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중국 웨이하이를 운항하는 위동항운의 2만6000톤급 카페리인 ‘뉴골든브릿지V’ 호에 화물이 든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이 배는 여객 730여명이 탈 수 있으며 매주 3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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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세계] 1990년 9월15일 오후5시 인천항 제1부두에서 뱃고동이 울렸다. 인천에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로 가는 위동항운 소속 8000톤급 여객선 ‘골든브릿지호’가 출항을 알리는 고동이다. 인천항 갑문을 통해 황해로 나선 이 카페리는 한국과 중국에 ‘뱃길’이 뚫린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올해로 한·중 항로(인천~웨이하이)가 개설된 지 20년째다. 그동안 카페리항로는 세계의 거대한 공장이자 소비시장인 중국과의 해상교류를 선도했다는 평가다.
실제 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인적·물적 교류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20년 동안 양국을 오고간 여객은 1066만5000명, 컨테이너 화물은 320만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움직였다. 취항 첫해 9412명에 불과하던 이용객수는 지난해 114만1000명을 돌파해 120배 증가했다. 화물도 248TEU에서 지난해 38만TEU를 넘어 1500배 늘었다.
카페리항로도 늘었다. 인천항은 중국의 칭다오(靑島)와 톈진(天津), 스다오(石島), 단둥(丹東), 다롄(大連), 옌타이(煙臺), 잉커우(營口), 롄윈강(連雲港), 친황다오(秦皇島) 등 10개 도시를 잇는다. 경기 평택항과 전북 군산항도 4개 도시를 주 3~4회씩 운항중이다.
카페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특성으로 컨테이너선 등 화물선에 비해 우선적으로 접안하고 통관 받는 등 신속성을 갖춘 때문이다.
하지만 한·중 카페리 항로에 남겨진 숙제도 많다. 오는 2012년 항로 전면 개방을 앞두고 카페리 업계가 가격 덤핑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개방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지만, 오는 11월 개최되는 ‘2010 한중해운회담’에서 한중항로 전면 개방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항로 개방은 화물·여객 운임의 저가경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3배 비쌌던 카페리 화물요금이 최근 컨테이너선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가항공사의 출현도 카페리업계에 큰 부담이다. 여객운임과 항공료가 별 차이가 없는데다 카페리가 시간은 3~4배 더 걸려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카페리업계에 위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6일 웨이하이에서 개최된 한중 물류협력회의에서 ‘한중 육상해상 화물자동차 복합운송협정’이 체결된 것은 카페리업계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 협정은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카페리를 통해 중국 항만으로 운송한 뒤 최종 목적지까지 ‘Door to Door(문전 앞 배송)’ 운송을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카페리로 중국에 도착해 내륙을 달릴 수 있게 되면 항만에서의 하역과 환적작업이 필요 없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중 카페리시장은 여객수송실적이 68만364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 증가했다. 화물은 26만539TEU로 3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룸 =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