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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vs 스타트업, 채용설명회로 물류 일자리 창출이 가당한가

by 나희천 인턴기자

2016년 11월 24일

국토부의 꼭지 ´물류 일자리 창출´, 채용설명회로 가능할까

대기업 채용설명회, 취준생이 실제 원하는 정보와의 괴리

스타트업 채용설명회, 사람 자체가 오지 않아

 

국토부채용설명회

글. 나희천 인턴기자(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물류전공 3년) / 편집.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하반기 대규모 공채시즌이 막을 내렸다. 매년 이 시기마다 각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대학교, 행사장을 방문하며 ‘채용설명회’를 개최하고,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하지만 각 기업 인사 담당자의 취지와는 다르게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채용설명회에서 별반 얻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왜일까. 기자는 지난 8월 25일 국토부가 주최한 ‘물류 대기업 및 공기업 채용설명회’ 그리고 지난 9월 9일 역시나 국토부가 주최한 ‘물류스타트업 채용 설명회’를 방문했다.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고 물류기업 채용설명회의 명과 암을 함께 살펴봤다. 

 

지난 9월부터 시작했던 하반기 공채시즌이 이제 그 끝을 보이려 한다. 물류학을 전공했고, 한국청년물류포럼 운영진으로 활동하기도 한 기자의 주변에는 이번 시즌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참 많았다. 그들은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 기업 채용설명회를 방문했다. 하지만 취준생들은 채용설명회에서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채용설명회에 방문한 복수 학생들의 설명에 따르면 채용설명회에 방문하는 인사 담당자는 늘 틀에 박힌 이야기만 하며, 학생들이 그 정보를 통해 무엇인가 도움을 얻는 것은 참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항공대학교에서 물류학을 전공한 5명의 3학년 학생들에게 기업 채용설명회를 통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을 한 결과 모든 학생들은 “늘 같은 이야기만 하여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올 채용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준생들은 또 다시 채용설명회를 찾아간다. 취업에 대한 절박함 때문일까. 조금이라도 자신을 기업 인사팀에 각인시키고 싶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채용 설명회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오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시간만 있다면 딱히 채용설명회를 간다고 손해 보는 것은 없기도 하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대기업´이라면 굳이 채용설명회까지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채용설명회를 하지 않아도 매년 지원자는 넘친다. 실제 기자 주변의 학생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돈을 많이 주는 대기업 취직을 희망했다. 

 

기자가 물류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 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대기업 취업 희망자는 무려 25명이었다. 이런 비율을 봐도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압도적으로 몰려드는 높은 스팩을 보유한 학생중 더 좋은 학생들만 열심히 추려내면 된다. 매년 좋은 사람을 뽑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중소기업 인사팀(조차 없는 곳도 있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중소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경험을 봤을 때 대기업 인사업무는 정말 쉬웠던 것”이라며 “하루에도 200~300명의 이력서를 보지만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대기업 채용설명회는 자연스럽게 ‘기업설명회’와 같은 모습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관측된다. 이는 취준생들이 진정 원하는 정보와는 사뭇 괴리감이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채용설명회는 어떨까. 더 암울하다. 학생들이 아예 오질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통계처럼 현재 물류를 전공한 대부분의 학생들(최소한 필자 주변의 학생들)은 ‘스타트업’ 취업 자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스타트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에게 실제로 도움되는 채용설명회를 하기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서 들어본 꼭지 아닌가?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공서가 너무나 좋아하는 그것이다. 그렇게 하면 정부든, 기업이든, 학생이든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항상 같은 이야기만 하는 대기업 취업설명회

 

기자는 지난 8월 25일 국토교통부 등이 주관한 ´물류기업 채용설명회´를 방문했다. 이번 채용 설명회에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한진,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등 물류 대기업 및 공기업 인사 담당자가 찾아와 기업 채용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전달했다. 사실 기자는 개인적으로 과거 여러 채용설명회를 찾아갔다가 인터넷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수준의 지식만 전달해주는 것에 실망하여 굳이 채용설명회를 방문하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취재차 채용설명회 현장에 방문했지만 역시나 기자가 과거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채용설명이 아닌 ‘기업설명’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채용설명회 참여 기업들은 약 1시간 동안 행사장을 방문한 학생들에게 채용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았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인원 대부분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것을 경청했다. 하지만 이러한 청중의 태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기업, 한 기업 설명을 끝마칠 때마다 적지 않은 인원이 설명회를 빠져나갔다. 왜일까. 현장에 방문한 인사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코레일 인사담당자는 “여러분 대부분이 지원하게 될 직무는 물류 영업일 것”이라며 “공기업 채용에서 NCS가 강화되고 있으니 NCS를 열심히 준비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진 인사담당자는 “한진은 모회사 제조화주 물량 없이 순수 물류로만 유지하는 기업”이라며 “자기소개서는 변별력이 아주 크지 않으며, 1차 면접은 철저히 블라인드로 하고, 2차 면접은 경영진 면접”이라며 채용 프로세스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전했다.

 

CJ대한통운 인사담당자는 “CJ대한통운은 종합물류회사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해운업도 하고 있는데 현재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선박은 7척”이라며 사업 전반에 관한 소개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현대글로비스 인사담당자는 “이전과 다르게 채용 과정에서 역사 에세이를 안본다”며 “근무지에 따라서 지원을 달리 받는다”는 정보를 전했다.

 

학생들에게 있어 앞서 인사담당자들이 전한 정보 대부분은 각 기업 사이트 혹은 취업 정보 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그것조차 모르는 학생(혹은 찾기 귀찮은 학생)에게는 인사담당자의 내용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취준생들이 실제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에 없는, 지인에게 들을 수 없는 조금은 갈무리되지 않은 날카로운 현장 이야기다.

 

기자가 몇몇 취준생들에게 실제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어떤 내용을 듣고 싶은가 물었다. 각각의 취준생들은 “자소서의 어떤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써야 통과하는지 알고 싶다”, “지난해 신입공채 합격생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식으로 준비했거나, 어떤 성향이 강했는지 알고 싶다”, “회사의 특별한 직무는 외국어 능력이 필수이니,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면 오지 말라”던가 하는 다소 거칠고 깊은 이야기를 듣길 희망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취준생들에게 누구나 알 수 있는, 인터넷을 조금만 찾으면 알 수 있는 ‘기업 소개’만 한다면 어느 누가 그것을 마지막까지 듣고 싶을까. 결국 실제 현장 참여자들은 인사 담당자들의 발표가 끝난 ‘질문시간’에서야 그들이 정말 원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공채 자소서 항목에는 이런 질문이 있었는데 어떻게 써야하나요?”, “장교 출신인데 채용에 도움이 될까요?”와 같은 내용이다.

 

스타트업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아직 멀었다.

 

국토교통부 등은 8월 25일 물류기업 채용설명회에 이어 지난달 9일 ‘물류산업 유망 스타트업 잡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앞서 개최했던 설명회가 공기업, 대기업이 중심이 됐다면 9일 개최한 행사는 쿠팡을 필두로 9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한 행사였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8월 25일 개최됐던 취업설명회와 사뭇 대조됐다. 앞서 대기업, 공기업 채용설명회가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반면, 이번 스타트업 채용설명회는 시작 시간인 10시부터 행사가 마무리 되는 시간까지 쭉 인적이 드물었다. 실제 점심시간인 12시 전까지 기자가 본 참석자는 고작 20명 내외였다.

 

물류스타트업채용설명회스타트업채용설명회

사진= 스타트업 잡페스티벌의 오전 풍경. 휑하다.

 

이런 현상은 주최측인 국토부의 홍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학생들이 스타트업 취업 자체를 희망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앞서 기자가 자체 조사한 결과만 봐도 스타트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27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스타트업이 혁신을 부르짖든, 좋은 기업문화를 강조하든, 뭘 하든 간에 학생들은 그것보다 돈 많이 주고 안정적인 기업에 가고 싶어 한다. 

 

더욱이 큰 문제는 행사장에 참석한 스타트업들이 뽑는 인원의 직무가 일반적으로 물류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행사장에 모인 9개의 스타트업은 주로 개발자, 배송인력을 채용했다. 물류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코딩’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기에 개발자에 지원하는 것은 무리다. 쿠팡맨과 같은 실제 배송인력 또한 물류학과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공부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가령 참가 기업중 물류스타트업 시장에서 비교적 학생들에게 잘 알려진 ‘메쉬코리아’는 채용하는 직무 대부분이 개발자였다.

물류분야유망스타트업채용

사진= 사전 국토교통부, 한국청년물류포럼 등이 홍보에 사용한 포스터.
참가 기업들의 채용직무를 보면 ‘물류학과’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근래 들어서 전국 각 대학교에 물류 관련 학과가 늘어나고 있으며, 타 학과에서 물류 분야로 취직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 또한 함께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 서강대 등에서는 SCM, 물류에 대한 취업을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이 생기고 있으며 한양대(ERICA)는 기존 교통공학과의 이름을 2012년 교통물류공학과로 바꾸기도 했다. 그만큼 물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접한 물류는 이번 설명회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생각하는 물류와 조금은 달랐다.

 

필자 주변에 있는 물류 전공 대학생들은 주로 ‘창고에서 보관 프로세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해상운송 비용이 증가할 경우 어떤 운송수단을 활용하여 물류비를 최소화하는지’와 같은 문제를 주로 접했고, 그것을 해결하여 전체 물류 프로세스 최적화를 만들기 위한 공부를 해왔다. 적어도 기자가 공부하고 있는 항공대 물류학과는 그런 것들을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직무도 당연히 학생들이 배운 것과 관련된다. 

 

사실 기자는 이번 행사를 주관했던 한국청년물류포럼 입장에서도 있기 때문에 사전 설명회 포스터를 통해 참여 스타트업들이 어떤 인력을 뽑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행사 홍보에 참여한 한국청년물류포럼이 최초 홍보 대상 설정 자체를 잘못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류를 공부하는 이들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청년물류포럼의 한 운영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업무를 습득한 경력직을 주로 뽑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실제 이번 잡페스티벌에 참가한 스타트업들 역시 대부분 경력직을 뽑고 있었고, 쿠팡은 주로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뽑고 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물류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홍보한 청년물류포럼 입장에서 우리 타겟팅이 적절하지 못하지는 않았나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나희천 인턴기자

항공대에서 물류를 배우다가 CLO에 합류한 인턴기자. 여전히 학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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