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기자의 물류학개론 ⑦
자라는 다른 패션업체들과 어떻게 다른가
자라 코리아 대표, “우리는 패션 물류 기업 (Fashion Logistics Company) 이다.”
*SCM협회 물류전문가과정에서 자라코리아 대표의 강연을 참고했습니다.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패션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패션기업들은 저성장,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 및 대형 패션 업계들은 매출하락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백화점 산업은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패션 대기업들 실적도 부진한 모습입니다. 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들은 할인으로 소비자를 모으고자 합니다. 작년 구찌 전매장 50% 할인 정책을 시작으로 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들도 고정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죠.
반면에 SPA, 온라인 몰, 소호 몰 등의 매출 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유니클로는 2007년 처음 한국에 매장을 오픈한 이후로 현재 전국에 155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라와 H&M;도 지속적으로 시장 쉐어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합리적인 소비’가 패션계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서 제공하는 것이 패션계의 중점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큐롯팬츠가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패션업계가 상품 제작을 시작하고 3~4개월 후에 시장에 내놓게 되면, 그 사이에 다른 상품이 트렌드로 떠오르죠.
온라인으로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양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2달 주기로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한 상품에 대한 물건 평가가 나오면 전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시대가 왔다”라고 언급했습니다.
SPA브랜드 자라(ZARA)는 원하는 상품이 매장에 있을 때 그 옷을 사지 않으면 다음 달에 같은 옷을 찾을 수 없습니다. 2주마다 상품 사이클이 바뀌기 때문이죠. 어떻게 이러한 전략이 가능할까요? 답은 물류였습니다.
(출처: 인디텍스)
디자인 크레이팅이 아닌 센싱
대개 패션 업체들은 디자인은 창조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자라는 ‘감지’한다라고 말합니다. 자라는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명품브랜드와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디자인을 크리에팅한다고 합니다. 3년 전 샤넬의 디자이너 칼라거펠트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 기자는 그에게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디자인 계획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그는 “우리는 파리에 본사를 두지만 단 한번도 프랑스인들을 위한 디자인을 한 역사가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소위 명품브랜드들에게 디자인은 창조의 영역인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자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자라의 상품은 매장을 방문한 순간 구매하지 않으면 같은 옷을 다음에 살 수 없습니다. 2주 마다 상품이 바뀌기 때문이죠. 이러한 빠른 반응속도로 인해서 자라는 디자인을 감지(Sensing)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자라는 10일 이내에 매장에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가 부진한 상품은 바로 매대에서 제외 시킵니다.
그렇다고 반응이 좋은 상품들을 몇 번이고 재생산하지 않습니다. 사실 잘 팔리는 상품을 더 생산하게 되면 해당 상품의 시장 점유율 또한 높일 수 있으나 자라는 그러한 전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자라가 현재 재고를 빨리 판매하는 이유는 다른 디자인을 접목한 신제품을 더 빠르게 투입하기 위해서이죠.
(출처: 인디텍스)
자라의 물류 목표, 재고=0
자라는 ‘더 빨리, 더 적게, 더 싸게’를 외칩니다. 이로 인해 물류비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라가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에 언급한 시장 감지(Sensing)을 통한 상품기획은 물류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디자인이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가 원하는 걸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면 물류단에서는 소비자에게 이 상품을 얼마나 빠르게 전달 하는가를 목표로 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점은 ‘감지’작업이 물류 프로세스 안에 녹아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패션 업체들은 디자인 확정 후 생산량을 예측하여 그 후에 물류업무가 시작되지만 자라는 디자인 착상 단계부터 물류 부서가 함께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구조로 인해서 발생하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여러 생산 공장을 두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어려우며 생산단가는 낮지만 물류비는 증가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자라는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재고를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보다 정상가로 완판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관점인 것이죠.
전통 산업에서는 물류부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용 절감이었습니다. 때문에 허리띠를 항상 졸라매는 부서라는 인식이 강했죠. 높은 물류 비용에도 불구하고 자라는 물류를 ‘물류’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것이죠.
자라의 물류 목표는 비용절감이 아닌, 재고의 최소화를 넘어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시장에 트렌드를 감지하기 위해서 물류를 서비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라 코리아 이봉진 대표는 “소비자를 지향하지 않는 SCM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라는 단순한 패션기업이 아니라 패션 물류 기업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