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흐름과 인근 주차장 형평성 고려해 책정
배송사원, 과태료 문제 심적 부담 완화 기대
김누리, 김철민 기자 , 2009-11-13 오전 11:34:31
▶ 이번에 원칙적으로 15분간 주·정차가 전면 허용된 중앙선 없는 일방통행로에 주차한 택배 차. 택배 배송사원은 “지금은 여기에 주차하면 위반 스티커를 떼인다”라며 “오늘은 주차하기 전 단속원이 이미 지나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명동 롯데백화점 앞 일방통행로에 택배 차량이 주차했다. 택배기사는 물건을 수레에 싣고, 2시 10분에 인근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2시37분에 돌아왔다.
“이렇게 주차해놓고 건물 두 군데 정도 다녀옵니다. 물량이 적을 땐 15분 내로 다녀올 수 있지만, 많을 땐 30분도 넘게 걸려요”
기자가 택배 차량에 함께 타 주차 시부터 물건 싣고, 배송 후 돌아오는 시간을 3회에 걸쳐 확인한 결과 15분 내에 돌아온 경우는 없었다.
인근에서 모든 걸 10분에 마치고 돌아온 택배 배송사원도 있었지만, 오자마자 다시 물건을 싣고 다른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기자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이 모든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 택배기사는 최소 20분 이상 한 곳에 차량을 주차해 놓은 셈이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25개 구청이 택배차량을 포함한 소형화물차의 이면도로 주·정차를 15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달 지방경찰청 고시를 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15분은 어떻게 책정되어 나왔을까?
택배업계는 예전부터 도심 내 이면도로에 택배차량이 잠시 주·정차를 할 수 있게 건의해왔으나,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오히려 2003년 무렵엔 경찰청은 물론 서울시, 지방자치단체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이 강화되며, 택배기사들이 위반 스티커를 무더기로 떼이기도 했다.
15분 주·정차 허용 시간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다. 기자는 저녁 7시 취재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일이 끝나지 않은 택배 차량 네 대를 봤다. 배송 업무는 저녁 8시에만 끝나도 빠른 거다. 이면도로 주·정차 15분 허용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앞으로 허용 시간대에 대한 조정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올 4월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며 택배차량 도심 내 주*정차 허용 문제 해결에 속도가 붙었다.
서울경찰청 박철균 경감은 “예를 들어 을지로 상가 쪽 도로변 유료 주차장에서 15분간은 무료로 주차를 허용하고, 그 이후에 10분에 얼마씩 받는 식이다. 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했을 때 15분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라고 말했다.
또 “배송 물량이 많아 한 곳에서 50분간 주차하는 모습을 봤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차량 흐름이 방해되는 선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런 경우는 택배기사가 한 건물 배송을 마치고 와서 다시 물건을 실을 때마다 차량 흐름을 보고, 주차 공간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이며 15분간만 주·정차를 허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택배 배송사원들은 이 같은 방침을 반기는 기색이다. 그동안 택배 배송사원들은 주차 위반 스티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1회에 과태료 4만 원이 부과되는데 심할 땐 위반 스티커가 붙어 있는 차를 매일같이 봐야 했다.
특히 배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침 9시 반쯤 위반 스티커를 떼이면,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하기도 했다.
을지로에서 배송 중이던 한진택배 배송사원은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주*정차 허용 시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8년 정도 일하면서 낸 과태료가 400만 원은 된다”라며 “가장 좋은 건 심적으로 편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던 하나로택배 배송사원은 “언제부턴지 택배 차량 단속이 많이 완화됐다. 단속은 하지만 이의제기를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편” 이라며 “15분 주*정차를 허용하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단속원에게까지 그 사실이 명확히 전달돼야, 잠깐만 정차해도 귀신같이 위반 스티커를 붙이고 사라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