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크루즈 도전 ‘항로 안갯속’
[특별기획] 한·중 뱃길 20년…도전과 과제
[로컬세계] 1990년 이후 한·중 카페리 항로가 바꿔놓은 취항도시의 발전과 변화는 엄청나다. 첫 취항도시인 웨이하이는 인구 20만의 작은 어촌에서 300만 명의 공업도시로 탈바꿈했다. 한국기업 1500여 개를 포함, 외국투자 기업만 2000여 개에 이른다. 웨이하이 외에도 한·중 카페리가 취항하는 도시마다 부두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다.
지난 13년간 연평균 30% 성장
최근 덤핑 등 ‘출혈경쟁’ 심화
업계 항로개방 앞두고 주름살
카페리업계도 양국정부가 초기부터 항로개설 및 선복 투입량을 철저하게 제한해 사업적으로 성공을 누렸다. 1993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양국 간 해운회담은 교역량과 항로를 철저히 분석해 선복량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 때문에 카페리업계는 지난 13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했다. 카페리 취항 전 한중 교역규모가 연간 9억달러에서 지난해 1450억달러로 160배 성장한 것을 보면 업계가 누린 수혜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리업계는 최근 항로 전면 개방과 저가 항공사의 출현, 한중일 크루즈 본격화, 위그선 도입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리업계가 가격 덤핑 경쟁으로 심한 몸살까지 앓고 있다. 2~3배 비쌌던 카페리 화물운임(TEU당 500~600달러)이 컨테이너선(TEU당 200~300달러)에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5년 한중 해운회담에서 카페리 항로를 2012년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한 이후 나타난 징후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면 개방은 무기한 연기됐지만 오는 11월 개최될 ‘2010 한중 해운회담’에서 항로 개방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카페리는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싣고 운행되기 때문에 컨테이너선에 비해 통관이 빠르고, 운항속도도 20노트 이상 고속 항해가 가능해 신속성과 정시성이 요구되는 고가화물이 주로 실린다.
그러나 항로 전면 개방을 앞두고 업계 간 과당경쟁을 부추기면서 카페리의 장점이 소멸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을 비롯해 기계부품, 활어, 냉동화물이 카페리로 운송돼 시장이 좋았는데, 최근 항로 전면 개방을 앞두고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간 저가 항공사의 잇따른 출현도 업계에 부담 요인이다. 카페리 여객운임이 항공료와 별 차이가 없는데다 시간은 3~4배 더 걸려 경쟁력을 잃고 있다. 실제로 카페리를 이용하는 여객의 80% 이상이 관광객이 아니라 ‘보따리상’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준규 한중객화선사협회 회장은 “한중 카페리 항로를 운항 중인 노후화된 선박을 교체하고,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 등 향후 고부가가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항로 전면 개방과 저가항공사로부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따리상’의 명암···경제호황 땐 ‘감소’ 경기불황엔 ‘증가’
한중 뱃길 20년 동안 순항하면서 양국이 누린 경제 활성화에는 중국어로 ‘다이공(帶工)’이라 불리는 보따리상의 활약이 컸다. 이들은 양국 취항도시 주변으로 상권을 형성하며 특수를 누렸다.
현재 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은 약 4600여명(2010년 8월기준) 정도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7년 3800여명에서 지난해 4800여명(표)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최고조에 달하던 보따리상이 점차 감소하다가 최근에 경기침체와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다시 증가한 것이다.
보따리상이 중국에서 반입하는 품목은 주로 고추, 참깨 등 농산물이다. 반면 의류 원단, 기계 부품 등 원부자재와 전자부품은 한국에서 반출하고 있다. 농산물 면세기준은 품목당 5kg, 총량 50kg(10만원이내)다.
2008년 70kg이었던 총량을 지난해 6월부터 50kg으로 제한했다. 최근 보따리상 반입 농산물의 국민건강 위해 등 사회적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정부 조치에 따른 것이다.
스스로를 ‘선숙자(船宿者)’로 부르는 이들은 외환위기 때는 카페리 승객의 70∼80%를 차지했으나 최근 세관검색이 강화되면서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룸 =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