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이 만드는 물류, 물류 M&A의 특성은 무엇
CJ대한통운의 빠른 M&A, 좋은 예와 나쁜 예
한국 기업의 글로벌 M&A, 고객 이탈 리스크 관리가 핵심
물류사업은 네트워크사업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방법으로 M&A(인수합병)가 꼽힌다. UPS, FedEx, DHL과 같이 지금은 거대한 기업이 된 글로벌 물류업체들이 M&A로 몸집을 부풀린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물류기업의 M&A를 살펴보면, 연도별로 점점 신흥국 위주로 M&A 거점이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70~80년대에는 미주와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M&A가 이뤄졌고, 90~2000년대에는 중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에서 많은 M&A가 발생했다. 이후 러시아, 중동, 인도, 최근에는 동남아까지 신흥국 현지 업체의 M&A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에서 일어난 최근 사례로는 지난 7월 현대글로비스의 유수에스엠 합병, 지난 2월 KG로지스의 KGB택배 인수 등의 사례가 있다. 또한, 과거 사례를 훑어보자면 2016년 롯데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2013년 CJ GLS의 대한통운 인수 등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의 몸집을 부풀리거나,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사례가 많았다.
물론 국내 물류업체가 해외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1997년 한진해운이 DSL과 세나토를 인수한 것이 시초라고 여겨질 만큼,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업체 M&A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외업체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물류기업이 있다. 얼마 전 베트남 물류기업 제마뎁의 물류·해운 부문 인수를 발표하기도 한 CJ대한통운이다.
이유 있는 M&A, 新성장동력을 찾아서
CJ대한통운은 지난 2016년 이후 2년 만에 6개 업체(물류센터 포함)를 인수했다. 정식 M&A에 돌입해서 거래가 끝날 때까지 일반적으로 최소 7~8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CJ대한통운의 M&A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CJ대한통운의 M&A 행보는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규모 확충이 업체의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 물류시장에서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한국의 택배 전국시대가 마무리되어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되었고, 그중에서 CJ대한통운은 4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에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M&A 행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비전이 적극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글로벌 TOP5를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1등을 지향해야 한다”며 “3D산업으로 인식되던 물류에 첨단혁신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산업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TOP5 물류기업 도약의 기반이 되는 목표를 ‘범아시아 1등’으로 설정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르게 중국, 인도, 중동 등지의 물류기업을 인수했다.
▲ CJ대한통운 글로벌 M&A 현황(자료= CJ대한통운)
물류는 연결이 만들기에
CJ대한통운의 글로벌 M&A가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부문 매출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CJ대한통운은 총 매출 1조 8,73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해외 매출 비중은 39.3%인 7,221억 원이었다.
▲ CJ대한통운 매출액 추이(단위: 십억 원)
물류는 가치사슬(Value Chain) 안에 있는 수많은 업체들이 연결하여 만든다는 서비스 특성상 M&A가 이뤄진 후에 두 회사 간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가령 A라는 업체가 B라는 고객에게 포워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B업체는 분명 포워딩 외에도 육상운송(Trucking), 창고관리 등 기타 물류 서비스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를 인수하고자 하는 업체라면, 포워딩 서비스 외에 가치사슬상의 서비스 확장을 염두에 두고, 같은 고객에 대해 어떻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이는 물류업계에서 M&A 대상이 되는 업체가 자산형 기업뿐만 아니라 포워딩업체 같은 비(非)자산형 기업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 제조업체 간의 M&A보다 ‘어떻게 피인수업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운영 역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객을 확장할 수 있을지’ 혹은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운영 효율화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룽칭물류 인수, 긍정적 M&A 사례
CJ대한통운이 중국 룽칭물류를 인수하고 설립한 CJ로킨(CJ Rokin)의 경우는 현재까지 가장 긍정적인 CJ대한통운의 M&A 사례로 꼽힌다.
룽칭물류는 중국 냉동·냉장 물류 영역에서 1위로 손꼽히는 업체였고, 룽칭물류가 제공하는 영역은 그전까지 CJ대한통운의 중국내 주력 서비스가 아니었다. CJ대한통운은 룽칭물류를 인수한 뒤, 자사의 창고 분류 및 관리 방면 등 기술 역량과 노하우, 공급망 컨설팅 역량을 로킨에 전수했다.
실제로 CJ로킨이 3D 비주얼라이저, 피킹 보조 시스템, 중앙 관제 시스템 등 CJ대한통운이 개발한 물류 기술을 도입한 이후 창고 관리 효율이나 수·배송 정시성 향상으로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CJ대한통운 측 평가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룽칭물류 이전까지는 중국내 현지 물류서비스에 집중했지만, 인수 이후에는 자사의 상품을 해외로 내보내고자 하는 고객 역시 유입되고 있다.
이 외에도 CJ대한통운의 인도(다슬로지스틱스), 베트남(제마뎁) 등지의 현지업체 인수는 해당지역 물류 네트워크 확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도의 경우, 현지 네트워크 확보가 까다로워 현지 진출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혔는데, 다슬로지스틱스 인수로 지역 공략이 가능해졌으며, 제마뎁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향후 인도차이나 반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CJ대한통운 측 전망이다.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의 M&A가 매번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이 지난 13년 인수한, 프로젝트 물류 역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중국 물류업체 ‘스마트카고’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신삼반(新三板)* 상장을 위해 CJ스마트카고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CJ스마트카고의 실적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2016년 CJ스마트카고의 매출액은 각각 6억 1,300만 위안(한화 약 1,048억 원), 3억 7,100만 위안(한화 약 635억 원), 영업이익은 각각 3,159만 위안(한화 약 54억 원), 2,104만 위안(한화 약 36억 원)을 기록했다.
* 비상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내 전국적인 지분 거래 플랫폼.
▲ CJ스마트카고 매출 추이
매출이 약 39%나 떨어진 것에 대해, CJ스마트카고 측은 해당 문서에서 “2016년 수상운송 시장의 평균 운임이 2015년보다 내려갔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받는 대리비(Agency Fee)가 줄어들었고, 2016년 수주한 물량 역시 전년도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더해 전세계적으로 ‘프로젝트 물량’ 자체도 감소했다는 것이 CJ대한통운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M&A 이후 관리 능력 부족이 고객 감소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물류사업의 특성상 기존의 피인수 업체가 확보한 영업망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카고와 같은 중국기업의 경우 친인척 위주의 경영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인수 초기 강력하게 작용했던 고객이탈 방지 조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역시 M&A 과정에서 숙제로 지목된다.
실제로 공시된 자료에 있는 고객 변화추이를 보면, CJ스마트카고의 경우, 2015년 이후 상위 5개 고객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46~47%를 차지하고 있어 대형 고객 집중도가 높다. 또한, 최근에는 상위 5위 고객의 변동이 큰 편이다. 2015년도 상위 5위 고객이 모두 중국기업이었는데, 올해 1~4월엔 CJ그룹 계열사 2개가 진입했다.
▲ CJ스마트카고 주요 고객 변화 추이
CJ대한통운 임원 출신의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영업 과정에서 사람의 역량이 중요한 물류업의 특성상 조직 네트워크가 유실되면 고객은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M&A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물류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것인데, CJ대한통운은 피인수사의 전체 지분을 인수한 것이 아니어서 본사와 인수법인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는 비단 CJ대한통운의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회사의 운영 시스템 통합 작업이 진행되는 초창기에는 1+1이 2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시너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근본적으로 한국적인 사고와 관리시스템이 인수된 해외 기업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계 회사에서 M&A가 이뤄지면 시스템, 지위체계, 중간 조직, 인사 등 모든 부분이 재편되는 경향이 있다. 피인수 회사에 속했던 이들에겐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같은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 특히 서양권 물류업체 간의 M&A 과정은 건조한(Dry) 편”이라며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이미 정해져 있어 회사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핵심적인 부분 이외의 환경이 이전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성적확인은 조금 뒤로
어찌됐든 CJ대한통운은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M&A 이외에도 전략적 제휴나 합작, 지분인수 등을 진행해 다각도의 성장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적합한 매물이 나온다면 미주와 유럽의 물류업체도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메가딜’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의 전신인 CJ GLS가 2006년 싱가포르 물류업체 어코드사(社)를 인수한 이후 글로벌 M&A와 PMI*를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라면 통합 과정도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된 이유다.
다만 현재로선 단편적인 예시로 CJ대한통운의 전체 M&A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여러 거래를 하다 보면 손해가 나는 부분도, 이득을 보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므로, 2~3년의 정도의 유예기간이 흐른 뒤 시너지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다가오는 2020년, 글로벌 TOP5를 노리는 CJ대한통운의 M&A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