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복잡한 공급망을 투명하게 만들 기술
독일, 블록체인 기술 적용한 디지털 팔레트 인증 도입 시도
글. 한덕희 독일 레인지로지스틱스 대표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산업을 변화시킬 새로운 촉매로 주목받는다. 국내외로 활발한 연구와 적용 사례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독일에서는 무역뿐만 아니라 ‘국내 물류’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20개의 독일 파트너 물류회사와 함께 운송 과정 중 발생하는 팔레트 교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 이를 통해 팔레트 증명서를 디지털로 대체하고, 기존 인쇄를 위해 사용된 엄청난 양의 종이까지 절약한다는 계획이다.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물류산업에 있어서도 블록체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기술로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 세계 최대 물류기업 중 하나인 DHL이 올해 액센추어(Accenture)와 함께 발표한 ‘블록체인 활용 보고서(Blockchain in Logistics)’에 따르면 앞으로 블록체인이 어떤 방식으로 물류에 적용될지 그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왜 물류는 블록체인을 주목하는가
해외 무역거래의 경우 수출에서 수입까지 최종 고객에게 물자가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물류 프로세스가 수반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제거해야만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급망에는 단순히 상품만 흐르지 않습니다. 돈의 흐름을 담당하는 금융, 정보의 흐름을 담당하는 IT와 같이 다양한 산업들이 결합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들이 제한된 정보로 인해 갈수록 폐쇄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술 더 떠 물류 프로세스는 단순히 일대일 거래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대다, 말 그대로 엄청난 수의 공급자들과 파트너, 거래처가 엮인 공급망을 형성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낮은 투명성, 표준화되지 않은 프로세스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까지 더해짐으로써 물류 프로세스는 자동화는커녕 수동적 프로세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세관을 거치는 과정은 더 복잡해지며, 제품에 대한 이력 추적 또한 어려워 수입·수출 통관의 비효율까지 야기합니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신뢰의 공급망
이 가운데 블록체인은 물품의 출처·출하 상태에 대한 조작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복잡한 공급사슬에 투명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물류 효율 극대화가 가능합니다. 블록체인은 제조사, 수출자, 수입자, 유통자로 이어지는 무역 거래 과정의 투명성을 보다 증폭시킬 것이며, 오류 없는 자동화 프로세스를 만들어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나아가 제조사와 소비자간 정보를 직접 연결하는 혁신적인 라스트마일(Last-mile)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하는 투명성은 결국 ‘신뢰’로 이어집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 무역 과정의 흐름은 공급망 사이의 이해관계자끼리 세관 서류의 상태 및 선하증권을 디지털 정보로 제공합니다. 이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정보로서 이해관계자 사이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듭니다. 이처럼 물류 프로세스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곧 상호간에 예측 가능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물류 정보는 접근성이 높습니다. 전통적인 무역 거래 방식이 신용장, 선하증권과 같은 서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물류는 이를 블록체인화된 디지털 정보로 제공함으로써 이해 당사자의 관계를 단조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운송인, 운송업자, 세관 당국, 은행 및 보험회사는 블록체인 정보를 활용해 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무역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해운업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복잡다난한 공급 사슬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해운업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세계 무역 비용의 약 15%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은 비용과 시간 모두를 최적화 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역거래 방법이 될 수 있다 분석됩니다.
블록체인이 만들 팔레트 이동의 변화
독일에서는 이미 국제물류를 수반하는 무역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 과정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GS1 Germany Innovation’은 20개의 자국 파트너 물류회사와 함께 운송 과정 중 발생하는 팔레트 교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팔레트 증명서를 디지털로 대체하고, 기존 인쇄를 위해 사용된 엄청난 양의 종이까지 절약한다는 계획입니다.
팔레트는 수하물 하역시 수송기간 단축을 위해 사용합니다. 적하작업에 있어 기계 장치를 이용하기 알맞게 디자인 돼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빈 팔레트에 수하물을 실은 뒤, 이를 창고로 운반하여 그대로 적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하물과 함께 팔레트도 함께 적재하기 때문에 다음 운반을 위해서는 또 다른 새 팔레트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팔레트가 필요하게 되며, 해당 팔레트가 어떤 팔레트인지 증명하기 위한 증명서 제작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의 반복은 결국 팔레트 및 종이 낭비로 이어지며, 그 비용 또한 화주에게 청구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팔레트 인증 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팔레트 교환방식으로, 매년 운송 및 교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을 블록체인화 하여 상호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물류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독일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입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앞으로 해외 거래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면 복잡한 물류 프로세스를 훨씬 간소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강대 졸업 후 이모션을 거쳐 이커머스 전문기업 NHN고도소프트에서 본부장을 지냈다. 그러던 중 무역과 물류 시장에 푹 빠져 유럽으로 넘어와 현재 유럽항공물류의 중심도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커머스물류 전문회사인 레인지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