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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혁신이야기]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 창구, CVC가 뭐길래

by 이종훈

2018년 10월 20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CVC'의 정의, 역사, 그리고 사례

 

글. 이종훈 롯데엑셀러레이터 투자본부장

 

Idea in Brief

 

ICT 기술 발전으로 모바일 혁명이 도래했다.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s)의 확대와 함께 방대한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최근의 사회경제적 변화는 움직임의 방향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대기업을 비롯해 과거 큰 성장을 이룩했던 기성 기업들(Established Firms)은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은 격변하는 이 시대를 어떻게 돌파해나가야 할까.

 

불확실성의 대응 수단, 혁신

기업은 외부 자원을 활용해 대규모 투자 위험을 줄여 신규사업의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혁신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하기 위해서다. 이는 체스브로우(Chesbrough) 교수가 주창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궤를 같이하는데, 주로 벤처기업 등 다른 기업의 지분매수, 제휴, 합작과 같은 외부 경영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체스브로우 교수가 지적했듯이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과거 기술혁신 방식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식 기반 노동자의 절대적인 숫자와 그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식과 전문성 소유권을 통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둘째는 기존 사내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환경이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벤처캐피탈의 증가를 예로 들 수 있다.

 

CVC의 역사와 사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는 1960년대 미국에서 탄생해 경제 주기에 따라 급격한 성장과 부침을 겪어왔으며, IT 거품과 함께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세 번째 중흥기를 맞고 있다. 당연하게도 CVC는 벤처생태계와 M&A 문화가 발달한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전통적인 독립벤처캐피탈(IVC;Independent Venture Capital)과 더불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벤처캐피탈협회(NVCA; 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에 따르면, 1980년 총 VC 투자액 중 약 7%였던 CVC 투자액 비중이 2015년 이후 2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CVC 운영기업으로는 인텔, 구글, 퀄컴, 시스코, 세일즈포스, IBM, GE, 삼성전자,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지난해 미국은 포천(Fortune) 100 기업 중 75개 기업이 벤처 투자에 활발히 관여하고 있으며, 41개의 기업이 별도의 CVC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또한 연간 벤처 투자시장 규모가 약 50조인데 비해 소위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3년간 벤처투자액만 100조가 넘는다. 벤처 투자시장에서 기업형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혁신 이야기는 미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탄생해 그동안 많은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 활동의 큰 축을 맡아온 CVC에 대한 것이다. CVC는 최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그 활동 반경이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혁신 생태계, 스타트업 투자 및 M&A, 상생경영, 공정경쟁 등의 키워드가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그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여러 차례 나누어 다루고자 하며, 이번 기고에서는 CVC의 정의와 특징을 주로 짚어보려 한다.

▲ 2000~2017년 연간 글로벌 CGV 파이낸싱 트렌드를 나타낸 그래프(출처: CB인사이츠)

 

CVC란 무엇인가

CVC는 일반적으로 비금융권 기성 기업(주요 영미권 연구 문헌에서는 기성기업인 Established Firm과 벤처기업인 Entrepreneurial Firm으로 나누고 있다)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이에 상응하는 소주주 지분투자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일컫는다. CVC를 운영하는 기성기업과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존재한다.(윤병섭, 2012).

 

먼저 CVC 운영기업은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신규 사업모델 등을 도입하고 내재화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은 자금공급뿐만 아니라 기술 및 보완적 자산(유통, 홍보 채널 등), 경영과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다. 태생적으로 투자수익만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탈(IVC, Independent Venture Capital)과는 달리, 혁신의 관점에서 CVC는 수익뿐만 아니라 신기술 확보,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 차원에서 기업의 외적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아래 그림과 같이 CVC는 기술혁신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운영기업과 벤처기업 양측 모두에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CVC는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 CVC 매개 모기업과 벤처기업의 혁신제고 구조(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료 재가공)

 

IVC와 CVC는 어떻게 다른가

벤처캐피탈은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참여로 해당 기업에 자금과 더불어 성장에 필요한 경영, 기술개발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기업공개 내지는 기업매각에 관한 지원을 통해 투자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금융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은 형성 배경 및 지분 구조, 펀드 구성, 활동 특성 등의 요소에 따라 IVC와 CVC로 나뉜다.

 

이 두 형태의 가장 큰 차이점은 IVC의 경우 투자한 벤처기업의 가치 극대화로 금융수익(Capital Gain) 확보 최대화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CVC는 금융수익과 더불어 투자한 벤처기업으로부터의 전략적 수익(Strategic Gain) 확보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형태인 IVC 대비 CVC는 전략적 목적의 추구 외에 그 구성 및 설립 방식에 있어서 비금융사인 기업의 독립적인 자회사가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며, 투자재원의 구성은 모회사의 자금을 직접 활용하거나 전략적인 투자조합(Fund)에 따라 그 존속 기간과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투자를 집행하는 형태에서도 CVC는 전략적 목적을 고려하고 비교적 펀드의 규모가 커서 다른 투자기관과의 공동투자에 비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독적인 투자-피투자기업 관계에서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독점적인 접근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CVC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대기업의 관여도가 가장 낮기 때문에 사업이 실패했을 때 대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CVC는 대기업이 불확실성이 큰 신기술 및 신시장을 탐색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할 때, 또는 제품 수요 증가를 위해 보완재나 인프라 산업에 투자하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기업 벤처 전략으로 선택된다. 또한 CVC는 투자 이후 대부분 이사회 구성에 참여해 회사의 운영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 IVC와 CVC 비교표(Chemmanur(2013), Chesbrough (2000) 논문 내용 저자 재가공)

 

CVC 방식은 벤처생태계와 교류하는 단일창구를 구축해 벤처 투자 및 육성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투자대상에 제약이 적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벤처캐피탈 산업 참가자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쉽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CVC의 투자 목적 및 이에 따른 유형

체스브로우 교수에 따르면 CVC는 투자 목적과 모회사와의 전략적 연관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의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데, 대부분 추진형, 탐색형, 보완형 순으로 진행된다.

 

CVC의 투자 성격별 유형, Chesbrough(2002)

 

① Driving Investments(추진형 투자)

운영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사업 영역의 투자를 의미. 이 경우 CVC는 모회사의 사업 부문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정보공유, 공동 투자심의, 벤처기업과 모기업 관련 사업 부문과의 연계(사업제휴)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

 

② Emergent Investments (탐색형 투자)

모기업의 사업전략 및 그 업무역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진행 중인 사업전략과는 다소 무관한 형태의 투자. 그러나 모기업의 전략이 수정되거나 전환되는 경우 가치를 보일 수 있는 영역의 투자인 만큼 일종의 ‘옵션’과 같은 성격을 가짐

 

③ Enabling Investments (보완형 투자)

추진형 투자와 마찬가지로 운영기업의 전략 및 목표에 부합되는 투자나, 펀드 출자회사의 기존 사업 부문과는 긴밀한 연계가 약하거나 없는 성격의 투자형태. 모기업의 사업 가치사슬의 전후방에 놓여 있는 공급자, 고객, 제3의 개발업자 등 펀드 출자기업 사업 부문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제반 상품 및 서비스 제공 업체 또는 기술의 투자를 의미

 

④ Passive Investments (재무형 투자)

모기업의 사업전략 및 업무역량과 유리된, 순수하게 투자수익만을 목표로 하여 행해지는 투자

 

CVC의 한계

CVC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태생적인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령 CVC는 모기업이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다면 그것에 휩쓸릴 수 있다. 모기업의 리소스 할당 수준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도 하기에, 결과적으로 평범한 성과를 내는 데 그치기 쉽다. 또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펀드매니저에 대한 보상이 모회사 전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경우가 있어, 벤처기업의 혁신과 가치 제고보다는 모기업과의 형식적 연계에만 그칠 수 있다. 반대로 IVC의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인센티브를 위해 더욱 전문적으로 벤처기업을 성장시켜 결과적으로 더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이 갖는 한계점도 있다. 투자 이후 CVC 모기업과의 잠재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면 벤처기업은 CVC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기술 탈취에 대한 위험도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다음 기고에서는 글로벌 CVC의 최신 동향과 모기업 및 벤처기업 모두에게 성공적인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는 CVC 운영 방안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계속)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롯데엑셀러레이터의 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술경영학(MOT)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벤처기업 CFO로도 활동했다. 벤처기업 투자활동과 더불어 스타트업의 혁신, 액셀러레이팅, 벤처투자에 대한 연구 및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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