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박정훈의 ROgistics] 물류용 로봇 대해부① 키바에 칼겨눈 도전자들

by 박정훈

2017년 03월 26일

창고로봇

글.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정리. 김정현 기자

 

세상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필자는 2017년의 키워드로 ‘물류로봇(Rogistics, Robot+Logistics)’을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물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물류센터에서 사용되는 로봇(창고로봇)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창고로봇의 대표 주자는 아마존의 키바(KIVA)이다. 키바는 수년 전부터 세간에 회자돼 왔다. 키바로봇을 만드는 키바시스템즈는 현재 아마존로보틱스(Amazon Robotics)로 사명을 변경했고, 아마존에 인수된 뒤 외부고객에게는 더 이상 키바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창고로봇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키바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에 키바와 유사한 창고로봇이 연이어 출시되며, 로봇의 물류업계 보급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키바가 아마존에 인수되기 전 물류센터에서 키바로봇을 사용해왔던 콰이어트로지스틱스(Quiet Logistics)는 키바로봇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자회사인 로커스로보틱스(Locus Robotics)를 통해 자체적으로 창고용 피킹로봇 로커스봇(LocusBots)을 개발했다. 이후 콰이어트로지스틱스는 로커스봇을 자사 물류센터에 도입했고, 외부고객에게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도 많은 스타트업이 창고로봇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 마가지노(Magazino)사는 기존 작업환경에서 인간과 로봇이 함께 피킹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한 층 업그레이드된 피킹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2017년 창고로봇의 진화를 이끌 플레이어로는 누가 있을까. 이 글에서는 이미 많이 언급된 주연급 선수들 대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유망주, 혹은 ‘씬스틸러’ 기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올해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2016년 8월, 미국 시장조사전문기관 CB인사이트(CBINSIGHT)는 ‘창고의 미래(The Warehouse of the Futuer)’라는 제목으로 물류센터 작업 프로세스에 변혁을 가져올 48개 기업을 발표했다. 그 중 창고로봇으로는 16개 업체가 포함되었다. 그 가운데 판을 뒤흔들 ‘다크호스’ 기업 4곳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물론 이 업체들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① 인비아, 로봇도 빌려쓴다

 

미국 LA 기반의 창고 자동화 스타트업 인비아 로보틱스(INVIA Robotics)는 2016년 8월 모바일 오더 피킹로봇을 공개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인비아는 다른 유통업체들이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한다는 남다른 포부를 갖고 있다.

 

인비아의 피킹로봇은 페치로보틱스(Fetch Robotics)의 페치&프레이트(Fetch&Freight) 팀과 비슷하게 로봇 2대가 1조를 이루는 방식이다. 이 두 대의 로봇 중 제품을 직접 핸들링하는 로봇이 ‘그랩잇(Frabit)’이다. 그랩잇은 물건을 직접 피킹하는 로봇으로써 피킹 작업 시 상품을 흡착(Suction)하는 방식의 그립퍼를 사용한다. 그랩잇은 약 14kg의 물건을 약 2.4m 높이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그랩잇과 함께 조를 이루는 다른 로봇은 ‘트랜짓(Transit)’으로, 피킹된 제품을 몸체 상단에 적재하여 출하장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그랩잇과 트랜짓 두 로봇은 한 개 조를 이루며 제품을 피킹하고 운반하는 전체 작업을 함께 수행한다. 물론 피킹 작업과 운반 작업을 분리해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로봇 자체의 이용 효율 또한 높다.

그랩잇

▲ 물건을 흡착해서 피킹하는 인비아의 그랩잇 로봇

 

인비아 트랜짓

▲ 몸체 상단에 피킹 물건을 적재하여 출하장으로 운반하는 인비아의 트랜짓 로봇

 

인비아가 키바와 비교해서 갖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키바는 AGV 기반의 GTM(Goods to Man: 물건이 사람에게 오는 방식) 로봇인 반면, 인비아는 로봇팔인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를 이용해 직접 물건을 피킹하기 때문에 기존 창고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하지 않고 그대로 도입하여 인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인비아는 ‘확장성(Scalability)’과 ‘유연성(Flexibility)’을 강조한다. 인비아 로봇을 이용하려고 하는 업체는 수십 대의 로봇을 한 번에 도입할 필요가 없다. 한 대의 로봇으로 도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차후 이를 10대, 혹은 100대로 늘려나갈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로봇의 수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인비아는 리스방식(Raas: Robot as a Service)으로 로봇을 공급한다. 따라서 로봇 이용 업체는 수요 변동에 따라 로봇의 운영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연성 측면에서 인비아가 갖는 장점은 특히 중소규모 유통업체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상황에 따라 최첨단 물류로봇을 활용해 서비스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향후 보다 많은 물류로봇 업체들이 인비아의 이와 같은 로봇공급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비아

▲ 인비아의 작업 흐름도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비아 로봇 운영비용은 1회 피킹 작업당 약 10센트(120원) 정도이다. 물론 이 비용에는 로봇과 운영시스템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는 AS/RS(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와 같은 자동화창고, DPS(Digital Picking System), 컨베이어 등을 도입하는 것에 비해 최소 25%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인비아는 자신들의 또 다른 강점으로 ‘사용의 용이성’을 꼽는다. 라이어 앨라저리(Lior Elazary) 인비아 CEO는 로봇 사용자가 로봇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미 많은 업체가 인비아 로봇의 파일럿 운영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온라인으로 프린터 카트리지 및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LD Products Inc.와 같은 유통업체가 있다. 해당 업체는 펜실베니아주 마운틴빌(MountainVille, PA)에 소재한 자사 물류센터에 인비아사의 창고로봇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인비아 로봇의 실제 도입 효과를 증언할 증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② 아크로봇, 마치 AS/RS처럼

 

아크로봇(ARK Robot)은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아이퓨처 로보틱스(iFuture Robotics)의 물류 로봇 브랜드다. 아이퓨처는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인도에서 각종 혁신상을 휩쓸고 퀄컴(Qualcomm)으로부터 자금 지원까지 받는 등 현재 굉장히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아크로봇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 전에 아크로봇의 탄생지인 인도의 상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도 하면 대개 물류 운영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개발되지 못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탓에 인도에서 아크로봇 같은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탄생했다는 게 미심쩍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인도의 물류 발전 수준은 높지 않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점 때문에 보다 선진적인 물류 기술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컨대 인도에서는 오더 피킹리스트와, 100% 사람의 노동력으로 운영되던 물류센터가 ‘자동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노동력 위주의 물류센터에서 WMS, WOS(Warehouse Optimization System), RF단말기, 전동지게차 등으로 운영되는 물류센터로 그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일반전인 발전 단계를 껑충 건너뛰며 변화하고 있다. 마치 중국에서 재래식 유통에 집중돼 있던 물류 환경이 인터넷을 건너 띄고 모바일로 곧바로 넘어간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아크로봇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아크로봇의 연구개발팀은 아크로봇의 발명가이자 대표인 라제쉬 맨팻(Rajesh Manpat)과 30년 이상 산업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온 전문가들이 함께 구성하고 있다. 아크로봇은 인도 로컬 시장만을 타깃으로 영업해 왔으나, 2017년에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아크로봇

▲ 다층적재가 가능한 선반을 부착하고 있는 아크로봇

 

아크로봇은 자율주행 플랫폼 위에 다층적재가 가능한 선반이 부착된 형태다. 이 선반 자체가 적재기능을 수행하며, 필요에 따라 상품을 넣었다 빼는 불출을 수행할 수도 있다. 요컨대 아크로봇은 자동화창고와 흡사하게 구성돼 있는 랙에 박스를 적치하거나 피킹하는 작업, 즉 AS/RS와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아크로봇

▲ 아크로봇은 자동화 창고와 흡사하게 구성되어 있는 랙에서 박스를 적치하거나 피킹한다.

 

로봇은 소형 물건을 다층으로 적재할 수 있는 선반을 몸통에 장착한 뒤 피킹 오더에 따라 해당 물건을 적재하여 작업자에까지 이동한다. 이러한 방식은 다품종소량 피킹이 많은 이커머스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아크로봇은 적재선반 용량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현재는 소형(Small) 로봇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소형 로봇의 적재중량은 120~140kg이며, 한 번 충전으로 6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소형 아크로봇에는 7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적재할 수 있으며, 주행속도는 최대 4km/h이다. 또한 작동오차는 0.6mm 수준으로 매우 정교한 편이다. 운영 방식은 상부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핸들링하는 로봇팔(3축 로봇)이 상하로 움직이며 불출할 박스를 선택한 뒤 w전면으로 이동시키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로봇을 설계하기 위해 인공지능, 집합제어, 머신비전 등의 기술이 사용되었다.

아크로봇 종류

▲ 적재선반 용량에 따라 총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 아크로봇

 

아크로봇을 보다 자세히 뜯어 살펴보자. 아크로봇은 크게 바퀴 구동부, 비전센싱 유닛, 네비게이션 유닛, 연장형 로봇팔, 적재부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아크로봇은 운영서버인 아크넷(ARK-NET)과 연결된다. 아크넷은 매핑(Mapping)된 공간 내에서 각 아크로봇의 최적 이동경로를 제시한다. 또한 아크넷은 개별 로봇에 작업 할당을 하는 것부터 로봇 간 이동 및 작업에 대한 집합제어까지 수행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담당한다.

 

끝으로, 로봇을 도입하기 위한 투자 규모 관점에서 살펴보자. 아크로봇은 인비아와 유사하게 한 번에 최소 10대부터 수백 대까지 인스톨이 가능하다. 때문에 업체별로 필요한 규모에 따라 로봇을 도입할 수 있다. 현재 인도 내 상위 10여 개 이커머스 기업이 아크로봇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기까지 키바를 위협할 두 개의 창고로봇에 대해 살펴보았다. 곧 다가올 미래 창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날 창고에 사람들이 사라진다. 하지만 크게 바뀐 건 없다. 마치 유령이 운전하는 것 같은 지게차가 스스로 움직이며 물건을 실어 나르고, 여기저기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선반이 물건을 집어낸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는 더 빠른 작업방식을 찾아 또 다른 기계를 지휘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설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박정훈

CJ미래경영연구원 SCM/Robotics 연구분야 수석. 가차없이 다가오는 Rogistics(Robotics+Logistics) 시대를 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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