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시장을 창조하는 미래형 SCM전략

by 콘텐츠본부

2011년 05월 23일

 

 

글. 박재규 범한판토스 전무

 

 

[CLO] 애플은 ‘아이폰’ 생산 공장 하나 없이 세계 IT기업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을 만들 부품을 가져다 중국에서 조립해 세계에 판매한다. 미국 본사는 기획, 디자인,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무역회사 가운데 하나인 리앤펑 역시 단 하나의 공장도, 단 한 명의 재봉사도 고용하고 있지 않지만 매년 20억벌 이상의 의류를 생산한다. 전 세계에 산재한 7500여개의 공급업자로 이뤄진 리앤펑 네트워크를 조율해 의류, 액세서리, 가구, 장난감,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효과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자라(ZARA)’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의류업체 인디텍스는 판매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생산과 구매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재고를 줄인다. 중국 베이징 구매센터를 통해 옷감을 수입하고 언제든지 필요한 양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영향력 있는 의류 브랜드로 승승장구한다. 이들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 유통할 수 있는 것은 최적의 공급망관리(SCM)를 통해 성장동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철저한 SCM을 통해 원·부자재를 생산계획에 연동시켜 일일 구매계획을 변경함으로써 구매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SCM 전문가인 저자는 “애플과 같이 진보한 글로벌 SCM은 효과적인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고 생산비를 절감하며 유연한 사업을 돕고 불황에도 부담이 없도록 만든다”면서 “SCM이야말로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조언한다. 그가 제시한 SCM의 미래 방향은 바로 ‘실시간 SCM’과 ‘공급망 생태계 육성’이다. 실시간 SCM은 소비자 수요를 즉시 파악해 대응하는 등 공급망 체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공급망 생태계 육성은 네트워크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 기반을 자사와 동반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SCM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기업이 드물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기업 경영은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 LG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 추진 경과
LG전자가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 우리나라의 주요 제조 기업들의 공급망은 급격히 글로벌화 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했지만, 생산은 원가가 낮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하거나 현지 부품 규정이나 관세 등의 규제를 넘어서기 위해 시장에 가까운 곳에서 생산거점을 두게 되었고, 판매시장도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면서 폴란드, 멕시코 등에도 공장이 설립되었다. 이로써 공급망에 대한 복잡성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심화되는 원가 압력, 시장 수요의 다양화 등으로 공급망 관리의 복잡성이 급격히 심화되었고, 그 중요성 또한 매우 높아졌다. 생산법인이 29개나 되고 판매법인이 48개나 되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공급은 판매법인과 생산법인 간 수작업 의사소통에 의해 준비되었고, 주요 자재는 한국에 있는 사업부에서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사업부는 각 법인 간 물동계획에 대한 수많은 엑셀 장표를 이용하고, 계획 대비 실적 차질의 원인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한국에서 나가는 공장별 출하물량만 관리하고 전 세계적 판매물량과의 연계가 없는 상황이었다.대부분의 계획은 연간 매출 기본 계획 및 중간 중간 수정되는 월 단위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한 대표 모델의 물동계획이었고, 실제 공급은 고객 거래선이 주문한 구체 모델의 주문에 따라 자재 및 생산계획이 대폭 수정되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사의 재고 누적 및 생산 비효율이 극심했다. LG전자에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급망 관리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를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 부문은 모니터 사업부였다. LG전자 모니터 사업부에서는 2000년 당시 경쟁사에서 효과를 보고 있었던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혁신적인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했다.


그 몇 가지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스템 및 데이터의 문제다. 해외에 많은 생산공장과 판매법인들이 생겨났지만, 생산거점에서의 주요 자재 현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장에서 실행 가능한 생산계획을 수립하려면 자재 제약을 고려해서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생산법인에 얼마나 자재 재고가 남아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내지 못해, 생산계획을 수립하더라도 목표로 하는 수량을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되어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생산계획 대비 실적의 차이가 많이 나게 되었고, 생산계획에 대한 신뢰성을 잃었다. 글로벌 제품 공급계획도 신뢰성을 갖지 못했다.


둘째, 조직 구조의 문제다. 공급망 관리의 관점에서는 공급망에 연결된 전체 부서(영업, 마케팅, 생산, 구매)를 하나의 의사결정 주체가 조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경쟁사들은 판매와 생산의 기능적 조직 구조에서 각 주요 제품군별로 하나의 의사결정권자 아래에서 부서 간 이견을 통합하여 조정할 수 있는 글로벌 운영센터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LG전자는 전통적으로 지역 분권화가 강한 기업이다 보니 해외 생산 또는 판매법인을 한국의 사업부가 통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판매법인과 사업부 간에 또는 사업부와 해외 생산공장 간의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했기에, 공급 시기를 놓치는 등 고객과의 납기 약속을 어기는 때가 많았다.


셋째로,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강조다. 경쟁사에서 성공한 시스템이라 하여 통합물동기획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목표로 했던 운영 프로세스대로 운영되지 않았고, 시스템의 활용도도 매우 떨어졌다. 변화 관리에 주력했어야 하나 변화 관리를 할 전담조직이 없이 생산, 마케팅, 구매가 각각 독립된 임원 산하에서 상호 간의 영역을 참견하지 않는 문화를 유지하다 보니 결국 시스템을 통한 LG전자 출하 기준, 주 단위 관리 등의 기존 목표는 희석되고 수작업, 공장 선적 기준, 월 단위 관리의 기존 체제가 지속되었다.


2005년이 되자 공급망 관리 역량의 차이는 두드러지게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나타나서, 더 이상 사업부에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재고 일수는 경쟁사 대비 1.5배 이상 높았고, 시장이 선호하는 제품 중심으로 공급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이 아니라 생산부서는 생산성 중심으로 마케팅부서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판촉 했으며, 구매는 구매부서 단독 판단에 의해 자재 구매를 결정하고 자재 및 제품 재고에 대한 책임을 서로 전가하기 위해 조직 간 갈등이 심각했다. 완제품 재고 3조원, 자재 재고 1.7조 원 등 4.7조 원의 유동성이 재고에 잠겨 있었고, 유통채널에 대한 가격 보상이 필요한 유통재고가 2조 원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휴대전화 사업부의 경우 2006년 중반에는 자재 재고 6000여 억 원 중 20% 이상이 장기재고였을 정도로 구매계획과 마케팅 계획 간에 괴리가 많았다. 특히 휴대전화 자재의 장기재고는 폐기손으로 전이되어 사업부 손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6년부터 두 가지 과제를 시작했다. 주 단위 관리 및 통합물동기획이 그것이다.

 

 

 

 

주 단위 관리
과거에는(물론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계획 주기가 월 단위였다. 즉, 시장 수요를 월별로 예측하고 이를 마케팅에서 조정하여 판매계획을 확정짓고, 이를 바탕으로 월별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이 생산계획을 기반으로 구매부서에서 월별 구매계획을 수립하는 관리체제였다. 이런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게 되면 각각의 단계마다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므로 이 전체 과정을 거치는 데 당연히 1개월이 소요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1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했는데, 이런 정보 흐름의 지체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판매 실기를 없애고자 재고를 많이 가지고 가게 되면 그만큼 재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되고, 판가 하락이 심한 제품에서는 손익이 나빠지게 되고, 시장 수요가 없어지면 불용재고가 발생하여 이로 인한 많은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무조건 재고 수준을 줄이게 되면 영업의 입장에서는 판매 실기로 인한 기회비용이 발생하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떨어져서 고객만족도가 저하되고 이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긴급주문이 발생하면 단납기 대응을 위해 전체 생산 및 자재 계획이 급격히 바뀌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면 계획대로 준비하지 않고, 계획이 더 이상 바뀔 수 없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준비를 시작하면서 생산 및 자재 공급의 비효율이 극심해진다.? 따라서 고객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재고를 적게 가지고 가려면 시장 수요를 신속하게 영업에서 마케팅으로, 그리고 생산과 구매로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높은 공급망 관리 실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계획 주기를 1개월이 아니라 일주일로 단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즉 판매에서 각 영업사원들의 수요 예측을 취합하고 이를 다시 마케팅담당자가 조정하여 확정하며,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구매계획을 수립하는 이 전체의 과정을 일주일 내로 해내는 것이다. 전 세계에 수십 개의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가진 글로벌 기업에서는 월에서 주로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그 효과는 매우 크며, 기업의 경쟁력에서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2004년부터 가전사업본부에서 주 단위 관리 태스크포스를 추진했으며, 2006년 초 전사 확산을 위해 IBM컨설팅과 함께 주 단위 관리 태스크포스를 시작했다.

 

 

통합관리를 위한 통합물동기획
LG전자는 마케팅, 구매 각 조직의 평가지표 및 조직장의 조직 운영 원칙의 차이 등에 따라 각 부서의 계획이 일치되지 못해서 발생되는 비효율이 많았다. 또한 물리적으로도 각 부서의 계획을 서로 공유할 방법이 없었다. 보통 해외법인에서의 영업사원들은 현지인이 맡게 되는데, 이들이 각자 맡은 지역 또는 고객군에서 수요 예측을 해서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하여 판매법인의 제품담당자들에게 제출하게 된다. 그러면 제품담당자들은 본인의 예상치와 목표치를 반영해서 이를 다시 본사의 마케팅부서에 전달한다. 그러면 다시 본사의 마케팅부서에서는 본사의 경영계획을 반영하여 매출계획을 확정한다. 보통 이런 과정은 수 주일이 소요되고 그 각각의 단계에서 담당자들의 판단이 반영되기 때문에 시장의 실제 상황이 전달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왜곡된 정보가 본사에 전달되기도 한다. 그 정보를 가지고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구매계획을 수립하는 본사의 입장에서는 이미 시기가 지났을 뿐 아니라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LG전자는 글로벌 통합물동기획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통합물동기획에서는 IT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같은 정보와 화면을 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시스템의 한 화면에서 지역별? 제품별로 영업사원의 수요예측과 법인의 제품담당자, 본사의 마케팅부서가 함께 정보를 보고 입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수요 예측에 대한 가시성을 갖게 되었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순차적으로 입력하던 때는 수요 예측을 전 세계적으로 취합하는 것이 한 달 주기로 이루어졌지만, 이젠 실시간으로 모두의 수요 예측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씩 수요 예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생산 및 구매부서에서는 과거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더 빠르게 받아, 이 정보를 기반으로 자재 및 생산능력을 고려하여 글로벌 최적화된 공장 및 제품별 생산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자재 소요량을 산정하며, 각 생산법인별 자재 배치 계획을 사전에 글로벌 차원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2005년 모니터 사업부에서부터 주 단위 관리 프로세스를 재정비해야하고 통합물동기획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 모니터 사업부는 전 세계에 걸쳐서 35개의 해외 판매 법인과 7개의 생산법인을 통해 연간 약 2100만 대의 물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막대한 양의 물동을 각 판매시장의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주 단위 물동운영체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06년 1월 TV사업부에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모니터 사업부에 구축했던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한 2006년 4월 휴대전화 사업부와 가전 사업부(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2007년 1월 미디어 사업부, 2007년 3월 PC사업부에도 통합물동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목표로 했던 주 단위 글로벌 계획 체제를 확립하게 되었다.


2006년 4월 글로벌 SCM팀이 발족되어 박재규 상무가 첫 SCM팀장으로 선임되었다. 2006년 9월 변화 관리의 중요성 및 사업본부별 차별화된 공급망 관리 전략 추진의 필요성에 따라 각 본부별 GO(Global Operation) 조직이 구성되었으며, 궁극적으로 모든 물동에 대한 기획, 운영, 책임을 지는 ‘Global Operations and Command Center'로 성장하라는 의미에서 글로벌 운영센터 조직으로 개명되고, 글로벌 운영센터 조직이 정상화되어 물동운영이 효율화될 때까지 글로벌 운영센터 조직의 인력 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말고, 글로벌 운영센터 인력은 전문직군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라는 CEO의 지시가 내려졌다. 당시 물동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있었던 CEO와 CFO, 사업본부장들의 일치된 결정이었다.
 

 

2.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추세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 증대
기업이 글로벌화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필요한 물량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의 중요한 경재우위로 대두된다. 따라서 어떤 제품을 언제, 어디에, 얼마나 위치시킬 것인지는 기업의 중요한 업무다. 이런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것을 우리는 공급망 관리라고 부른다. 흔히 기업의 경쟁우위로 품질, 원가, 납기를 말하는데, 공급망 관리는 직접적으로 납기와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납기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전자제품의 주요 고객은 미국의 경우 베스트바이, 서킷시티(Circuit City), 시어즈 등이 주요 유통사들이고, 유럽의 경우에도 딕슨(Dixon)과 같은 유통사들이 존재한다. 이런 유통사들의 경우 품절은 곧 매출 기회의 상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공급사들의 납기 준수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공급사들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에 따라 여러 계약조건에서의 차별성을 두게 된다. 따라서 적시공급은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운 가전제품의 경우 매우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이며 또한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로, 원가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LCD TV나 PDP TV등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제품의 경우 주기가 직접적으로 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LCD TV와 PDP TV에 있어서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판가가 40% 정도 하락했는데, 이 경우 완제품 재고를 2개월 치 가지고 있느냐 1개월 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익에 있어서 4% 정도가 직접적으로 차이가 나게 된다. 만일 경쟁사는 2개월 치의 재고를 가지고서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는데 우리 기업은 1개월 치의 재고만으로 고객의 주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면 손익에 있어서 그만큼 우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가전제품의 특성상 마진이 높지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 손익의 절반 가까운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1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1개월 치의 재고는 약 1조 원에 해당한다. 이 금액이 재고로 쌓여 있다고 하면 이는 엄청난 금융비용으로, 기업의 현금 흐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망의 상류로 갈수록 재고가 크게 쌓이는 채찍효과는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공급망에서 보이는 현상으로 이미 여러 산업에서 확인되었다. 이 현상은 공급망의 상류로 갈수록 수요의 변화 폭이 더 커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객의 수요가 항상 일정하다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수요는 항상 변화한다. 따라서 공급망상의 각 주체들은 고객의 주문을 예상하고 안전재고를 보유함으로써 대응하게 된다.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공급상에서 고객에 가까이 있는 하류는 주문을 늘리게 된다. 그러다가 수요가 다시 떨어지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주문을 멈추거나 줄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급망의 상류로 갈수록 변화는 더 커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단지 수요의 변화 또는 수요 예측의 부정확성뿐만 아니라 리드타임의 변화, 묶음(batch)주문, 가격의 변동, 촉진 등의 요인에 의해서도 더 악화된다. 이렇게 수요의 변화가 커지면 그만큼 생산, 구매 등 기업의 모든 활동에 비효율을 초래하므로, 이런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기업들은 가시성을 확보하고 공급선에 의한 재고관리, 적시생산 등의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공급망 기획과 운영의 수준은 모두 4가지 발전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망 기획은 주로 통합물동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안전성을 확보해 유통채널 및 영업, 구매, 협력업체의 신뢰를 쌓고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계획 리드타임을 단축시켜서 시장 변화에 신속히 반응하는 체제를 갖추며, 시장의 구조나 경쟁의 규칙이 바뀌었을 때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급망 운영은 물류 흐름(가시성)과 원 단위 관리 지표(표준화)를 확립한 후, 국내 최적화에서 대륙별 최적화,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최적화의 단계로 발전한다.

글로벌 판매 운영계획

과거에는 각 판매법인에서 제품별로 시장의 수요와 판매법인의 재고를 계산하여 필요한 물량을 결정하고 이를 원하는 공장에 주문을 하는 형태였다. 따라서 어떤 제품을 얼마나 주문할 것인지는 각 판매법인의 권한이었고, 이에 대한 생산 여부는 각 생산법인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 이 경우 전사적인 제품의 전략이나 최적 생산지의 결정 등의 목표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먼저 제품 전략의 관점에서 사업부에서는 저가제품에서 고가제품으로 바꿔가는 전략을 쓰려 할 때, 판매법인이 당장 잘 팔리는 저가제품으로만 주문을 내더라도 이를 조정하고 통제하기가 어려우며, 기존 제품을 없애고 신제품을 도입하고자 할 때도 판매법인이 기존 제품만을 주문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한 최적 생산지라는 관점에서도, 생산지를 판매법인이 결정하여 해당 생산법인에 요청했기 때문에 일부 공장에서는 물량이 부족하고 다른 공장에서는 요청받는 물량을 다 생산해내지 못하는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한 생산법인마다 원가구조가 다르고 판매법인과의 운송 리드타임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운영구조는 글로벌 최적화된 계획과는 달리 비효율적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네트워크의 향상은 IT 기반을 활용하여 본사에서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의 정보에 대한 가시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본사에서 각각의 법인 간의 협의나 조율에 의한 지역별 최적화가 아니라 글로벌 최적화의 차원에서 본사가 글로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본사에서 전 세계의 시장 수요를 받아 이를 원가, 운송 리드타임 등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최적의 생산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LG전자에서는 가장 중요한 변화의 포인트로-글로벌 판매 기준으로- 현지 마케팅과 사업부 생산이 통합 관리에 의해 자재 구매 등 공급 준비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글로벌 판매 운영상 물동운영의 규정과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재정립된다. 먼저 수요 예측 입력→확정계획→ 전략물동회의→ 물동기획(purchase sales inventory) 최종 확정으로 정의하고 각 단계별로 운영 규정을 정의했다. 먼저 수요 예측의 입력은 합의 기반 수요 예측의 프로세스로서 판매법인의 제품담당자가 시장 수요를 반영한 판매 예측을 입력하고, 마케팅은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여 할당 또는 마케팅 버퍼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확정계획의 단계에서는 자재에 대한 제약을 반영함으로써 실현 가능한 배분 및 생산 계획이 수립되도록 했다. 또한 생산의 안정화를 위하여 3주의 확정구간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즉, 매주 확정계획 시 당주 포함 3주에 대해서는 생산계획을 변동하지 않고 수요 변동 및 다른 변동 사항들은 4주 이후에 대해서만 반영하도록 했다. 전략물동회의에서는 매주 목표 대비 실적을 검토하고, 재고 부족이 발생한 물량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전략물동회의를 위해 많은 자료들을 분석하여 전략물동회의용 자료를 만들어야 했으나 이 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화된 보고서들은 시스템에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구성하여, 데이터 분석 및 회의자료 작성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소화했고, 가장 최신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볼 수 있어 전략물동회의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통하여 선적계획에 대한 일부 수정을 하고 나면 이는 전 세계의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에 확정 통보되어 전체가 하나의 계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기업에서 혁신 활동을 추구할 때는 프로세스, 조직, 시스템이 일관되게 만들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변화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변경된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준수했는지, 또 이를 통해 목표로 했던 성과를 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를 설계하고 모니터링 하게 되는데, LG전자는 수요 예측 정확도, 판매능력지수, 수작업 주문 생성률, 선적계획 준수율, 재고 일수, 장기재고 비율의 6가지 핵심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이를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이 매주 시장 변화에 따라 변경된 하나의 계획으로 판매, 생산, 구매 등 각각의 기능이 동기화되어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변화다. 기존에 각각의 기능들은 물리적 위치가 다르고 시간적으로 다른 시간대에 있으면서, 각각의 기능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정보의 차이로 인해 서로 상이한 계획을 가지고 운영되었다. 이로 인해 각각의 기능 내에서는 최적화된 계획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기업 전체로 보면 최적이 아니며 이로 인한 많은 비효율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IT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차이로 인한 정보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의 운영을 같은 정보를 이용하여 하나의 일관된 계획으로 동기화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재고 절감, 품절 방지를 통한 매출 확대, 리드타임의 단축 등 많은 효과를 가져왔다. (6월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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