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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 그 앞에 ‘인간’ 있다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6월 06일

미래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감춰져 있다

흐름을 읽는 첫 단계, 인간을 이해하는 것

로지스타서밋, 민정웅교수

 

발표.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 정리. 임예리 기자

 

지난 4월 14일 ‘Digital Knows the Flow(디지털은 알고 있다)’를 주제로 ‘로지스타 서밋 2017(LOGISTAR SUMMIT 2017)’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물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국경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언번들링(Unbundling)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디지털 기술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불을 지핀 디지털은 물류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 변화에 대처해야 할까?

 

‘디지털이 흐름을 안다’고 한다. 그런데 ‘흐름을 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흐름을 안다는 것은 곧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올바르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축음기를 발명한 토마스 에디슨조차도 “축음기는 상업적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그리고 미래 예측을 위한 데이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영복 선생은 ‘미래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현대를 정의하고, 그 현대를 통해 미래를 통찰하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농본사회에서 유목문화로의 전환이 바로 현대다. 농본사회에서는 24절기나 계절에 따라 반복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이런 사회에서는 과거의 일이 현재의 길잡이가 된다. 하지만 오늘은 이곳에 살아도 내일은 어디 있을지 모를 유목문화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여전히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즉,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할 수 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찾는다는 온고이지신은 창조가 아닌 발견의 가치를 말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 낯선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흐름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 우리는 이미 다가올 미래에 대한 힌트를 쥐고 있다. 무엇일까?

 

2011년 왓슨이 인간 경쟁자를 물리치고 퀴즈쇼에서 승리했다. 작년에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디지털’이 만들어내는 사이버 세상과 물리적 공간, 그리고 그것이 촉발하는 사회의 변화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로봇 기술, 데이터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할 때 왕왕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과의 ‘관계’다.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와 머그잔에 담긴 커피는 본질적으로 같다. 하지만 인간과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다시 보면, 전자는 바쁜 아침의 출근길을, 후자는 직장 동료와의 교류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과의 관계 측면에서 접근해고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흐름의 본질이 숨어있다.

 

즉, ‘디지털이 흐름을 안다’는 것은 디지털이 인간을 안다는 의미다. 디지털은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경험의 본질을 바꿔놓을 것이다. 새로운 생각, 기술,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앞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인데,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중에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새로운 것들이 우리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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