품을 받아보는 것이다. 한국편의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편의점 택배 이용건수는 585만 8496건에서 2015년 1236만 8900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편의점은 택배 서비스를 포함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옴니채널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GS25와 CU가 CJ대한통운과 협업하여 만든 포스트박스의 경우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우체국 택배와 비슷하거나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객이 점차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은 무인사물함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편의점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나아가 올해 말까지 롯데그룹은 온라인(롯데 계열)에서 주문한 상품의 반품을 세븐일레븐 매장에 맡길 수 있는 ‘리버스 픽업’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상품군의 다각화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상품 구색 다각화 및 개발에 힘써 왔다면, 이제는 편의점이 같은 패러다임을 겪고 있다.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고객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맞는 상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도시락이다. 커피의 경우에도 일반 커피숍 못지않은 다양한 원두커피 상품이 나오고 있고, 심지어 편의점에서 원두를 직접 그라인딩해 바로 내린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또한 과거 편의점에서 식사대용으로 판매하던 라면, 삼각김밥을 넘어 이제는 도시락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도시락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치찌개, 순대국밥 같이 기존 음식점에서만 먹을 수 있던 음식까지 도시락으로 나왔다. 편의점은 현재 더욱 신선한 제품과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편의점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PB브랜드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은 복합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사실 편의점의 점포수가 늘고 있는 반면 편의점 점포수의 증가율은 지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점포의 양보다 질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게 업계 다수의 전망이다. 편의점의 형태 또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서서 삼각김밥, 라면, 도시락 등을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면 몇몇 편의점에서는 공간을 넓혀 고객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테마를 가진 편의점도 나오고 있다. 대학교 안에 파우더룸을 갖춘 편의점, 도시락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카페’ 편의점, 심지어 소형 무대를 갖춘 편의점도 생겼다.
음식을 판매하고 생필품들을 취급하는 편의점이 처음 한국에 생긴 지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편의점은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변화하는 니즈에 맞춰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과거에는 약 15평의 공간만 있어도 운영됐던 편의점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제 다양해지는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편의점 면적이 더욱 넓어짐은 물론 새로운 상품,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