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병휘의 포어캐스팅] 공유경제 탈을 쓴 플랫폼의 불편한 진실

by 이병휘

2017년 08월 31일

에이비앤비, 공유경제

 

글. 이병휘 SCM 칼럼리스트

 

스마트폰 등 각종 디바이스로 모두가 연결되는 디지털 시대에 ‘공유경제’는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우버(Uber)나 풀러스(Poolus), 에어비앤비(Airbnb) 등 이제는 꽤 익숙한 업체와 서비스가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공유경제는 정말 ‘공유’하나

 

그런데 필자는 현재 공유경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 중에 정말 공유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우버를 예로 들어보자. 2015년 모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우버의 일반인 활용 공유택시인 ‘우버엑스’의 기사 가운데 20%가 주당 35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었다. 2016년 런던의 사례를 분석한 또 다른 기사는, 전체 우버기사 중 28%가 주당 40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용하지 않는 유휴자원을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유휴자원을 공유한다기보다 기존의 택시, 숙박 산업과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기존 산업과의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새로 시설을 투자하지 않고 ‘플랫폼’을 무기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공유경제의 또 다른 상징인 에어비앤비는 어떨까. 에어비앤비의 최초 비즈니스 모델은 집주인이 집을 잠시 비울 때, 다른 누군가가 그 집을 공유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에어비앤비는 애초의 취지를 상당 부분 잃어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 창업의 도구가 됐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위해 집을 청소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카풀과 카쉐어링 서비스도 살펴보자. KBS의 7월 27일 보도([사사건건] 카풀도 단속? “하루 세 번 카풀하면 입건될 수도”)에 따르면, 카풀 서비스 앱을 통해 일 3회 이상 영업을 하는 것을 불법화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됐다. 애초 출퇴근 시에만 한정하여 카풀을 허용한 법을 활용해 탄생한 게 카풀 서비스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카풀앱을 통한 일 3회 이상의 서비스 운행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누군가 추가 수익을 위해 출퇴근 시간 이외의 시간에 운행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쏘카나 그린카와 같은 카쉐어링 서비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서비스는 애당초 회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를 공유해 쓰는 개념이 아니다. 차량을 시간 단위로 초단기 렌트하는 개념에 더 가깝다. 최근 카쉐어링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렌터카와 달리 기본적인 청소도 되어있지 않은 차량을 더 비싼 가격에 이용하게 된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의 또 다른 이름

 

소위 공유경제 플랫폼이라 불리는 이들은 중개 과정에서 수수료를 제한다. 이들은 기존 산업에서 발생하는 비용보다 더 높은 비용을 책정할 수는 없다.(가령 에어비앤비가 호텔보다 비쌀 수는 없다.) 때문에 서비스를 실제로 공급하는 이들의 몫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할 때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서비스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실제 예를 통해 살펴보자. 수입 대비 차량의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우버기사가 받는 돈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한다는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갈등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같은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판매자에 따라 배송시간과 포장이 천차만별인 오픈마켓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오픈마켓과 공유경제를 머릿속에 번갈아 그려보자. 사실 공유경제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버렸다. 오픈마켓처럼 플랫폼을 서비스로 제공하며 그 안에서 공급자와 사용자에게 수수료를 떼 수익을 내는 것이다.

 

진짜 공유경제를 위해

 

진짜 공유경제다운 공유경제는 불가능한 것일까. 필자는 ‘블록체인(Blockchain)’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서비스 또는 재화의 교환을 ‘신뢰’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때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가 서로 신뢰할 수 없는 타인의 거래를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형태로 보관함으로써 공정한 계약을 보장할 수 있다. 가령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더리움(Ethereum)’은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자동으로 지급이 이뤄지는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거래를 보장한다.

 

결국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의 신뢰성이 확보되면, 플랫폼의 관할을 받지 않는 직접적인 거래와 결제(지불+수금)가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서비스의 대가는 오롯이 서비스 공급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암호화폐 또는 온라인 화폐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보편화돼야 하며 블록체인 역시 더 대중적으로 보급될 필요가 있다.

 

최초의 공유경제는 마을 단위에서 개인이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농기구 등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거기에는 일종의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공유경제는 개인 간 또는 집단의 합의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플랫폼 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에 가깝다. 서비스나 재화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가 모든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진정한 공유경제라 할 수 있을까.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실제 플랫폼 비즈니스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서비스 공급자를 확장해, 수요-공급 간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였다. 다만 공유경제를 내건 서비스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누구와 공유하는지는 좀 더 생각해볼 일이다. 플랫폼을 플랫폼이라 부르지 못하고, 대신 공유경제라는 그럴 듯한 수식어로 치장하는 동안 그 이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인터넷의 발달은 특히 농거래에 있어 중간 거래상을 제거한 직거래를 가능케 했고, 그리하여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이 되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블록체인을 통해 진짜 공유가 이뤄지는 공유경제가 탄생하는 날도 어서 오길 바란다.



이병휘

이병휘 SCM칼럼리스트는 생활용품, 전자제품, 식품, 화장품을 다루는 여러 제조·유통업체를 거치면서 SCM, 수요예측을 담당해왔다. 주요 관심사는 SCM프로세스와 정보 가시성(Information Visibility)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에 눈을 돌려 물류산업에서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거창한 주제가 오고갔지만 결국 페북에 중독된 평범한 월급쟁이다. (byunghw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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