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가 전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
확고한 비전, 성장 실적, 해당 산업군 투자동향, 스타트업 경영진, 규제... 투자 전 검토하는 것들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는 탐험가 아닌 선교사, 무턱댄 투자는 없다
글.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나 도박이 아니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고, 실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면모와 같은 ‘심증(心證)’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생길 뿐이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도 다른 투자와 같이 엄격한 기준과 잣대에 따라 이뤄진다. 본고에서는 VC가 어떤 기준과 잣대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투자유치와 관련해 창업자가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VC(Venture Capitalist)에게 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느냐고 물으면, 훌륭한 경영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 스타트업이 이룬 탁월한 실적 때문이라 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를 하기까지는 설립 후 평균 7년 이상이 걸린다. 당장 코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마당에 시장의 7년 후 전망을 예측하는 게 가능할까. 게다가 성공적인 투자 회수를 하려면 기업이 7년 후부터 3백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매년 백억 원 이상의 흑자는 내줘야 한다.
그렇다면 VC 입장에서 작년 백 명의 고객이 올해 만 명으로 늘어 100배 성장했으니 수년 내에 3백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투자할 수 있을까. 이는 의예과 레지던트에게 심장수술을 맡기는 모험과 같다.
투자나 사업 성공담을 늘어놓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뛰어난 의사결정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 이들이 참 많지만, 이는 대개 과장 혹은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성공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이는 초기 스타트업에 왜 투자했는지 과감히 밝히는 엔젤투자자나 VC는 단기적 시장 평판을 신경 쓰지 않는 용기 있는 이들이거나, 뭔가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유사투자 행위를 하려는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전인미답을 개척하는 위대한 모험이 아니다. VC는 다른 후속 시리즈(Series)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시간을 갖고 실사할 수 없고,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성공을 위한 심증이 될 수 있는 창업자의 면모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뿐이다.
여기서는 VC가 투자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이유 중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더 자세한 실사에 관한 이야기는 향후에 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이 창업을 하려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탐험가가 아닌, 선교사의 길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VC는 무턱대고 투자하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와 VC는 어디든 떠나지 않고는 못 베기는 호기심 많은 탐험가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떠나는 선교사에 가깝다. 사실 모든 VC가 선교사의 기질을 갖고 있지만, 특히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는 리빙스턴(Livingstone David)과 같은 선발 선교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선교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선교사들은 사역을 떠나기 전에 혹독한 훈련과 교육 과정을 거친다. 마찬가지로 많은 능력 있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투자 경험뿐 아니라 창업과 경영 현장에서 잔뼈가 굵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확실한 미래로 가득한 창업가를 믿고, 달래고, 끌고, 울고, 화내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엉뚱한 모험심만으로 가득하거나, 거대한 조직에서 정해진 틀과 예측 가능한 사업계획에 따라 움직여온 월급쟁이 출신이거나, 일확천금의 노다지만을 좇는 사람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로서는 그리 적합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창업자에게 전한다
끝으로 창업자에게 몇 가지 말을 전하고 싶다. 우선 VC를 너무 미운 눈으로 보지 말자. 필자는 종종 초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해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를 ‘쥐꼬리만 한 돈을 투자하고도 과다한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창업가를 본다. 각종 바이아웃(Buy-out)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모펀드 참여자가 VC를 ‘단지 운이 좋아 먼저 투자했을 뿐인 이들’로 오해해서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도 봤다.
다음으로 투자유치에 올인하지 말자. 투자유치 작업은 빠른 성장을 위해 외부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업무지만, 이 작업이 시장·제품 개발을 지연시킬 정도로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자는 실사를 하는 중에도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 이들에게 “투자유치 작업 때문에 일이 지연되고 있다”는 변명은 그리 좋지 않다.
끝으로 특정 투자유치에 실패한 기업 가운데는 다른 투자유치에 성공하거나 투자유치 없이도 성공에 이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창업자들이 투자유치의 성공 여부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및 인하대 겸임교수. 넥스트벤쳐투자, 삼성전자, 3M, LG전자 등에서 연구개발, 기술마케팅 및 영업, Corporation Venture Capital, Venture Capital 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창진특(톈진)전자유한공사 등에서 창업 및 사업을 하였다. 구글캠퍼스,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유니스트, 한양대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스타트업 관련 강의 및 교육을 진행하였다. 스타트업 도우미가 되고 싶은 마음에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