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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vs 한진해운, 무엇이 그들의 운명을 바꿨을까

by 임예리 기자

2016년 10월 01일

유동적인 해운시황과 경영진의 경영실패가 이번 사태의 원인

국가해상물류망 보호를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중요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박탈과 동시에 국영화 등 거시적 차원에서의 구조조정 필요

 

(본 기사는 CLO 10월호 잡지를 통해 더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임예리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물류대란의 여파로 항만 등 관련 산업에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 라인(Maersk Line) 역시 2000년대에 들어서 해운시장의 성장 둔화로 인해 부진한 재무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두 번의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문화와 구성원의 자율적 권한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대거 교체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 머스크는 세계 해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한진해운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머스크가 사뭇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머스크와 한진, 무엇이 두 회사의 운명을 바꿨을까’를 주제로 해운물류 전문가 서면 좌담회를 실시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오용식 한국해양대 교수,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 하영석 계명대 교수, 한종길 성결대 교수가 참여해 머스크의 사례를 통해 한진해운이 실시했던 구조조정의 한계점, 나아가 국내 해운산업의 위기 극복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봤다.

 

 

◆한진해운, 비바람 속을 표류하던 ‘선장 없는 배’

 

참석자들은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환경적인 요인을 꼽았다. 모든 해운사는 시장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세계 경제침체와 무역 둔화에 따른 해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진해운 사태의 가장 큰 배경임을 지적했다.

 

오용식 교수는 “해운 시황은 늘 유동적이고 이러한 시황의 변화에서 자유로운 선사는 없다”며 “컨테이너 운임 시황 역시 등락을 거듭해왔고, 컨테이너 선사들은 언제나 이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시장의 불황이 한진해운 몰락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한진해운 경영진의 경영실패 역시 이번 사태를 일으킨 한 원인이라는 것에는 4명의 전문가 모두 큰 이견이 없었다.

 

한종길 교수는 “2016년 6월 30일 현재 한진해운에서 해양대 출신은 7명의 등기임원 중 한 명도 없고 31명의 미등기임원 중에서는 해사담당 상무, 상무보직의 TTI/LLC 대표, 해사기술팀장, 운항팀장 등 4명에 불과하다”며 “특히 해사기술에 대한 상당한 전문기술이 필요한 전무직의 해사본부장조차 서울대학교 항공공학과 출신이 담당하고 있어 한마디로 배가 하늘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의 혁신은 정말로 혼자서 이뤄낸 것이었을까

 

라스 옌센 전 머스크 최고시장분석가는 머스크의 구조조정에 대해 “머스크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기업이고, 그와 반대인 다른 해운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변해야만 했다”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물질적·비물질적 보조가 오히려 기업의 혁신 시도를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하영석 교수는 “대부분의 해운선진국에서는 글로벌물류기간망 유지를 위한 지원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선사들은 이를 통해 ‘글로벌 치킨 게임’에 대응하고 있다”며 “머스크의 경우에도 덴마크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선박 대형화와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發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현재 국내외에서 운항 차질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총 28척이다(9월30일 기준). 한진해운과 관련한 항만물류 산업의 피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조업체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국가물류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국 해상물류망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전형진 센터장은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에 대해서 “1차 책임은 한진해운에 있지만, 2차적으로 발생한 물류대란의 수습은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와 지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물류대란은 대한민국 해운업 및 물류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금융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 하며 “기업을 살린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해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의 한 예시로 정부와 금융권이 한진해운에 금융지원을 하되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한 뒤, 국가가 관리하는 국영 및 공영체제로 운영하든가 아니면 다른 국적 선사에게 인수시키는 방식을 제안했다.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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