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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암의 물류에세이] 사각(死角)지대

by 천동암

2014년 08월 01일

글. 천동암 삼성전자로지텍 부장


시시

 

 

 

 

<사진을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詩)를 쓰게 된 동기는 대학동창인 부부의 삶이 모티브가 되었다. 아내를 위해 휴직하고 병 수발하며 전남 장성에 기거하는 친구를 만나고 양주 집으로 향하면서 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울먹이다가 차에 내려서 쓴 시이다.

나는 이들 부부를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고 있다. 대학시절 내 친구는 경영학을 그의 여자 친구는 행정학을 각각 전공했는데, 그녀가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행정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내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행정학과에는 여자들이 거의 없던 시절에 호한(豪悍)인 내 친구가 그녀를 낙점해서 결혼까지 골인한 것이다. 친구 부부는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 공무원이 되었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갑자기 장성으로 내려간다는 전화를 했다. 그의 아내가 위암이 발견되었는데. 폐까지 전이 된 상태로 위험해져서 휴양소로 장성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광주 출장길에 친구 부부가 있는 장성에 들렸다. 그들이 머무는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단칸방 펜션은 남루하게 나를 맞이하였다. 친구가 아내를 위해 사과를 깎아서 입에 넣어주고 밥을 지어 저녁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면서 부부의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부부의 삶은 볼록거울, 오목거울, 그리고 평면거울을 가지고 상대 배우자를 꾸준히 비추고, 기쁘고, 화내고, 슬프고, 그리고 즐겁고…. 거기에서 나오는 감정을 털어내며 생채기 나고 치료받고 또 아프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신혼 초기에는 볼록 거울로 상대방을 비추면 사랑한 감정이 충만하여 조그만 상처도 크게 보이는 볼록거울을 갖게 된다. 차츰 부부 사이가 익숙할 때, 둔감해지는 오목거울, 서로의 마음에 멍울이 생기고 상대방이 아파도 깨닫지 못한다.

서로의 평면거울을 갖는 순간 자기 모습만 보는 나르시스(수선화)에 빠지게 되고 무관심하게 된다. 조그만 사각지대(死角地帶)는 시나브로 틈이 더욱 넓어져 상대방을 더욱 병들게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부 중 한 사람이 카롱의 배를 타고 건너 이승을 떠나려고 할 때, 비로소 부부중 한 사람은 볼록거울을 꺼내고 서로의 첫 사랑의 감정을 깨닫고 울먹이며 이슬처럼 스러져 떠나가는 임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휑한 밤하늘을 보고 친구 부부를 생각하며 차속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그 거울에 우리 부부가 있었다. 나는 아내를 생각하며 들고 있는 거울이 무엇인지 깨닫고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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