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심으로 거듭 변화하는 시장, 유연한 물류 위해 필요한 것?
공간과 생산성, 기술의 재정의를 통해 변화하는 물류센터 자동화
글.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사업담당 상무
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과거에는 기계관련 학문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제도판에서 도면을 그리고 설계를 완성해 나갔다면 이제는 해당학과 전공자 이거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동화 물류센터의 설계를 데이터와 알고리즘기반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센터 대상 건물의 사이즈와 요구 물동량을 입력하면 보관량과 자동화를 위한 로봇의 대수가 자동으로 산정되며 바로 레이아웃을 2D, 3D로 작성하고 실제 요구 물동량에 맞게 입고, 출고 되는지를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다.
이렇듯 IT 기술 발달로 인해 물류센터 설계의 단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보다 빠르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물류는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와 환경변화에 가치를 담기 위해 물류센터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 아마존으로부터 촉발된 물류산업 전반의 변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번 기고문에서는 기존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사업의 불확실성,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 가속화, 기술과 환경의 변화속도를 고려한 공간, 생산성, 기술에 대한 물류 측면에서의 새로운 정의를 내려 보고자 한다.
▲ 물류센터 설계 자동화 S/W
공간을 재정의하다
먼저 공간에 대한 재정의이다. 물류센터가 사업과 환경 변화에 대해 마치 레고 블록처럼 유연하게 대응할 수는 없을까? 공간을 정적인 개념이 아닌 동적인 개념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되어서는 안 되며, 상품과 고객수요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물류센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전략방향과 목표물동량을 정의한 뒤, 부지를 확보하며, 센터 내 공간을 분류 및 할당하여 작업 단위 별 운영방식 정의에 따라 장비를 선정해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전통적인 물류센터 설계
하지만 물류센터를 운영하던 중에 센터를 이동 또는 기능 변화가 필요하다면? 센터 규모와 역할이 달라진다면? 품목별 출하빈도가 변경된다면? 계획했던 물동과 품목이 2배로 뛴다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에 과연 기존 방식대로 움직여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넘어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혁신을 도모하는 유연한 센터 설계를 위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며, 이에 공간을 3가지로 새롭게 정의 내려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작업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 <No More Zone-Based Storage & Picking>이다. 등급별로 보관영역을 구분하고 상품을 이동‧관리할 필요 없이 사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급별로, 상품별로 최적화되는 자율지능형 센터가 그 예이다. 이러한 자율지능형 물류센터를 적용하면 센터 운영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상품의 배치가 등급별로 조정이 가능하다
▲ 자율지능형 물류센터의 등급별 상품배치
두 번째로 보관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No More Usage of a Cell for Only One SKU>이다. 동일 상품을 동일 위치에 보관하지 않고, ‘Random Stow’ 전략을 통해 보관 공간과 적치시간 및 이동시간을 최소화해 생산성 중심의 센터로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I, 최적화 알고리즘 등 IT 기술이 필수적이다.
▲ Random Stow 예시
마지막 세 번째로 변화와 확장에 용이한 새로운 조합, <No More Rigid Infrastructure>이다. 이를 위해 모듈화된 솔루션으로 물류센터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어떠한 모양을 갖추던지 간에 기둥 등 센터 건물 내에서 어떤 간섭도 방해도 받지 않아야하며, 이전으로 인한 재설치 또는 센터 확장이 용이한 솔루션 적용이 필요하다.
▲ 모듈형 물류센터 솔루션 예시
생산성을 재정의하다
다음은 생산성의 재정의이다. 물류센터의 생산성은 언제까지 인력과 설비에만 의존해야 할까? 숙련/비숙련 혹은 야간/주간 인력의 생산성 편차로 인한 비용 증가, 자동화 물류센터 설립 후 예상했던 설비 능력과 운영 능력 간의 차이, 설비 복잡도와 함께 증가한 제어 난이도로 인한 성능저하, 센터 오픈 후 감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 등을 고려하면 인력과 설비 중심의 물류센터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특히 물류현장에서는 생산성의 극대화, 인력 및 운영비용의 최소화, 주문 출고율 향상, 작업편의성 재고, 안정성 강화와 시스템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인력이나 설비는 물론 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을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의 운영 협업이 강화된 센터로 진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인력과 설비 중심의 단순 재고 증가 차감 계산, 설비 처리량 계산으로 생산성을 가늠하였다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운영함으로써 하드웨어가 가지는 물리적인 한계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학습과 경험으로 누적된 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성을 극대화 한 센터 구축이 가능하다.
아울러 여러 다양한 설비 조합의 고도화 및 자동화가 요구되는 물류센터 발전 방향을 고려할 때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한 WES(Warehouse Execution System)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 WMS가 중앙관제 역할을 하는 대뇌, WCS가 다양한 신체 기능을 제어하는 뇌간/척수의 역할이라면, WES는 운영 최적화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다. 최적의 알고리즘 또한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핵심 사항이며 오더 처리, 작업 단위, 작업 부하 분산, 이동 물동량 최적화 등 물류센터 각 요소에 적용이 가능한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성능 향상은 물론 비용 절감까지 가능하다.
▲ 물류센터 적용 최적화 알고리즘 예시
기술을 재정의하다
이어 기술 측면에 있어서는 Industry 4.0의 핵심 디지털 기술과 유통 비즈니스의 변화가 만나 물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IT 기술 발전으로 인한 리드타임 단축, 생산성 극대화, 물류비용 절감, 운영 편의성 증대 등 물류 서비스 가치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3대 물류산업 전시회인 Hannover Messe, Chicago ProMat, Logis-Tech Tokyo에서는 다양한 지능화 기술을 토대로 물류산업의 빠른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주목하고 있었으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디지털트윈(Digital Twin), 코봇(Cobots)* 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에 물류센터에 실행 가능한 기술을 중심으로 활발한 응용이 이뤄지고 있다. 센터 중단으로 인한 비용, 시간, 인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센터 생산성과 가동률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IoT 기술을 활용한 고장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실제 적용되고 있으며, 이상 징후 감지, 주요 부품의 잔여 수명 예측, 최적의 유지보수 결정에 활용가능하다. 기존 2D 스카다 기반의 센터 모니터링에서 3D 기반의 디지털트윈 기술 적용으로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IoT 기술 적용과 함께 선제적 장애대응으로 센터의 생산성 및 가동률을 극대화 할 수 있다.
AI 기술의 적용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택배 현장에서 인력에만 의존했던 상품 분류의 한계를 AI 기술을 활용하여 개선한 사례를 보면, 택배 센터에서 기존 하차 이후에 인력으로 소‧중‧대‧이형으로 분류하던 방식에서 이미지 인식, 체적 분석, AI 기술 활용을 통한 지능형 화물 자동 분류를 적용하여 해당 라인의 인력을 절감할 수 있다.
▲ 지능형 화물 자동 분류
AI 기술 활용의 또 다른 예로 피킹 로봇을 들 수 있다. 피킹로봇을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과 24시간 365일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피킹로봇은 피킹 정확도 향상과, 안정적인 화물 피킹을 위한 지속적인 AI/딥러닝을 진행해 실제 물류센터에 적용 가능한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자동화 적용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하차, 상차, 적재, 검수 와 포장 영역에까지 자동화가 확장되고 있다
지금까지 물류센터의 지속적 혁신을 위한 공간, 생산성, 기술 측면의 새로운 정의를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기술의 변화와 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서 오픈 시점부터 바로 진부(陳腐) 해져가는 센터는 설비 즉 하드웨어 중심의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 생산성, 기술의 재정의를 물류센터 구축 전략과 접목하여 기술의 변화와 사업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적용 가능한 나날이 진보(進步)해 나가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가치로 전환되어야 지속적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