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STAR SUMMIT 2016 / 세션Ⅰ: Beyond Logistics / 물류를 넘어 융합의 시대로
산업의 경계가 파괴되고 연결되고 있는 시대다. IT기술 기반의 산업간 융복합의 가속화로 이제 ‘물류’ 하나로는 물류산업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과거 수출입 물류와 하드웨어 인프라 기반으로 운영되던 물류 서비스는 이제 생활물류, 온디맨드를 넘어 신유통인 라스트마일 등 다양한 유무형 산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제 물류 하나로만 물류를 바라보는 담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격변의 시대, 물류를 넘어선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
가치창출의 물류로 고객경험을 혁신하라
연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 / 정리. 엄지용 기자
처음 물류관련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받고 굉장히 놀랐다. 물류를 잘 모르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여러 번 거절했지만, 다시 여러 차례 요청이 왔다. 주최측에서는 “물류를 모르기 때문에 당신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이 자리에 섰다. 참여기업을 살펴보니 CJ대한통운과 같은 전통적인 물류강자부터 우버와 같은 IT강자들, 그리고 저희 같은 스타트업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물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주최측은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오는 게 스타트업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배달의민족의 사업도 물류와 약간은 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예전 배달의민족 또한 물류란 무엇인가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 배달의민족과 이륜차 물류 알고리즘을 함께 연구하고 있던 포항공대 교수님께 저 같은 물류 문외한도 알아들을 만큼 쉽게 물류를 설명해달라고 하니 “세 발자국만 움직이면 물류”라는 말을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배달의민족이 하는 여러 사업도 물류관점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동일한 위치에 있지 않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것, 우리도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좀 더 쉽게 설명해보겠다. 가령 음식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갔다. 실제 음식은 주방에서 요리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후 서빙은 종업원이 맡는데,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세 걸음은 넘게 움직이니 이것도 물류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여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음식의 맛은 애초에 요리사의 실력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음식을 전달하는 종업원이 어떻게 손님에게 음식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맛보는 음식의 맛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배달의민족의 물류는 ‘사용자경험 관점’에서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통물류는 B2B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제는 B2C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해 예전 소비자의 고객경험을 좌우하던 ‘매장직원’은 이제 ‘물류직원’으로 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여 브랜드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물류를 통해 브랜드를 만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이제 물류는 단순히 안전하고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물건이 전달될 때 소비자에게 즐거운 경험까지 함께 전달되어야 하는 영역까지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오늘 행사의 주제 중 하나가 제조, 유통, IT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이 물류를 전면적으로 파괴한다는 내용이다. 재밌는 부분은 현재 트렌드와 미래전반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고객경험’이라는 하나의 트렌드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바퀴, 네 바퀴, 혹은 드론이든, 무인로봇이든 결국은 그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고 따뜻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을 전달해야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고객경험, 가치창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외식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다. 이는 기존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깔끔하고 친절한 라이더가 배달해주는 서비스이다.
재밌는 것은 실제 배민라이더스에 대한 소비자 리뷰를 보면 음식의 맛보다는 라이더들의 친절과 관련된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 점을 바라보면서 배달의민족은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에 깜짝 선물을 준비한다거나 감각적인 포장에 신경쓰는 등 고객에게 행복한 느낌을 전달해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신선식품 배송서비스인 ‘배민프레시’다. 여태까지 물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빠른 배송’이었다면 우리는 그 기준을 ‘신선한 배송’으로 옮겼다. 전 차량을 음식에 최적화된 냉장차량으로 구성했으며, 새벽배송이라는 특화서비스로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해줬다.
역시나 특히 재밌는 것은 포장이다. “밥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포장에 적어놓는 등 고객경험을 보다 즐겁게 하기 위한 다양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배민프레시 물류의 매개체는 결국 차량이기 때문에 그 차량에도 고객이 조금이라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돼지고기 목살이 타고있어요”와 같은 재밌는 멘트를 써놨다. 굳이 우리 고객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다 배민프레시 차량을 봤을 때 굉장히 즐거운 경험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결국 배달의민족이 생각하는 물류는 ‘고객이 보다 맛있고 행복하게 음식을 먹는 것’이다. 시작은 물류로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고객경험, 가치창출이라는 말로 마무리 짓고 싶다. 이러한 고객경험, 가치창출을 위해서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배달의민족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물류는 고객경험에 집중할수록 보다 훌륭해질 것이다. 매장직원이 아닌 물류직원으로 기업 브랜드를 느끼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변화가 다가올 것은 물론이다.
* 동 내용은 지난 4월 본지 주최 로지스타서밋 2016(부제: 물류를 넘어, Beyond Logistics)에 참석한 연사 발표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